김정태 하나금융지주 대표이사 회장이 올해 인수합병을 시도할까.

김 회장이 임기 마지막 해인 점을 감안하면 안정적 경영을 우선시할 것으로 여겨진다. 
 
[오늘Who] 하나금융 기초체력 탄탄해져, 김정태 공격적 인수합병하나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대표이사 회장.


하지만 자본 등 회사의 체력이 충분히 갖춰진 데다 비은행부문 강화라는 과제도 있어 적당한 매물만 있다면 김 회장이 인수합병에 공격적으로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26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하나금융지주가 1분기 시장 전망치를 뛰어넘는 호실적을 내고도 KB·신한금융지주의 실적에 미치지 못한 이유로 비은행부문의 실적 기여도 차이가 꼽힌다.

하나금융지주는 1분기 순이익 8344억 원을 거뒀다. 2020년 1분기보다 27%나 늘어났다. 하지만 KB금융지주와 신한금융지주가 분기 순이익 1조 원을 낸 데 비교하면 2천억 원가량 격차가 존재한다.

하나금융지주는 1분기 비은행 이익비중이 39.9%였다. 1년 전보다 14.1%나 증가했지만 KB금융지주(49%), 신한금융지주(48%)와 비교하면 다소 낮은 수치다.

김한이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업권 전반에 비은행의 비이자이익이 실적을 견인하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며 “하나금융지주는 비은행 기여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특성상 대형금융지주와 차이가 줄어들기에 아직 시간이 필요하다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하나금융지주가 탄탄한 자본 건전성과 경상이익 체력 등을 바탕으로 비은행 분야 인수합병(M&A)에 나설 것이라는 시각이 고개를 든다.

하나금융지주는 1분기 새 금융 안전성 기준인 바젤Ⅲ를 조기 도입해 보통주지본비율이 14.1%까지 높아졌다. 일회성요인을 제외한 경상이익은 분기 8천억 원 수준까지 올라선 것으로 평가받는다.

은경완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하나금융지주는 업계 최고 자본비율 확보로 향후 인수합병, 주주환원정책 등에 우위를 점할 수 있다”고 바라봤다.

하나금융지주도 23일 열린 1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단순 외형경쟁을 위한 인수합병은 지양하지만 자본 효율성이 있는 인수합병은 검토할 수 있다며 인수합병을 향한 의지를 감추지 않았다.  

안선종 하나금융그룹 그룹전략총괄(CSO) 상무는 “지속적으로 자본을 투입한 증권과 캐피털은 경쟁력을 확보했지만 카드와 보험 부문은 아직 경쟁그룹과 격차를 보인다”며 “디지털과 글로벌 확장 가능성이 있는 매물은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김정태 회장은 상대적으로 인수합병 전략에 소극적 모습을 보였다. 김 회장은 주로 경영 효율화와 그룹사 사이 상승효과를 내는 초점을 맞춰 지주를 키워왔다.

김 회장은 2019년 5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인수합병보다 글로벌 네트워크 확대에 힘쓰겠다”며 인수합병에 우선순위를 낮게 두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김 회장의 태도도 달라지고 있다. 2020년에는 8년 만에 인수합병을 통해 하나손해보험(옛 더케이손해보험)을 품에 안으면서 종합금융회사로서 사업군을 완성했다. 그는 2020년 연말 언론인터뷰에서는 “2021년에도 시장변화와 전략적 우선순위를 고려해 비은행 경쟁력 강화방안을 검토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하나금융그룹이 카드와 보험을 꼽아 경쟁력 강화 필요성을 인정한 만큼 김 회장이 이 분야의 인수합병에 적극적 태도를 나타낼 수 있다는 시각이 떠오른다.

마침 시장에는 관련 매물이 부상하고 있다. 씨티은행이 국내 소매금융사업 철수를 발표했는데 씨티카드를 분리 매각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씨티카드의 점유율은 1% 안팎으로 높지 않지만 고객 충성도와 수익성이 높은 편이라 카드업계 후발주자들이 관심을 보일 가능성이 있다. 비은행 강화를 추진하는 하나금융지주도 후보로 거명된다.

보험업계는 손해보험사 가운데 최근 교보생명으로 인수가 무산된 악사손해보험을 비롯해 사모펀드가 들고 있는 롯데손해보험·MG손해보험 등이 잠재적 매물로 꼽힌다. 생명보험사 역시 AIA생명, 라이나생명, ABL생명, 푸본현대생명 등 외국계 회사가 시장에 나올 수 있다는 말이 꾸준히 나온다.

다만 김 회장의 임기가 1년이면 끝나기 때문에 그 전에 인수합병을 추진할 가능성이 그리 크지는 않다는 시각이 많다. 김 회장이 이미 은행·카드·캐피털·보험 등 사업구조를 완성한 상황이기 때문에 웬만큼 매력적 매물이 나오지 않는 이상 움직이지 않을 것이라는 시선도 있다.

김 회장이 신년사와 주주총회 등에서 글로벌 공략을 주요전략으로 제시한 만큼 인수합병을 하더라고 국내보다 해외에서 추진할 것이라는 예상도 존재한다. 씨티은행의 동남아 소매금융사업 인수를 타진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