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기아가 걸출하다 자랑하는 K8, 형님차 그랜저 잡을 역량 충분

▲ 기아 K8 정면. <비즈니스포스트>

‘디 아웃스탠딩(The Outstanding) K8.’

기아는 ‘뛰어난’ ‘걸출한’ 등의 뜻을 지닌 영단어 아웃스탠딩을 붙어 최근 출시한 준대형 세단 K8을 소개한다.

시장에서는 K8의 경쟁상대로 현대자동차의 준대형 세단 더 뉴 그랜저를 꼽는다.

더 뉴 그랜저는 국내 대표하는 세단으로 지난해 국내에서 14만4천 대가 팔리며 국내 판매 1위에 올랐다. 같은 기간 K8의 전작인 K7보다 3배 이상 많이 팔렸다.

K8은 국내 준대형 세단시장에서 그랜저를 잡을 수 있을까?

걸출하다는 K8을 직접 타봤다.

◆ ‘익숙함’과 ‘낯섦’ 조화, 영감을 주기에 충분한 디자인

12일 서울 광진구 그랜드워커힐서울에서 K8 시승행사가 열렸다.

시승코스는 그랜드워커힐서울을 출발해 경기 남양주 한 카페를 돌고 오는 왕복 80km 구간에서 이뤄졌다.

K8은 K7의 완전변경(풀체인지)모델로 기아가 기아자동차에서 ‘자동차’를 떼 내고 바뀐 엠블럼을 적용해 국내에 처음으로 내놓는 차다.

K8을 처음 봤을 때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온 것은 길고 낮아진 외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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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아 K8 옆면. <비즈니스포스트>

K8은 전장(차체 길이)이 5015mm로 5미터가 넘는다. 전작인 K7보다 20mm 길어졌다. 더 뉴 그랜저와 비교하면 25mm 길다.

K8 휠베이스(앞뒤 바퀴 사이 거리)는 2895mm로 K7보다 40mm, 그랜저보다 10mm 길다.

반면 전고(차 높이)는 1455mm로 K7보다 15mm 낮아졌다. 그랜저와 K7 전고는 1470mm로 같다.

그만큼 날렵해졌다는 얘긴데 긴 후드와 짧은 전방 오버행(바퀴 중심에서 차체 끝까지 거리), 날렵하게 떨어지는 쿠페 스타일의 뒷라인은 차를 더욱 낮고 길어보이게 했다.

카림 하비브 기아디자인담당 전무는 K8에 기아의 새로운 디자인 철학인 ‘오퍼짓 유나이티드(Opposites United, 상반된 개념의 창의적 융합)’을 처음 적용했다.

오퍼짓 유나이티드는 대비되는 개념을 결합해 만들어내는 새로운 효과를 뜻하는데 K8 디자인을 세심히 볼수록 ‘익숙함’과 ‘낯섦’이라는 상반된 개념을 통해 이를 구현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K8은 완전히 새로운 형태라기보다는 익숙함 속 낯선 느낌을 지닌 디자인으로 가득 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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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아 K8 실내. <비즈니스포스트>

계기반과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통합한 쭉 뻗은 디스플레이는 익숙했으나 K8에 처음 적용된 커브드 디스플레이는 새롭게 다가웠다.

깔끔한 센터콘솔(운전석과 조수석 사이 상자)도 요즘 신차에서 흔히 보는 형태였는데 운전자 쪽으로 살짝 기울어져 편의성을 높인 점은 K8에서 처음보는 형태로 낯설면서도 신선했다.

앰비언트 라이트(실내 조명) 역시 크게 새로울 것이 없었으나 나무 느낌의 우드 가니시(장식) 속까지 다이아몬드 형태로 채워진 작은 빛들은 K8을 더없이 고급스럽게 보이게 했다.

K8 외부와 내부에 다수 적용된 다이아몬드 패턴은 차에 통일성을 준다는 측면에서 익숙했으나 차량 범퍼와 배기구, 우드 가니시, 내부 스피커 마감 등 낯선 곳까지 적용된 하나의 패턴은 통일성을 수준을 한 단계 높여줬다.

운전석과 보조석 헤드레스트 뒤에 마련된 옷걸이 역시 큰 변화는 아니었으나 참신하게 느껴졌다. 뒷좌석에서 앉아 앞사람과 이야기하기 위해 앞으로 몸을 기울일 때 손잡이로도 사용될 수 있어 효용성도 높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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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아 K8 실내. K8에는 옷걸이형 헤드레스트가 적용됐다. <비즈니스포스트>

기아는 K8을 소개하며 익숙함 속에서 낯섦을 발견할 때 영감을 얻는다고 설명한다.

K8을 직접 만나보니 디자인만으로도 기아의 새로운 브랜드 철학인 ‘영감을 주는 이동(Movement that inspires)‘을 충실히 구현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 편의사양과 안전사양도 크게 강화, 백미는 ‘시트’와 ‘사운드’

K8은 요즘 출시되는 여느 차량처럼 편의사양과 안전사양이 대폭 강화됐다.

K8에는 차선을 자동으로 변경해주는 고속도로 주행보조2(HDA2), 내비게이션 기반 스마트크루즈컨트롤(NSCC), 지능형 속도제한보조(ISLA) 등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 등의 기능이 들어갔다.

이외에도 후측방 모니터(BVM), 후방주차충돌방지보조(PCA), 후측방충돌방지보조(BCA), 후방교차충돌방지보조(RCCA), 안전하차보조(SEA), 뒷자리승객알림(ROA), 원격스마트주차보조(RSPA), 기아페이, 후진 가이드램프 등을 적용해 안전과 편의성을 높였다.

K8에는 버튼 하나로 인포테인먼트시스템과 공조시스템 모드를 전환할 수 있는 ‘인포테인먼트 공조 전환 조작기능’이 처음으로 들어갔는데 터치 버튼이 모두 직관적으로 배치돼 어려움 없이 조작할 수 있었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과 공조시스템 조작버튼을 한 공간에 둔 점은 편의성을 높이면서도 실내 중앙부 공간을 최소화했고 최신형 전자기기 같은 혁신적 이미지도 줬다.

K8은 트렁크도 골프백 4개가 들어갈 정도로 넉넉한 공간을 지니고 있다. 세단이 아니라면 요즘 트렌드인 ‘차박(차에서 하는 숙박)’을 하기에도 충분해 보였다.

K8에 탑재된 수많은 편의사양 가운데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은 시트였다.

K8에는 운전 피로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인체공학적 설계와 디자인으로 제작된 시트인 ‘에르고 모션 시트’ 기능이 들어가 있다.

에르고 모션시트 기능은 시트 옆에 달린 버튼을 누르면 시행되는데 골반의 좌우운동을 실행하는 ‘골반모드’, 허리의 전후운동을 실행하는 ‘허리모드’ 전신 피로 완화운동을 실행하는 ‘전신모드’ 등 3가지 모드를 지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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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아 K8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에르고 모션시트 화면. <비즈니스포스트>

각 모드를 실행하면 시트의 골반과 허리, 등받이 부분이 5분 이상 꿈틀대며 가벼운 스트레칭을 도왔다.

운전 중 이를 직접 시행해 보니 자동차에 안마의자가 탑재될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메리디안 사운드시스템도 훌륭한 성능을 자랑했다.

메리디안은 1977년 설립된 영국 오디오전문업체로 영국 고급 완성차 브랜드 재규어, 랜드로버 등에 탑재되는 글로벌 프리미어 브랜드다.

기아는 K8에 처음으로 메리디안 사운드시스템을 적용했다. 앞좌석 쪽에 7개, 뒷좌석 쪽에 7개 등 모두 14개의 메리디안 스피커가 들어갔다.

시승행사 당일 봄비가 내렸는데 메리디안 사운드시스템을 통해 흘러나오는 재즈 음악은 빗소리와 어울리며 K8에 고급감을 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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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아 K8 메르디안 사운드시스템. 스피커 구멍도 다이아몬드 패턴으로 디자인됐다. <비즈니스포스트>

메리디안 사운드시스템은 차가 100km 이상으로 달릴 때도 흔들림 없이 안정적 음향을 제공했다.

기아는 K8에 문 접합부에 3중 씰링을 새롭게 추가하고 실내 흡차음재 밀도도 기존보다 높여 소음을 잡았다. 여기에 메리디안 사운드시스템의 '인텔리 큐' 기능도 더해졌다. 인텔리 큐 기능은 차량 속도에 따라 음량과 음질을 자동으로 보정해 준다.

소음차단이 잘 되고 사운드가 좋은 만큼 음향을 너무 키운 상태에서 운전하면 외부 소리가 잘 안 들려 안전에 조금은 위험할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 3.5가솔린 모델 묵직한 힘, K8 준대형세단 강자 노린다

이날 시승행사에는 4912만 원짜리 3.5가솔린 모델 시그니처 트림(등급)에 AWD(상시 4륜구동) 옵션을 제외한 풀옵션 모델이 제공됐다.

3.5가솔린 모델은 K8에 새로 추가된 모델로 최고출력 300PS(마력)과 최대토크 36.6kgf·m, 복합연비 10.6km/ℓ의 성능을 갖췄다. 기존 K7은 3.0가솔린 모델이 최고 사양이었다.

직접 운전해 본 K8 3.5가솔린 모델은 묵직한 힘을 냈다. 코너를 돌 때도 쏠림 현상없이 안정적 주행성능을 보였고 가속페달에 주어지는 힘에 적절히 반응하며 속도를 제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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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아 K8 주행 모습. <기아>

스티어링휠 역시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은 적당한 무게감으로 운전 집중도를 높였다.

기아는 3.5가솔린 모델에 신규 8단 자동변속기를 탑재했다. 이를 통해 변속 충격감을 완화하고 엔진과 변속기 직결감을 강화해 한층 높은 수준의 주행 감성을 확보했다.

K8은 에코, 노말, 스포트 등 3가지 운전모드를 제공하는데 각 모드에 따라 주행 세팅은 물론 앰비언트 라이트 등 내부디자인도 변하며 운전의 재미를 더했다.

특히 스포트 모드에서는 시트 옆 부분이 자동으로 조여지며 시트에 몸이 달라붙는 느낌을 줬다. K8은 일정 속도 이상으로 달릴 때도 시트 옆 부분을 조여 긴장감을 더했다.

각종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은 안정적으로 차량을 제어하며 운전 피로도를 낮췄고 헤드업 디스플레이(HUD)는 선명한 화면으로 운전을 도왔다.

터널에 들어가기 전 '쾌적한 실내 환경을 위해 창문을 닫고 외부 공기를 차단합니다'라는 메시지와 함께 자동으로 각종 제어기능이 실행되는 점도 신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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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아 K8 우드 가니시에 적용된 다이아몬트 패턴 조명. <비즈니스포스트>

K8에 처음 올라 그랜드워커힐서울 3층 주차장을 내려 갈 때 너무 낮은 차체에 앞쪽 양옆의 주차봉들이 잘 보이지 않았는데 이 역시 금새 적응됐다.

연비는 갈 때 40km 구간은 에코모드로 안정적으로 운행했더니 12.0km/ℓ, 호텔로 돌아오는 40km 구간은 스포트 모드로 조금 거칠 게 몰았더니 10.3km/ℓ를 보였다.

K8은 사전계약 첫 날 1만8015대의 주문이 몰리며 흥행을 예고했다. 더 뉴 그랜저가 2019년 11월 세운 사전계약 첫날 기록 1만7294대를 700대 가량 넘어섰다.

기아는 올해 K8 국내 판매 목표로 6만 대를 잡았다. 4월 이후 판매에 들어가는 만큼 올해 한 달 평균 판매목표는 7천 대 가량에 이른다.

그랜저는 올해 들어 3월까지 모두 2만5861대가 팔렸다. 한 달 평균 8600대 수준으로 K8이 충분히 노려볼 만한 수준이다.

기아는 K8을 우선 2.5가솔린, 3.5가솔린, 3.5LPI 등 3가지 엔진으로 출시하고 5월 1.6가솔린 터보 하이브리드를 더하기로 했다.

판매가격은 트림별로 개별소비세 3.5% 기준 2.5가솔린 모델은 △노블레스 라이트 3279만 원 △노블레스 3510만 원 △시그니처 3868만 원, 3.5가솔린 모델은 △노블레스 라이트 3618만 원 △노블레스 3848만 원, 시그니처 4177만 원 △플래티넘 4526만 원, 3.5LPI 모델은 △프레스티지 3220만 원, 노블레스 3659만 원이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한재 기자]
[시승기] 기아가 걸출하다 자랑하는 K8, 형님차 그랜저 잡을 역량 충분

▲ 기아 K8 후면. <비즈니스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