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차시장의 성장이 국내 완성차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을까?

현대자동차와 기아는 높아진 고객 눈높이를 충족하는 데 성공해 고급모델의 판매 증가로 내수시장에서 안정적 성과를 내고 있다.

하지만 쌍용자동차와 르노삼성자동차, 한국GM 등 해외자본 계열 회사들은 수입차 공세에 맞설 무기를 내놓지 못해 속수무책으로 점유율을 뺏기고 있다.

◆ 수입차시장 성장은 현대차와 기아에 기회됐다

25일 완성차업계의 지난 10년 동안 내수판매량 통계를 살펴보면 수입차시장의 가파른 성장에도 불구하고 현대차와 기아의 지배력은 오히려 견고해지고 있다.
 
현대차 기아, 수입차 가파른 성장에 고객 눈높이 맞추며 더 강해졌다

▲ 서울 양재동 현대자동차 기아 본사.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수입차 내수판매량은 2016년과 2019년을 제외하면 지난 10년 동안 꾸준히 증가했다.

수입차 판매량은 2010년 9만여 대였으나 2020년 27만여 대를 훌쩍 넘었다. 10년 만에 판매량이 3배 늘어났다. 시장 점유율은 같은 기간 5.8%에서 2020년 14.6%까지 증가했다. 

통상 수입차시장의 급증은 국내 완성차기업의 판매량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인으로 여겨진다. 시장 성숙기에 접어든 국내 자동차산업의 구조를 볼 때 수입차 판매 증가는 국내 완성차기업의 판매량을 갉아먹을 수 있는 요소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대차와 기아의 내수 판매량은 오히려 증가했다.

현대차와 기아, 쌍용차, 르노삼성차, 한국GM 등 국내 완성차5사와 수입차를 모두 합한 내수 자동차 판매량을 기준으로 현대차와 기아의 시장 점유율은 2016년 65.8%에서 2020년 71.2%까지 증가했다. 지난해 현대차와 기아의 내수판매 점유율은 2013년 이후 최대치다.

판매량 절대치로 봐도 현대차와 기아의 내수 판매량은 2020년 134만254대로 지난 10년 동안 최저치인 2013년 109만8865대보다 24만 대 가까이 늘었다.

현대차와 기아의 판매량이 수입차시장의 성장에도 타격을 받지 않고 오름세를 보일 수 있었던 배경은 무엇일까?

수입차시장의 성장은 자동차를 바라보는 고객들의 눈높이가 높아지고 있다는 의미를 지닌다. 독일 고급차3사로 꼽히는 메르세데스-벤츠와 BMW, 아우디가 수입차 판매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이라는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이런 흐름에서 현대차의 고급모델이 자연스럽게 고객들의 선택을 받는데 성공한 것으로 분석된다.

현대차의 플래그십(기함) 세단인 그랜저는 2016년만 해도 내수에서 연간 6만8409대 팔렸다. 하지만 2017년에 판매량이 13만1950대로 급증한데 이어 2020년에는 14만5463대 팔리며 그랜저는 현대차의 대표모델로 자리매김했다.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도 현대차의 판매 증가에 한몫을 했다.

제네시스는 독립 브랜드로 출범한 직후인 2016년부터 2019년까지 4년 동안 연간 판매량 6만 대 안팎을 오르락내리락했지만 지난해 7만4천 대 넘게 판매됐다.

판매량이 20% 넘게 늘어난 것인데 세단에서는 G90을 필두로 G80과 G70 등으로 라인업을 확대한 데다 지난해 스포츠유틸리티 차량(SUV)인 GV80, GV70을 연달아 출시한 덕분으로 풀이된다.

제네시스가 내수판매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20년 1분기 7.8%에서 2021년 17.8%까지 10%포인트 증가했다.

SUV 라인업을 대폭 확충한 것도 판매 증가의 한 축이다.

현대차만 보면 SUV 판매량은 2016년 연간 14만 대 수준이었으나 2020년 24만 대 수준으로 늘었다. 기아차의 SUV 판매량은 같은 기간 17만 대 수준에서 26만 대까지 증가했다.

고급모델의 판매 증가는 현대차와 기아의 수익 확대로 이어진다.

현대차의 승용차 평균판매가격(ASP)은 2020년 4182만 원이다. 2015년 3476만 원보다 가격이 20.3% 늘었다. 레저용차량(RV) 평균판매가격은 같은 기간 34.9% 늘어나 2020년 4177만 원을 보였다.

기아차의 승용차 평균판매가격은 2020년 3309만 원으로 2015년보다 26.3% 증가했으며 레저용차량 평균판매가격은 2020년 3470만 원으로 2015년보다 9.9% 늘었다.

◆ 해외자본 소유 완성차기업은 점유율 뺏겨, 시장 변화에 대응 못해

반면 쌍용차와 르노삼성차, 한국GM 등 3개 회사의 내수 판매 점유율은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세 회사의 점유율은 2010년부터 2015년까지만 해도 18% 안팎을 보였으며 2016년에는 역대 최고치인 점유율 21.8%까지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점유율은 이후 꾸준한 하락세를 보이면서 2020년 점유율은 14.2%까지 내렸다. 2010년 이후 최저치다.

해외기업이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는 지배구조의 특성상 고객 눈높이에 맞춘 고급모델을 출시하는데 탄력적으로 대응하지 못한 것이 점유율 하락으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쌍용차는 인도 마힌드라가, 르노삼성차는 프랑스 르노가, 한국GM은 미국 제너럴모터스(GM)가 최대주주로 있다. 고급모델을 출시하려면 모기업의 승인이 필요하지만 쌍용차와 한국GM은 영업손실을 면하지 못했고 르노삼성차의 수익성도 해마다 악화했기 때문에 새 모델을 개발해 론칭하는 데 소홀할 수밖에 없었다.

르노삼성차와 한국GM 모두 본사의 각 권역별 생산기지 역할에 머무르고 있다는 점도 새 모델 출시에 대응하지 못한 이유로 분석된다.

최근 5년만 보면 국내에서 판매된 자동차 대수는 2016년 181만3851대에서 2020년 188만1894대까지 모두 6만8043대 늘었다. 

이 기간 수입차 판매량은 4만9580대, 현대차와 기아의 판매량은 14만6612대 증가했으나 쌍용차와 르노삼성차, 한국GM 판매량은 12만8149대 줄었다. 

수입차 공세에 점유율을 뺏기는 해외자본 계열 완성차기업의 상황은 수익을 확대하는 데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해외자본 계열 완성차기업 가운데 유일하게 사업보고서를 내놓는 쌍용차를 보면 2015년 내수 완성차의 평균판매가격은 2210만 원에서 2020년 2451만 원으로 10.9% 늘었다. 현대차와 기아가 같은 기간에 평균판매가격에서 평균 20% 상승을 보인 데 비해 절반 수준이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