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에너지솔루션이 2년여 동안 지속해온 SK이노베이션과 분쟁을 합의로 매듭지으며 미국 배터리사업 투자 확대에 속도를 낼 수 있게 됐다.

김종현 LG에너지솔루션 대표이사 사장은 합의를 통해 얻게 된 투자재원뿐 아니라 미국 정부의 지원 등에 힘입어 세계 배터리시장 1위 기업으로 도약을 노릴 것으로 예상된다.
 
[오늘Who] LG에너지솔루션 미국으로, 김종현 중국기업과 맞붙는다

김종현 LG에너지솔루션 대표이사 사장.


12일 배터리업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전기차 배터리 사용량 점유율에서 한국 기업이 중국 기업에 다소 밀리는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새 전략이 필요하다는 시선이 나온다.

지난해 코로나19 속에서도 선전하던 한국 기업들이 올해 들어 주춤한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배터리시장 조사기관 SNE리서치는 "중국시장의 회복세가 지속하는 가운데 비중국지역에서 CATL을 필두로 한 중국 기업들의 거래선 확장이 점차 가시화하고 있다"며 "한국 기업들은 기초 경쟁력 배양에 더욱 힘쓰면서 성장전략을 새롭게 정비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다"고 내다봤다.

세계 전기차용 배터리 사용량 시장점유율에서 수위를 다투는 LG에너지솔루션과 중국 CATL의 점유율 격차는 지난해 말과 비교해 올해 들어 벌어졌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2월 기준 CATL의 세계 전기차용 배터리 사용량 점유율은 31.7%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 기준 24%보다 7%포인트 이상 늘었다. 

이와 비교해 LG에너지솔루션은 2월 19.2%로 지난해 말 23.5%에서 4%포인트 이상 감소했다.

다만 LG에너지솔루션이 SK이노베이션과 2년 동안 지속해 온 배터리 분쟁을 매듭짓기로 11일 합의하면서 점유율 격차를 좁히고 나아가 세계 1위로 도약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LG에너지솔루션은 세계 전기차용 배터리시장에서 기술력에 확고한 위치를 구축하고 있지만 SK이노베이션과 합의를 끌어내지 못하고 향후 수년 동안 분쟁을 장기화한다면 그에 따른 악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우려가 컸다.

김종현 사장은 이번 합의로 받게 된 2조 원(현금 1조 원+로열티 1조 원) 규모의 합의금을 미국 배터리시장 투자 확대에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김 사장은 유럽뿐 아니라 미국 배터리시장 성장에 발맞춰 미국 내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의지를 보여 왔다.

앞서 LG에너지솔루션은 3월 초 2025년까지 5조 원 이상을 투자해 미국에서 배터리 생산능력을 70GWh 더 늘리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는 GM과 설립한 합작법인 얼티엄셀즈(Ultium Cells)을 통해 진행할 투자와는 별개로 이뤄지는 것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얼티엄셀즈(Ultium Cells)를 통해 내년 가동을 목표로 35GWh 규모의 배터리 공장을 짓고 있고 비슷한 규모의 얼티엄셀즈의 배터리 2공장 추가 설립 계획도 내놨다.

현재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 생산능력이 120GWh라는 점을 고려하면 미국에서 현재 생산능력을 뛰어넘는 140GWh의 공격적 투자에 나서는 셈이다.

김 사장은 3월 초 5조 원 이상의 미국 투자계획을 발표하며 "미국 그린뉴딜정책으로 현지 전기차시장은 물론 에너지저장장치시장의 성장까지 가속화할 것이다"며 "배터리 생산능력을 선제적으로 확보하고 안정적 공급망을 구축해 미국 그린뉴딜정책 성공에 기여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김 사장에는 이번 SK이노베이션과 합의를 계기로 미국 배터리시장에서 장기적으로 미국 정부의 직·간접적 지원을 기대해 볼 수 있다는 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정부는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의 합의를 바라왔는데 LG에너지솔루션은 기존에 요구했던 것으로 알려진 합의금보다는 크게 물러서며 분쟁을 끝냈다. 

이에 미국 배터리 공급망을 안정화하는데 기여했다는 '명분'을 챙겼다는 평가가 나온다. 아울러 미국 시장에서 확실한 지적재산권을 인정받았다는 성과도 얻었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은 2월 미국 국제무역위원회가(ITC) 영업비밀 침해소송에서 LG에너지솔루션의 손을 들어준 뒤 각각 합의금 3조 원과 1조 원으로 이견을 보여온 것으로 전해졌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미국 국제무역위의 판결에 관한 거부권 행사를 놓고 지식재산권 인정과 전기차 확대정책 사이에서 고심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상황에서 LG에너지솔루션이 대승적 차원의 타협을 통해 바이든 대통령이 거부권 행사 여부의 부담을 덜어낸 만큼 미국 정부가 합의금 규모를 줄인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사업을 다양한 형태로 지원할 가능성이 나온다.

바이든 대통령은 두 기업의 합의 뒤 성명을 내고 "세계적으로 수요가 증가하는 전기차 관련 부품을 공급하고 미래 일자리를 위한 기틀을 마련할 수 있도록 미국 기반의 전기차배터리 공급망이 필요하다"며 "이번 합의는 그 방향에 맞는 긍정적 걸음이다"며 반기기도했다.

김 사장은 적극적 미국시장 확대를 통해 세계 전기차용 배터리시장 점유율 1위 도전에 속도를 낼 수 있게 됐다.

세계 전기차용 배터리시장 1위를 다투고 있는 CATL을 넘어서기 위해서는 신흥 전기차배터리시장인 미국시장 공략이 필수로 여겨진다.

바이든 대통령은 3월31일 2조 달러(2260억 원) 규모의 대규모 인프라 투자계획을 발표했다. 이 가운데 전기차산업 육성을 위해 1740억 달러(196조 원)이 투입된다.

배터리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전기차용 배터리시장은 중국과 유럽이 양분하고 있는 가운데 미국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며 "대부분의 기업들이 미국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투자에 나설 것으로 예상한다"고 바라봤다.

CATL은 세계 전기차용 배터리시장의 45%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중국 배터리시장을 장악하고 있으며 최근 유럽으로도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CATL은 현재 100GWh 규모의 생산능력을 2025년 500GWh까지 확대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바이든 행정부체제에서도 미국과 중국의 무역갈등은 계속되고 있다. CATL의 미국 배터리시장 진출이 사실상 어렵다는 점을 고려하면 LG에너지솔루션에게 미국시장은 CATL과 세계 전기차배터리시장을 놓고 경쟁을 벌이는 데 발판이 될 수 있다.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최근 확대하고 있는 미국 친환경정책에 발맞춰 새롭게 떠오르는 미국시장에 적극적 투자를 이어갈 것이다"이라며 "고객사들과 합작법인, 공동투자 등 다양한 형태의 공급망 구축방안을 추진한다는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장상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