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승 KB자산운용 대표이사 사장이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에서 두 자릿수 점유율을 노리고 있다.

국내 상장지수펀드 시장은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이 굳건한 2강체제를 이어왔는데 이 사장은 보수를 낮추고 상품을 다양화하는 전략으로 아성에 도전하고 있다. 
 
KB자산운용 상장지수펀드 2강체제 흔든다, 이현승 수수료 인하 공격적

▲ 이현승 KB자산운용 대표이사 사장.


9일 금융권 관계자에 따르면 KB자산운용은 지수추종 상장지수펀드에는 최저수수료 정책을 적용하면서 연금투자자를 비롯한 장기투자자에게 손짓을 보내고 있다.
 
최근 KB자산운용은 세계 최저수수료를 표방하며 'KBSTAR미국스탠다드앤드푸어스(S&P)500ETF'와 'KBSTAR유로스톡스50ETF'를 출시했다.

KBSTAR미국S&P500ETF는 다우지수와 함께 미국 우량주를 대표하는 S&P500지수를 추종한다. KBSTAR유로스톡스50ETF는 유로존의 핵심우량주 50종목으로 구성된 유로스톡스50지수를 추종하는 상품이다.

두 상품의 연간 총보수는 0.021%로 동일지수를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 중 세계 최저 수준이다. 총보수 가운데 사무관리보수는 0.009%, 수탁보수는 0.01%, 판매보수 및 운용보수는 0.001%다.

새상품 출시로 최저보수 전략을 적용한 KB자산운용의 ETF 상품군은 5개로 늘었다. 앞서 KB자산운용은 2월 코스피200, 코스피200TR, 나스닥100 상장지수펀드 보수도 최저수준으로 인하한 바 있다.

대형지수 S&P500, 나스닥100, 코스피 등 지수를 따라가는 상품은 비교적 안정적 수익률을 보여 장기투자자의 수요가 높다. 이에 따라 KB자산운용은 이들 상품에 최저수수료를 적용하는 전략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KB자산운용이 새로 내놓은 두 상품에 적용하고 있는 총보수율 0.021%을 적용하면 1천만 원을 투자한다고 했을 때 수수료는 1년 2천 원, 5년 1만2천 원, 10년 2만7천 원에 불과하다. 이는 연간투자수익률 5%, 이익금 재투자를 가정할 때의 수치다. 

3월 말 KB자산운용의 상장지수펀드 순자산총액은 3조3769억 원으로 전체 시장의 8.2%를 차지하고 있다.

순위는 삼성자산운용(50.1%), 미래에셋자산운용(27.3%)에 이은 3위로 변동이 없지만 올해 들어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이 사장이 2월부터 수수료 인하정책을 본격적으로 펼친 효과를 본 것이다. 2월 코스피200, 코스피200TR, 나스닥100 상장지수펀드의 수수료를 인하한 이후 한달여 만에 KB자산운용의 세 상품에 2천억 원의 자금이 유입된 것으로 나타났다.

2020년까지만 해도 전체 상장지수펀드 시장에서 KB자산운용의 순자산 비중은 6%대 중반을 오가는 수준이었다. 

올해들어 ETF조직을 강화하고 최저수수료 정책 위주로 공격적으로 시장 공략에 나서면서 1월 점유율 6.4%에서 2월 말 7.1%, 3월 말에는 8%대까지 치솟았다.

이 사장은 올해부터 기존 ETF운용본부를 ETF&AI본부로 격상시켰다. ETF&AI본부는 ETF운용실과 ETF전략실, 기획실 등으로 세분화된다. 

ETF운용실을 이끄는 차동호 실장은 최근 KB자산운용이 최저수수료 정책을 펼치며 내놓은 코스피200, 코스피200TR, 나스닥100, KBSTAR미국S&P500, KBSTAR유로스톡스50 등 5개 상장지수펀드를 포함해 85개 펀드를 책임운용하고 있다.

차 실장은 작년까지 ETF운용본부 팀장을 지내다가 올해 운용실장으로 승진했다. 

이 사장은 상장지수펀드 시장에서 상승기세를 이어가 단기적으로 10%대 점유율을 이루고 향후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의 굳건한 2강체제를 무너뜨리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이를 위해 지수추종상품은 수수료를 낮춰 고객을 확보하고 다양한 테마의 주식형 액티브 상장지수펀드 출시를 준비하는 등 투트랙 전략을 지속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공준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