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국정쇄신을 위해 조만간 개각을 단행할 것으로 보인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대통령선거 출마를 결심한데다 여권의 재보궐선거 패배로 대대적 분위기 전환의 필요성이 커진 만큼 예상보다 개각폭이 커질 수도 있다.
 
문재인 국정쇄신 개각폭 키우나, 총리에 김부겸 이태복 김동연 거명

김부겸 전 행정안전부 장관(왼쪽부터), 이태복 전 보건복지부 장관,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9일 정치권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청와대는 후임 총리를 비롯한 개각을 위한 인물 검증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정 총리는 조만간 사의를 표명하며 후임 총리는 이르면 다음주 초에 내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임기가 오래된 장관들도 함께 교체하며 인적교체를 통한 국정쇄신 개각이 진행될 것이란 시선도 나온다.

후임 총리 하마평도 무성하다.

문재인 정부에서 호남출신인 이낙연(전북), 정세균(전남) 등이 잇달아 총리를 맡았기 때문에 이번에는 비호남 출신의 발탁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대구 출신의 김부겸 전 행정안전부 장관도 유력한 총리후보군으로 꼽힌다.

4선 국회의원 경력에 문재인 정부 첫 번째 행정안전부 장관을 지냈기 때문에 정치적 무게감과 행정능력을 두루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20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보수정당의 텃밭 대구에서 승리하며 지역주의 극복의 성공 스토리를 쓴 덕분에 대선주자나 당권주자로도 이름이 오르고 있다.

충청출신인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발탁될 가능성을 점치는 사람들도 있다. 경제정책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는 현시점에서 경제 관료 출신을 기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논리다.

김 전 부총리가 여권과 야권 모두에서 러브콜을 받는 인물인 만큼 중도층의 지지 회복이 절실한 여권으로서는 다음 대선까지 바라본 장기포석으로 김 전 부총리 카드를 활용할 수 있다는 시선도 나온다.

‘경제총리’ 가능성에 방점을 찍는다면 이번 개각 교체대상이기도 한 홍남기 경제부총리의 영전 가능성도 제기된다. 다만 홍 부총리는 예산안 편성 과정에서 재정 건전성 문제를 놓고 민주당과 엇박자를 낸 적이 많아 총리 내정이 쉽지는 않을 것이란 분석도 많다.

역시 충청출신의 이태복 전 보건복지부 장관도 거명된다. 이 전 장관은 김대중 정부에서 청와대 복지노동수석과 복지부 장관을 지냈다.

문 대통령이 내각에 여성비중을 높이겠다고 공약했던 점을 고려하면 상징적으로 여성을 총리에 내정할 수 있다는 시선도 나온다. 과거 김대중, 노무현 정부에서 임기말에 장상, 한명숙 등 여성 총리를 지명한 전례도 있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김영란 전 대법관, 고용노동부 장관을 지낸 4선 김영주 민주당 의원 등이 거명된다.

국면 전환의 필요성 때문에 총리 외에도 다수 장관이 바뀔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재보선에서 정권을 향한 성난 민심을 확인한 만큼 인적교체를 통해 국정쇄신을 꾀해야 할 필요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역대 최장수 경제부총리인 홍남기 부총리도 이번에 교체될 것이란 시각이 우세하다. 후임으로는 은성수 금융위원장과 구윤철 국무조정실장이 거명된다.

이미 사의를 밝힌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도 교체대상이다. 정부의 부동산정책을 놓고 불만이 많은 만큼 국토부 장관은 문 대통령이 가장 인선에 공을 들여야 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추진력 있는 정치인 출신으로는 국회에서 국토위원장을 지낸 4선의 조정식 민주당 의원, 전문성을 갖춘 관료출신으로는 박선호 전 국토부 차관이 꼽힌다.

이밖에 교육부, 해양수산부, 산업통상자원부, 고용노동부 등 임기가 2년을 넘은 부처의 장관도 교체 가능성이 높다.

이 가운데 2019년 4월 임기를 시작한 문성혁 해수부 장관을 제외하면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성윤모 산업부 장관, 이재갑 노동부 장관은 모두 2018년 9~10월에 입각했다.

물론 문 대통령이 국면 전환용 인사를 선호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개각폭이 크지 않을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다만 청와대도 재보선 이후 민심의 동향을 엄중하게 바라보고 있어서 국정쇄신을 위한 인사교체의 필요성에 공감하는 분위기가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문 대통령은 8일 재보선 결과와 관련해 “국민의 질책을 엄중히 받아들인다. 더 낮은 자세, 무거운 책임감으로 국정에 임하겠다”고 말했다고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이 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류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