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현석 신세계푸드 대표이사가 캐릭터 '제이릴라'를 활용한 마케팅 강화로 실적 반등의 기회를 엿보고 있다.

코로나19로 위축된 단체급식사업이 고전하고 있는 만큼 장기적으로는 캐릭터 마케팅을 활용한 B2C(기업과 소비자 사이 거래) 영업력을 확대해 식품뿐 아니라 패션, 생활용품 등으로 사업영역을 넓혀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오늘Who] 신세계푸드 '정용진 캐릭터' 마케팅, 송현석 B2C 길 닦아

▲ 송현석 신세계푸드 대표이사.


19일 신세계푸드 안팎에 따르면 송 대표는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을 닮은 캐릭터 ‘제이릴라’를 활용해 다양한 사업을 전개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제이릴라는 2020년 9월 이마트가 상표권을 출원한 캐릭터로 정 부회장의 이니셜 'J'와 고릴라를 합쳐 이름이 만들어졌다. 최근 신세계푸드로 상표권이 이전됐다. 

이마트는 앞서 한 차례 캐릭터사업을 전개한 적이 있다. 2017년 '샤이릴라'라는 분홍 고릴라를 상표 출원하고 이어 2019년 12년 ‘샤이릴라와 친구들’을 모태로 한 '샤이릴라 스토어'를 패션과 생활용품 분야에서 선보였다. 

제이릴라는 송 대표가 정 부회장을 닮은 캐릭터를 직접 신세계그룹 대표 캐릭터로 키우겠다고 발벗고 나섰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신세계푸드는 디자인 개선 작업을 거친 제이릴라를 프로야구단 SSG랜더스가 야구단 창단 이후 첫 승리를 거둔 4일 롯데자이언츠와 경기에서 선보였다. 

식품업계에서는 프로야구단 SSG랜더스의 공식 마스코트 '랜디'와 신세계푸드의 제이릴라가 굿즈 제작 등 캐릭터사업 연계를 통해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 

신세계푸드는 2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타그램에 제이릴라 공식 계정을 만들어 제이릴라 캐릭터의 탄생과 관련한 영상을 공개했다. 영상에는 화성에서 태어난 아기 고릴라인 제이릴라가 화성을 떠나 지구로 온다는 내용이 담겼다. 

송 대표는 지난해 대표이사 취임식에서 "신세계푸드는 기존 패러다임에 갇혀 답보하느냐 아니면 새로운 패러다임을 주도하며 기회를 만들어 갈 것이냐의 중요한 전환점에 서 있다"며 "새로운 경험과 차별화된 식음료 라이프 스타일을 제안하는 푸드 콘텐츠와 테크놀로지 크리에이터로 도약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세계푸드는 제이릴라를 구체적으로 어떤 사업에 활용해 나갈 것인지 아직 밝히지 않았지만 식품 제조 및 유통, 단체급식 및 외식서비스 사업 등을 넘어서 다른 사업영역(이모티콘, 굿즈)에도 활용할 것으로 유통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실제로 특허정보 사이트 키프리스에는 식품 관련 부문업종뿐 아니라 장난감, 사무용품, 의류, 신발 등 다양한 사업영역으로 제이릴라의 상표권이 출원돼 있다.

식품업계 일각에서는 신세계푸드가 고급형 슈퍼마켓 'SSG푸드마켓' 청담점 안에 '제이릴라 베이커리 1호점'을 출시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신세계푸드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제이릴라 캐릭터를 활용할 수 있는 아이디어들을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며 "(제이릴라 베이커리는) 검토하고 있는 여러 아이디어 가운데 하나일 뿐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진 것은 없다"고 말했다. 

송 대표는 식음료 마케팅분야에서 경력을 쌓은 소비재 마케팅 전문가로 평가받는다. 최근 골퍼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안전빵'(국산 단팥, 슈크림, 호두 등을 넣어 골프공 모양으로 구워낸 빵)도 재밌는 제품명부터 송 대표가 직접 기획한 것으로 알려졌다. 

송 대표가 마케팅 전문가로 국내에서 유명해진 것은 2010년 오비맥주 마케팅 총괄 상무이사로 자리를 옮기면서부터다. 

송 대표는 오비맥주의 ‘카스’를 국내 1위 맥주 브랜드로 키워냈다. 또한 오비맥주의 국내 맥주시장 점유율을 2010년 45%에서 2014년 60%까지 끌어올렸다. 

그 결과 2009년 오비맥주를 1조1500억 원에 매각했던 세계 1위 맥주회사 AB인베브가 2014년 매각 5년 만에 6조2천억 원에 되사면서 오비맥주의 마케팅을 이끌었던 송 대표는 국내 마케팅업계에서 유명인사가 됐다. 

송 대표는 2013년에는 마케팅협회가 선정한 '한국의 마케터'에, 2017년에는 마케팅클럽이 선정한 '올해의 인물(Man of The Year)'에 각각 뽑혔다. 

송 대표는 저서 '나는 다른 것을 본다'에서 "소비자들은 좋은 것을 보면 감탄하지만 낯선 것을 보면 소유하고 싶어한다"며 "좋은 것이 아니라 낯선 것이 이긴다"고 말했다.  

송 대표는 1968년 서울에서 태어나 1992년 미주리 주립대학교 신문학부를 졸업했다. 1994년 노스웨스턴대학교에서 마케팅 석사학위를 받았다. 

1995년 CJENM(당시 CJ엔터테인먼트) 미주 법인 매니저로 시작해 1999년 위너뮤직 마케팅 부장, 2002년 맥도날드 마케팅 팀장, 2012년 세계 최대 음식 프랜차이즈인 '얌 브랜즈'의 피자헛 미국본사 브랜드 총괄임원 등을 지냈다. 

2010년 오비맥주 마케팅 총괄 상무이사로 자리를 옮기고 오비맥주 수입맥주사업부문 대표 등을 거쳐 2015년 오비맥주 마케팅 총괄 부사장에 올랐다.  

2018년 12월 신세계푸드로 영입돼 마케팅 담당 상무이사로 재임하다 2020년 10월 대표이사 자리에 올랐다. 

신세계푸드는 2020년 연결기준으로 매출 1조2403억 원, 영업이익 77억 원을 거뒀다. 2019년보다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6.05%, 65.32% 감소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하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