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현대차 전기차 아이오닉5, 편안하고 주행의 강력함도 있다

▲ 주행 중인 현대차 '아이오닉5'. <현대자동차>

“굉장하고 강력하다.”

알버트 비어만 현대차그룹 연구개발본부장 사장은 지난해 12월 온라인으로 진행한 ‘E-GMP 글로벌 공개행사' 이후 기자간담회에서 아이오닉5의 주행성능을 묻는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다.

아이오닉5는 현대차그룹이 전용 플랫폼 E-GMP를 활용해 내놓은 첫 전기차다.

아이오닉5는 글로벌 전기차시장의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을까? 아이오닉5를 직접 타봤다.

◆ 아이오닉5, 편안함 정숙함과 함께 ‘운전의 재미’ 잡았다

22일 경기 스타필드하남 야외 주차장에서 아이오닉5 시승행사가 열렸다.

시승은 경기 스타필드하남 야외 주차장에서 출발해 급속전기차 충전소인 '서울 현대EV스테이션강동'을 거쳐 경기 남양주 캠핑장인 '더드림핑'을 돌아오는 왕복 80km 가량의 코스에서 이뤄졌다. 
[시승기] 현대차 전기차 아이오닉5, 편안하고 주행의 강력함도 있다

▲ 경기 남양주 캠핑장 '더드림핑'에 전시된 현대차 '아이오닉5'. <비즈니스포스트>

시승차로는 아이오닉5 롱레인지 2WD(2륜구동) 프레스티지 트림(등급)에 파킹어시스트, 디지털사이드미러, 비전루프, 빌트인캠, 컴포트플러스 등의 옵션이 적용된 차량이 주어졌다. 시승차량 가격은 5900만 원가량에 이른다.

아이오닉5는 비어만 사장이 심어준 주행 기대감을 충분히 채워줬다.

아이오닉5 실내에 처음 앉았을 때 받은 느낌은 편안함이었다.

아이오닉5는 긴 휠베이스(앞뒤 바퀴 사이 거리)와 짧은 오버행(바퀴 중심에서 차체 끝까지 거리)이 만드는 휑한 발밑 공간과 승차감 좋은 시트, 뻥 뚫려 이것저것 넣을 수 있는 유니버셜 아일랜드(운전석과 조수석 사이 움직이는 수납공간)이 어우러지며 색다른 편안함을 구현했다.
[시승기] 현대차 전기차 아이오닉5, 편안하고 주행의 강력함도 있다

▲ 현대차 '아이오닉5' 운전석 공간. <비즈니스포스트>

하지만 가속페달에 힘을 실으면 누구보다 빠르게 치고 나갔다.

아이오닉5는 제로백(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에 이르는 데 걸리는 시간)이 5초대로 웬만한 내연기관차보다 빠르다.

아이오닉5는 외관상 약간 둔해 보이는 느낌을 주는데 빠르게 치고 나가는 속도감은 반전 매력으로 다가왔다.

스티어링휠과 가속페달은 작은 움직임에도 예민하게 반응하며 운전의 재미를 더했다. 특히 스티어링휠은 평상시에는 가볍게 돌다가도 차로유지보조 기능을 키자 묵직하게 움직이며 운전의 중심을 잡았다.
[시승기] 현대차 전기차 아이오닉5, 편안하고 주행의 강력함도 있다

▲ 주행 중인 현대차 '아이오닉5'. <현대자동차>

정숙성도 매력적 요소 가운데 하나였다.

전기차인 만큼 실내가 조용한 것은 당연했는데 빠르게 치고 나갈 때도 정숙성을 유지해 소음 설계가 잘 된 차라는 느낌을 받았다.

디지털 사이드미러가 사각이 없는 넓고 밝은 시야로 어색함 없이 운전을 도왔다. 차선 변경 때는 가상의 빨간색과 주황색 선이 표시돼 옆 차와 거리도 알려줬다.

스티어링휠과 센터페시아(운전석과 조수석 사이 조작계)는 직관적으로 배치돼 조작에 무리가 없었다.

헤드업디스플레이(HUD)는 먼 위치에 크게 자리 잡아 선명한 화면으로 여러 정보를 알려줬다.

스마트크루즈컨트롤을 작동하면 앞 차와 거리를 보여주는 하늘색 가상선도 나왔다. 점점 더 많은 정보를 깔끔하게 보여줘 헤드업디스플레이의 발전은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 아이오닉5, 아쉬움도 기대감으로 바꾸다

아쉬운 점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차문을 열 때 왼손잡이는 조금 불편할 듯했다.

아이오닉5는 잠금장치(락)를 풀면 손잡이가 튀어 나와 문을 쉽게 열 수 있다. 하지만 손잡이가 튀어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는 직접 안쪽 부분을 눌러 차 문 손잡이를 빼내야 했는데 왼손으로 문을 열기에는 조금 불편했다.

스티어링휠 옆에 돌리는 형태로 탑재된 전자식 변속 다이얼도 처음 조작하는 만큼 적응하는 데 시간이 필요했다. 유턴 중 후진할 때는 순간적으로 변속 다이얼과 와이퍼 조작레버를 헷갈릴 여지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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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차 '아이오닉5' 실내. 스티어링휠 뒤쪽 레버 중 위쪽이 와이퍼 조작레버, 아래쪽이 전자식 변속 다이얼이다. <비즈니스포스트>

아이오닉5는 스티어링휠을 운전 자세에 맞춰 앞뒤로 움직일 수 있는데 전자식으로 작동하지 않고 스티어링휠 뒤쪽에 있는 플라스틱 레버를 푼 뒤 수동으로 움직여야 하는 점도 아쉬웠다.

디지털 사이드미러가 적용된 만큼 방향지시등을 작동하면 해당 방향의 후측방을 계기판에 보여주는 후측방모니터(BVM) 기능은 사족처럼 느껴졌다.

충전과 관련한 막연한 부담감도 있었다.

서울 현대EV스테이션 강동은 깔끔했으나 공간이 좁았다.

현대EV스테이션 강동은 8대의 충전기가 설치돼 있다. 아이오닉5가 충전을 하려면 후면 주차를 해야 했는데 차를 돌릴 수 있는 앞뒤 공간이 좁아 차가 몰리면 복잡할 듯했다.

현대EV스테이션 강동은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초고속 충전설비를 갖춘 서울의 유일한 충전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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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EV스테이션 강동에서 충전 중인 현대차 '아이오닉5'. <비즈니스포스트>

이런 저런 아쉬움이 있었지만 아이오닉5는 아쉬움조차도 기대감으로 바꿨다.

아이오닉5는 현대차 미래차의 시작으로 평가된다.

현대차는 아이오닉5를 시작으로 2022년 중형세단 아이오닉6, 2024년 대형SUV(스포츠유틸리티 차량) 아이오닉7 등 E-GMP를 활용한 전기차를 계속 내놓는다.

아이오닉5를 타보자 아이오닉6와 아이오닉7이 어떻게 발전할지 벌써부터 기대가 됐다.

기아가 하반기 출시하는 EV6만 놓고 보더라도 아이오닉5와 비교해 1회 충전 주행거리가 더 길고 제로백도 더 빠르다.

현대차는 시승행사를 연 이날 1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을 진행했는데 여기서도 ‘중장기 EV(전기차) 경쟁력 강화방안’을 함께 발표하며 아이오닉을 향한 기대감을 키웠다.

김태연 현대차 EV사업전략실장 상무는 “현대차는 아이오닉을 통해 고객들에게 진보된 새로운 경험을 지속해서 제공하겠다”며 “특히 디자인과 성능, 공간성 등에서 지속해서 한 차원 높은 상품 경쟁력을 유지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이날 시승한 아이오닉5는 5.5km/kWh의 전비를 보였다.

아이오닉5 롱레인지 2WD 프레스티지의 공식 전비는 4.9km/kWh다. 최고출력은 217PS(마력), 1회 충전 주행거리는 401km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한재 기자]
[시승기] 현대차 전기차 아이오닉5, 편안하고 주행의 강력함도 있다

▲ 경기 남양주 캠핑장인 '더드림핑'에 전시된 현대차 '아이오닉5'. <비즈니스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