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와 롯데마트가 최저가 경쟁을 시작하면서 유통업계의 출혈경쟁이 다시 불붙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마트와 롯데마트는 최저가상품을 통해 쿠팡 등 이커머스업체를 견제하는 동시에 오프라인 매장 집객을 극대화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마트 롯데마트 최저가 경쟁, 강희석 강성현 매장 집객 위한 첫 승부

강희석 이마트 대표이사 사장.


1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이마트와 롯데마트가 연이어 생필품 500여 개 품목을 경쟁사보다 싸게 팔겠다고 선언하면서 과거 대형마트가 벌였던 ‘10원 전쟁’이 재현되고 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이마트,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 대형마트 3사는 이미 2010년 다른 경쟁업체보다 10원 싸게 제품을 판매하는 ‘10원 전쟁’을 벌인 적이 있다.

당시 대형마트의 최저가 경쟁은 과도한 비용 지출과 납품업체의 단가 인하와 같은 부작용이 나타나면서 1년여 만에 승자 없이 마무리됐다.

하지만 이번 최저가 경쟁은 오프라인 마트뿐만 아니라 쿠팡, 마켓컬리 등 이커머스업체도 참여하고 있다는 점에서 양상이 달라질 수 있다.

유통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저가 마케팅이 아직 기업에 부담되는 수준은 아니지만 공격적 마케팅은 결국 비용이 될 것이다”며 “특히 인건비가 작은 이커머스업체와도 경쟁을 벌여야 하기 때문에 출혈이 과거보다 더 클 수 있고 주도권 싸움 양상이 길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마트와 롯데마트가 이번 최저가 경쟁에 뛰어든 진짜 목적은 온라인에서 오프라인으로 고객을 끌어오기 위한 전략으로 분석된다.

최근 유통업계의 중심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이전되면서 이마트와 롯데마트 등 대형마트는 고객 유치가 어느 때보다도 어려워졌다. 특히 이커머스업체들이 과자, 라면, 콜라, 주방세제 등 대형마트에서 흔히 판매하는 상품들을 오프라인보다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면서 대형마트의 집객력은 몇 년 째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이마트는 지난해 오프라인의 장점을 극대화할 수 있는 신선식품 매장을 강화하고 비식품부문 공간의 일부는 임대하는 방식으로 체험적 요소를 강화해 집객효과를 높였다. 하지만 제품의 가격 경쟁력이 뒷받침되지 않고서는 소비자들을 끌어오는 데 한계가 있는 만큼 최저가 경쟁에 들어간 것으로 해석된다. 

최한승 한국기업평가 수석연구원은 “최근 쿠팡이 상장을 통해 조달한 자금으로 유통시장 점유율 확대에 나선다면 기존 유통업체에는 부정적일 수 있다”며 “어찌됐건 쿠팡을 견제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하는 상황인 건 분명하다”고 분석했다.

이마트와 롯데마트는 모두 오프라인 매장의 집객력 향상을 위해 쇼핑포인트라는 카드를 꺼냈다.

이마트는 이마트앱을 개편하고 이마트앱 전용 쇼핑포인트인 e머니를 출시했다. e머니는 이마트 오프라인 매장에서만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으며 신세계포인트와 중첩사용도 가능하다.

기존 신세계포인트는 이마트와 신세계백화점 등 신세계그룹 계열사에서 모두 쓸 수 있는 포인트로 온라인과 오프라인 모두에서 사용할 수 있다.

이마트는 경쟁사보다 비싼 가격에 팔리는 상품이 있더라도 그 차액을 e머니로 지급함으로써 고객을 오프라인으로 유인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e머니를 쓰기 위해 이마트 오프라인 매장을 찾은 고객이 e머니 이상의 상품을 구매함으로써 이마트는  집객효과 뿐만 아니라 매출도 확보할 수 있다.

이마트 관계자는 “이마트에서 쇼핑을 할 때 일부 손님들은 스마트폰으로 인터넷에서 경쟁업체와 제품 가격을 비교하는 데 이런 번거로움을 덜고 안심하고 구매를 할 수 있도록 최저가 보상제를 실시하게 됐다”며 “이마트 제품 가격이 이미 낮게 형성돼 있는 만큼 일각에서 제기하는 출혈경쟁은 아니다”고 말했다. 

롯데마트도 쿠폰 전용 애플리케이션인 ‘롯데마트GO’를 활용하면 엘포인트를 기존보다 5배 더 적립해준다. 엘포인트는 롯데그룹의 백화점, 마트, 커피숍, 편의점 등 모든 제휴사의 쇼핑포인트를 하나로 합쳐 오프라인뿐만 아니라 온라인몰 ‘롯데온’에서도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다.

롯데마트는 엘포인트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온·오프라인채널을 하나로 묶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이마트 롯데마트 최저가 경쟁, 강희석 강성현 매장 집객 위한 첫 승부

▲ 강성현 롯데쇼핑 마트사업부장(롯데마트 대표).


최한승 수석연구원은 “음식료품은 상품의 특성상 아직 온라인 침투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이지만 향후 침투율 상승은 불가피하다”면서도 “다만 온·오프라인 채널을 모두 보유하고 있는 기존 유통업체들은 오프라인 매장과 이어지는 차별화된 경험과 콘텐츠를 제공해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고 바라봤다.

이번 경쟁은 강희석 이마트 대표이사 사장과 강성현 롯데쇼핑 마트사업부장(롯데마트 대표)의 첫 승부이기도 하다.

강성현 대표는 지난해 연말인사에서 롯데마트 대표를 임명됐는데 글로벌 컨설팅기업 BCG(보스턴컨설팅그룹) 출신이란 점에서 베인앤컴퍼니코리아 출신인 강희석 사장과 비교되고 있다.

강성현 대표는 2020년 12월 이마트 본점인 성수점을 방문해 강희석 사장과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강성현 대표는 1970년에 태어났고 강희석 사장은 1969년 출생으로 모두 비교적 젊은 나이로 유통업계 트렌드 변화에 밝다는 평가를 받는다.

유통업계의 한 관계자는 “강성현 대표는 최근 직원들에게 이마트의 잘나가는 매장을 탐방해 벤치마킹하라고 독려했던 것으로 알려졌을 만큼 경쟁 의지를 보이고 있다”며 “롯데마트가 3월30일 보도자료를 통해 이마트를 겨냥해 ‘야구도 유통도 한 판 붙자’고 했던 것을 봐도 이런 기조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