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항공우주산업 완제기 수출 힘받아, 안현호 'KF-21' 기술력 앞세워

안현호 한국항공우주산업 대표이사 사장이 9일 경남 사천 한국항공우주산업 고정익동에서 열린 'KF-21 보라매' 시제기 출고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청와대>

안현호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대표이사 사장이 차세대 전투기 ‘KF-21 보라매’ 시제기 출고를 안정적으로 이끌며 완제기 수출에 힘을 받게 됐다.

완제기 수출 확대는 안 사장이 성장동력으로 내세운 도심항공 모빌리티(UAM), 차세대 위성사업 등 미래 신사업의 투자재원을 마련하기 위해서도 중요하다.

11일 한국항공우주산업에 따르면 9일 시제기 출고식을 마친 KF-21 보라매는 2022년 첫 비행을 시작으로 지상시험과 비행시험 등을 거쳐 2026년 체계 개발을 마무리한다.

2028년까지 40대, 2032년까지 120대 실전배치를 목표로 하는데 한국항공우주산업은 체계 개발업체로 개발 이후 양산도 책임진다.

한국항공우주산업은 2015년 방위사업청과 한국형전투기 체계 개발사업 계약을 맺고 현재 KF-21 보라매 개발을 이끌고 있다.

KF-21 보라매는 국내 기술로 독자 개발한 첫 초음속 첨단 전투기라는 점에서 큰 의미를 지닌다.

한국항공우주산업은 개발 과정에서 애초 예상됐던 외국업체의 기술 이전 불가 결정, 지난해 코로나19에 따른 부품 수급 차질 등 여러 어려움을 딛고 안정적으로 시제기를 출고했다.

안 사장은 최근 진행한 기자간담회에서 “지난해 코로나19로 미국과 유럽이 셧다운되면서 부품 일부를 구하지 못해 출고 일정이 6개월 이상 지연될 위기에 놓였다”며 “하지만 임직원들이 두 달 가까이 사무실에 침상을 깔고 일할 정도로 노력한 결과 일정을 다시 맞출 수 있었다”고 말했다.

KF-21 보라매는 한국항공우주산업의 완제기 수출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KF-21 보라매 개발을 마치면 한국은 세계 8번째로 초음속 전투기를 독자개발한 국가에 이름을 올린다.

완제기 수출은 한국항공우주산업의 주요 사업이기도 하지만 정부의 도움 없이는 불가능한 G2G(국가 대 국가) 사업으로 국가 항공산업과 국방 경쟁력이 수출 성사에 큰 영향을 준다.

미국 CNN은 한국이 KF-21 보라매를 통해 "글로벌 초음속 전투기 제조 엘리트그룹에 합류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한국항공우주산업 역시 KF-21 보라매 개발을 통해 기술 경쟁력이 한 단계 도약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문재인 대통령은 9일 경남 사천 한국항공우주산업 고정익동에서 열린 시제기 출고식에서 KF-21 보라매 개발에 특별한 공로를 세운 20명의 공로자를 직접 소개했는데 한국항공우주산업 임직원이 10명으로 절반을 차지했다.

나머지 10명은 방위사업청, 국방과학연구소 등 정부기관과 한화시스템, LIG넥스원 등 민간기업 임직원이 호명됐다.

안 사장은 현재 완제기 수주 회복이 절실한 상황에 놓였다.

한국항공우주산업은 2011년부터 2018년까지 매년 해외에서 완제기 신규 수주를 따냈지만 2019년 이후에는 성과를 내지 못했다.

안 사장은 2019년 9월 한국항공우주산업 대표에 올라 취임 이후 완제기 해외시장을 확대하기 위해 힘썼는데 지난해에는 코로나19로 해외 영업자체에 어려움을 겪었다.

한국항공우주산업은 그 사이 완제기 수주잔고가 크게 줄었다.

한국항공우주산업은 2020년 말 기준 해외 완제기사업에서 수주잔고 4126억 원을 보유하고 있다. 1년 전보다 20% 줄었다. 2015년 말 1조4829억 원과 비교하면 72% 감소했다.

완제기 수출은 한국항공우주산업의 주력인 방산사업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높은 사업으로 꼽힌다.

안 사장은 도심항공 모빌리티(UAM), 차세대 위성사업 등 미래형 사업구조로 전환을 위해 앞으로 5년 동안 2조2천억 원을 투자하기로 했는데 완제기 수출이 재원 마련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는 셈이다.
 
한국항공우주산업 완제기 수출 힘받아, 안현호 'KF-21' 기술력 앞세워

안현호 한국항공우주산업 대표이사 사장(왼쪽)이 9일 경남 사천 한국항공우주산업 고정익동에서 열린 'KF-21 보라매' 시제기 출고식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입장하고 있다. <한국항공우주산업>


안 사장은 KF-21 보라매 시제기 출고식에서도 미래사업을 강조했다.

그는 “KF-21은 정부와 연구기관, 협력업체가 한 마음으로 만들어낸 성과물이자 도약대, 안보자산인 동시에 산업자산이며 후손을 위한 신성장 동력이다”며 “이를 바탕으로 뉴스페이스와 친환경 에어모빌리티, 유무인 복합체계 등 신성장사업을 적극 추진하고 산업구조를 고도화하는 한편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말했다.

안 사장 현재 태국, 콜롬비아, 말레이시아 등에서 적극적으로 완제기 영업활동을 펼치고 있다.

안 사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태국과 콜롬비아 상황이 고무적이고 말레이시아도 있어 올해 완제기 수출은 희망적이다”며 “코로나19 상황에서도 직원들이 현지에 상주하며 적극적 수주 활동을 벌이고 있는데 올해 안에 꼭 좋은 소식을 전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한국과 KF-21 보라매를 함께 개발하는 인도네시아도 잠재고객으로 꼽힌다.

청와대에 따르면 KF-21 보라매 시제기 출고식 참석을 위해 한국을 찾은 프라보워 수비안토 인도네시아 국방부 장관은 8일 문재인 대통령을 예방하며 양국의 국방협력 강화를 약속했다.

인도네시아는 한국항공우주산업의 주요 고객이다. 한국항공우주산업은 2001년 인도네시아에 기본훈련기 KT-1을 처음 수출하며 완제기 해외시장을 열었고 2018년 마지막 계약도 인도네시아와 맺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