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사업부의 주요 고객사 엔비디아가 서버용 중앙처리장치(CPU)시장에 진출한다.

새 반도체 출시를 계기로 삼성전자와 엔비디아의 ‘파운드리 동맹’이 더욱 단단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삼성전자, 엔비디아의 서버용 CPU 진출로 파운드리 동맹 더 굳히나

▲ 젠슨 황 엔디비아 CEO(왼쪽)와 최시영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장 사장.


18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엔비디아가 2023년까지 엔비디아 최초의 서버용 중앙처리장치(CPU)를 만들겠다고 발표하면서 이 반도체가 어느 기업에서 만들어질지 시장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엔비디아는 자체 생산공장을 두지 않는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기업)다. 반도체 제품을 내놓기 위해서는 외부 파운드리기업과 협력이 필요하다.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는 엔비디아의 서버용 중앙처리장치 일감 수주와 가장 가까운 기업으로 꼽힌다. 이미 엔비디아와 탄탄한 거래관계를 쌓아놓은 데다 충분한 기술력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엔비디아가 지난해 출시한 8나노급 최신 그래픽처리장치(GPU) RTX3000 시리즈는 삼성전자를 통해 생산된다. 최근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 인기가 높아지면서 삼성전자가 엔비디아로부터 반도체 일감을 추가로 수주한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이에 따라 엔비디아가 삼성전자 실적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하나금융투자 등에 따르면 올해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 매출 가운데 10% 이상이 엔비디아에서 나올 것으로 추정됐다.

삼성전자는 엔비디아가 요구하는 반도체 성능을 맞출 수 있는 기업이기도 하다.

삼성전자는 현재 IBM으로부터 극자외선(EUV) 공정 기반의 7나노급 서버용 중앙처리장치 ‘파워10’을 수주해 생산하고 있다. 이 제품은 이전 세대 ‘파워9’와 비교해 같은 전력을 소모했을 때 3배의 컴퓨팅 성능을 발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엔비디아의 서버용 중앙처리장치 ‘그레이스’는 이보다 더 뛰어난 성능을 목표로 하는 것으로 보인다. 엔비디아는 그레이스로 데이터센터 시스템을 만들 경우 기존 최고 성능의 중앙처리장치를 사용했을 때와 비교해 10배에 이르는 연산속도를 구현할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 엔비디아의 서버용 CPU 진출로 파운드리 동맹 더 굳히나

▲ 엔비디아의 서버용 CPU 그레이스.


그레이스의 연산부(코어) 구조, 반도체 회로 선폭을 비롯한 구체적 정보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그레이스 개발에 영국 반도체기업 ARM의 설계자산이 적용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그레이스를 생산하는 데는 고난도의 반도체 기술력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IT매체 톰스하드웨어는 “그레이스는 ARM의 서버용 플랫폼 ‘제우스’를 기반으로 만들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제우스 코어 기반 반도체는 7나노급 또는 5나노급의 형태로 제공될 것이다”고 바라봤다.

반도체는 회로폭이 미세해질수록 전력 효율 등 성능이 개선된다.

현재 세계에서 7나노급 이하 반도체 미세공정을 제공하는 파운드리기업은 삼성전자와 대만 TSMC뿐이다. 

다만 TSMC는 삼성전자와 달리 최근 엔비디아 대신 애플, AMD 등에 점점 더 많은 생산능력을 투입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시장 조사업체 디인포메이션네트워크에 따르면 TSMC 매출 가운데 엔비디아 비중은 2019년 7.6%에서 2021년 5.8%로 줄어드는 반면 엔비디아 경쟁사 AMD의 비중은 4.0%에서 9.2%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됐다.

엔비디아가 서버용 중앙처리장치를 내놓기 위해 삼성전자와 손을 잡을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다.
삼성전자, 엔비디아의 서버용 CPU 진출로 파운드리 동맹 더 굳히나

▲ 대만 TSMC의 고객사별 매출 비중 현황 및 전망치. 엔비디아 비중은 감소하고 애플과 AMD 등의 비중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됐다. <디인포메이션네트워크>

삼성전자 쪽에서도 파운드리사업 규모를 키우는 데 엔비디아와 협력이 중요하다.

삼성전자는 파운드리시장 1위를 노리고 있지만 아직 세계 최대 파운드리기업 TSMC와 비교해 시장점유율 격차가 크다. 시장 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TSMC는 파운드리시장 절반 이상을 차지했고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는 점유율 20%를 넘지 못했다.

고성능 반도체를 만드는 기술력에서는 삼성전자와 TSMC가 거의 비슷한 수준에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두 기업은 2022년 비슷한 시기 3나노급 반도체 양산에 들어갈 것으로 예정됐다.

다만 점점 더 심화하는 반도체 미세공정에 걸맞은 설계능력을 지닌 팹리스는 그리 많지 않다.

엔비디아 같은 대형 고객사의 고성능 반도체 일감 수주 여부가 향후 파운드리업계 경쟁구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셈이다.

트렌드포스는 엔비디아가 2020년 매출 154억1200만 달러를 거둬 세계 팹리스 매출순위에서 3위에 올랐다고 집계했다. 엔비디아는 2019년 대비 매출 증가율 52.2%를 보여 상위 10개 팹리스 가운데 실적 증가폭이 가장 컸다. [비즈니스포스트 임한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