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엔지니어링이 상장하면 기업가치 10조 원을 평가받을 수 있을까?

15일 증권업계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현대엔지니어링 주식이 장외주식거래시장에서 주당 140만 원을 넘기며 시가총액이 10조 원을 넘어설 것이라는 시선이 나오고 있다. 기업공개(IPO) 추진이 알려지기 전 시가총액은 7조5천억 원 수준이었다.
 
현대엔지니어링 장외주식시장 시총 10조, 상장 뒤 얼마나 인정받을까

▲ 김창학 현대엔지니어링 대표이사 사장.


이는 현대건설 시가총액인 5조1947억 원을 넘는 수치다.

현대엔지니어링 장외주식가격은 상장 추진이 공개되기 전인 4월12일에 102만 원선에 거래되고 있었으나 3일 만에 37.2% 이상이 올랐다.

이를 근거로 현대엔지니어링의 기업가치를 10조 원으로 바라보는 시선도 있었다.

과연 공모가 산정에 장외주가가 영향을 미칠까?

증권업계 관계자는 "장외거래 시세는 다양한 지표 가운데 시장의 관심도 정도를 보여주는 지표일 뿐"이라며 "공모가를 산정하는 단계에서는 비교상대기업의 주가를 참고하는 등 여러 지표들을 활용해 기업가치를 측정한다"고 말했다. 

다른 대형건설사들과 현대엔지니어링의 재무지표들을 비교하면 현대엔지니어링의 장외주가는 과열된 양상을 띄고 있다고 보는 시선이 존재한다.

현대엔지니어링은 2020년 매출 6조4346억 원, 영업이익 2938억 원을 냈다. 현대엔지니어링의 시가총액을 10조 원로 놓고 가치평가를 해보면, 2020년 기준 주가수익비율(PER, 주가를 주당 순이익으로 나눈 주가의 수익성지표) 43.6배, 주가순자산비율(PBR, 주가를 주당 순자산가치로 나눈 값) 2.1배가 나온다. 

삼성엔지니어링은 2020년 기준으로 주가수익비율(PER)은 11.89배, 주가순자산비율 (PBR)은 1.82배이다. 현대엔지니어링의 기업가치가 삼성엔지니어링보다 월등히 높은 셈이다. 

삼성엔지니어링은 다른 건설사와는 달리 국내주택사업을 하지 않는다. 현대엔지니어링은 국내주택사업과 함께 해외사업도 벌이고 있다. 현대엔지니어링의 해외사업부문 매출과 수주잔고만 따로 떼어 양쪽을 비교해 보면 삼성엔지니어링의 매출과 해외수주잔고가 현대엔지니어링보다 더 높다. 

현대엔지니어링의 해외플랜트/인프라 부문은 2020년 전체 매출에서 33.8%를 차지해 매출 2조1748억 원을 올렸고 해외수주 잔고는 10조217천 억 원이다.

삼성엔지니어링은 매출 6조7251억 원을 올렸고 해외수주 잔고는 16조4천억 원이었다. 매출 규모만 봐도 현대엔지니어링보다 3배 정도 되는 셈이다.

삼성엔지니어링의 시가총액은 15일 기준 2조9106억 원이다.
 
주택정비사업과 주택공급의 기대감으로 현대엔지니어링의 주택부문에 높은 가치부여가 됐을 수도 있다. 현대엔지니어링과 사업구조가 상당부분 겹치는 GS건설과 비교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지적도 있다.

GS건설은 2020년 연결기준으로 매출 10조1229억 원, 영업이익 7504억 원을 거둬 현대엔지니어링과 비교해 봤을 때 매출은 57.3%, 영업이익은 255.4% 더 많다.

GS건설의 시가총액은 15일 기준으로 3조7616억 원으로 현대엔지니어링 기대 시가총액(10조 원)의 절반 수준도 되지 않는다. GS건설의 주가수익비율(PER)은 11.31배,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85배다.

라진성 KTB증권 연구원은 "현대엔지니어링의 기업가치가 10조 원 이상으로 평가되고 있는데 대형건설사들의 주가수익비율(PER)이 대부분 10배 이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1배 이하에서 형성되고 있는 걸 감안하면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숫자"라고 말했다.

장외주가로 기업가치를 판단하는 데 장외주식거래시장의 불투명성도 고려해야 한다.

장외주식거래는 수급 측면에서 수요는 많지만 공급이 절대적으로 적은 시장이다. 장외주식은 매도자와 매수자가 만나 주식 가격을 협상해 매매하는 방식으로 거래하기 때문에 가격 정보도 정확하지 않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3월 상장을 앞두고 희망 기업가치로 6조 원을 제시했다. 장외 기업가치의 절반 수준이었다. 

SK바이오사이언스의 장외주가는 증권신고서가 나온 직후 27만 원에서 20만 원대로 급락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장외거래시장에서는 기업공개가 추진된다는 말이 나오면 가격이 비정상적으로 급등한다"며 "브로커들이 기업공개에 관한 기대감을 이용해 수급을 줄여 부당이득을 얻는 사례도 많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정용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