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증권이 올해 기업공개(IPO)시장에서 새 강자로 자리잡을까?

김성현 KB증권 각자대표이사 사장이 카카오뱅크 상장을 성공적으로 이끌면 대형기업의 기업공개를 완수한 경험치가 부족하다는 의구심을 씻어내고 이른바 빅3 구도를 깨뜨리는데 탄력을 받을 수 있다.
  
KB증권 카카오뱅크 포함 상장주관 전진, 김성현 선두경쟁에 뛰어들어

김성현 KB증권 각자대표이사 사장.


1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KB증권이 올해 기업공개시장에서 미래에셋증권, NH투자증권 등과 치열한 선두경쟁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NH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은 기업공개시장에서 전통적 강자로 꼽힌다. 2018년에 미래에셋증권, 2019년에는 NH투자증권, 2020년에는 한국투자증권이 각각 주관실적 1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올해는 다르다.

KB증권은 15일 상장예비심사를 신청하면서 상장절차에 착수한 카카오뱅크 외에도 LG에너지솔루션, 카카오페이지, 한화종합화학, 원스토어 등 여러 대형기업의 대표주관을 연이어 차지하면서 빅3 자리를 넘보고 있다.

특히 수십조 원의 기업가치가 예상돼 기업공개 3대장으로 꼽히는 카카오뱅크, 크래프톤, LG에너지솔루션 가운데 2개 기업의 대표주관을 맡아 내심 1위까지 바라보고 있다.

김 사장은 2019년 박정림 KB증권 사장과 함께 각자대표이사에 올랐다. 투자금융(IB), 홀세일, 리서치센터, 글로벌사업의 경영을 맡았다.

이후 투자금융(IB)사업의 균형 성장을 목표로 세우고 기업공개, 유상증자 등 주식자본시장(ECM) 경쟁력 강화에 힘써왔다. KB증권은 채권자본시장(DCM)에서 10년 연속으로 1위를 차지했지만 주식자본시장에서는 상대적으로 존재감이 크지 않았다.

김 사장은 조직개편을 통해 ECM조직을 확대하고 전문가 영입을 통한 전문성 강화에도 적극 나섰다. KB증권은 ECM본부를 1부(소부장·코스메틱), 2부(제약·바이오·헬스케어), 3부(IT서비스)로 나눠 운영하고 있다.

또 대기업 커버리지 전문가인 심재송 전무를 ECM본부장으로 새로 선임했다. 심 본부장은 10여 년 이상을 기업금융분야에서 근무해 탄탄한 대기업 네트워크 역량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후 KB증권은 원스토어와 카카오뱅크, 한화종합화학, LG에너지솔루션 등 대형 기업의 상장주관 경쟁에서 잇달아 일감따기에 성공하면서 존재감을 키웠다. 이 과정에서 ECM본부의 전문성과 대기업 네트워크 등이 큰 역할을 했다는 말도 나왔다.

김 사장이 카카오뱅크 기업공개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면 앞으로 상장주관 경쟁에서 더욱 힘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KB증권은 김 사장 취임 뒤 아직 조 단위 기업의 기업공개를 주관한 경험이 없다.

일반적으로 대표주관사는 기업공개 과정에서 기업가치 및 공모가 산출, 거래소 접촉, 기관 마케팅 등의 핵심업무를 수행한다. 공모주 배정규모도 공동주관사와 인수단보다 크다.

KB증권이 대형거래들을 잇달아 따내는 데는 성공했지만 빅3 증권사와 비교해 거래 실행 경험치는 턱없이 부족한 만큼 기업공개를 무난히 완수할지를 놓고 우려가 나왔다.

LG에너지솔루션이 상장주관사단 선정에서 빅3 증권사를 모두 배제하자 불안의 시선을 받기도 했다.

김 사장은 카카오뱅크 등의 기업공개를 성공적으로 마치기 위한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KB증권은 최근 기업공개 절차 개선을 위한 태스크포스팀(TFT)을 출범시켰다. ECM부서 뿐만 아니라 정보기술(IT), 영업 등 22개 부서의 팀장급 직원 25명을 모아 모두 3개 팀으로 구성했다.

이를 통해 대표주관을 맡은 대형기업들의 상장 과정을 점검 및 개선하고 효율성을 극대화해 투자자 및 발행사의 만족도를 높인다는 계획을 세웠다.

공모주 청약을 위한 대비에도 나섰다. 공모주 투자자 급증으로 청약 과정에서 전산장애가 빈번하게 일어난 데 따른 것이다.

KB증권은 6월 이전 완공을 목표로 신규 고객용 IDC(인터넷데이터센터)를 증설하고 있다. 하루 평균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 동시 접속자가 22만 명 정도인데 100만 명 수준까지 가능하도록 보완에 나서는 것으로 전해졌다.

서버 및 모바일 관련 인력도 충원하고 있다. 공모주 청약 과정에서 영업점 혼잡을 방지하기 위해 디지털서비스 이용을 돕는 디지털파트너도 투입하기로 했다.

KB증권 관계자는 "서버 증설 등을 통해 하반기로 예정된 대형기업들의 기업공개를 성공적으로 완수하기 위한 준비에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은주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