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운아나텍과 텔레칩스가 정부의 차량용 반도체 자립화 의지에 수혜를 볼 것으로 예상된다.

8일 증권업계와 기업신용평가업계 분석을 종합하면 정부가 차량용 반도체산업 역량 강화 및 자립화에 힘을 쏟고 있어 관련 기업들의 사업기회가 넓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동운아나텍 텔레칩스, 차량용 반도체 자립정책에 실적증가 기대품어

▲ 김동철 동운아나텍 대표이사(왼쪽)과 이장규 텔레칩스 대표이사 사장.


산업통상자원부는 7일 '미래차-반도체 연대· 협력협의체' 2차 회의를 열고 자동차와 반도체 기업의 구체적 연대·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이를 통해 국내기업이 개발을 마치고 수요기업(자동차·부품사)과 성능평가를 희망하는 품목을 새롭게 발굴하기로 했다. 

발굴할 품목은 △터치 햅틱 드라이버IC △차량용 메모리 △주행영상기록장치(DVRS) 반도체 △서라운드뷰 모니터링(SVM) 반도체 △인공지능(AI) 컴퓨터모듈용 AP 등 10개다.

최근 공급부족으로 문제가 된 전장시스템제어칩(MCU)은 아니지만 이들은 국내 차량용 반도체산업 역량 강화를 위해 자립화가 필요하고 단기간에 사업화가 가능한 품목들로 평가된다.

정부는 앞으로 추가 수요조사와 사업공고(4~5월 예정), 선정평가위 평가 등을 거쳐 최종 선발된 품목들을 대상으로 우선 올해 400억 원을 '소재부품장비 양산성능 평가지원사업'을 통해 지원하기로 했다. 

인포테인먼트(정보와 오락 결합)용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이미지센서 등 국내 기업이 이미 역량을 갖춘 분야는 중장기 협업방안을 협의하고 있다. 이에 더해 차세대 전력반도체 등 완성차기업의 개발 및 내재화 수요가 있는 분야도 찾는다. 

정부는 차량용 반도체 자립화와 기업사이 협력 촉진을 위해 4월 안에 민·관 합동 '중장기 차량용반도체 기술개발 로드맵'을 수립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강경선 산업부 산업정책실장은 "국내 차량용반도체 관련 기술 개발지원, 인프라 구축, 시제품 제작지원 및 투자지원 강화 등 국내 차량용 반도체산업 역량 강화를 위한 산업정책 추진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정부의 차량용 반도체 자립화 의지에 동운아나텍과 텔레칩스가 수혜를 볼 수 있는 기업으로 꼽힌다. 

동운아나텍은 2006년 설립된 반도체칩 설계와 판매만 전문으로 하는 팹리스기업이다.

반도체칩 설계기술을 바탕으로 카메라 모듈용 자동 초점조절칩(AF Driver IC)을 개발해 세계시장점유율 1위를 유지하고 있다. '팹리스(fabless)'는 공장 없이 반도체 설계와 판매만 전문으로 하는 기업이다. 

2016년 '월드클래스 300'에 선정되기도 했다. 월드클래스 300은 정부가 2011년부터 글로벌 강소기업 300개를 육성하기 위해 시작한 프로젝트다.

2021년 3월19일 공시한 사업보고서를 통해 차량전장용 햅틱 드라이버칩(Haptic Driver IC)과 지문인식 모듈, 디지털 헬스케어 등 신규사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햅틱 드라이버칩은 촉감(진동)을 제공하는 제품으로 다양한 형태의 진동을 구현할 수 있어 모바일 기기, 차량 핸들 조작버튼, 게임기 등 다양한 제품에 쓰일 수 있다. 

동운아나텍의 햅틱 드라이버칩이 2020년 초 현대자동차의 제네시스 스포츠유틸리티 차량(SUV)인 'GV80'에 채용됐다. 동운아나텍이 처음으로 자동차분야 칩을 상용화한 사례다.

동운아나텍은 햅틱 드라이버칩이 앞으로 자동초점조절칩에 이어 회사의 주력제품으로 성장할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박정연 NICE디앤비 연구원은 “햅틱 드라이버칩은 운전자가 운전을 할 때 시각과 청각정보에 의존하는데 여기에 촉각을 더해 더 직관적으로 기기를 조작할 수 있도록 한다”며 “자동차의 다양한 시스템에 확대적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텔레칩스는 1999년 설립된 팹리스로 통신 관련 애플리케이션 제품에 필요한 반도체칩과 솔루션을 개발하고 있다. 연구개발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매출액의 25% 이상을 연구개발에 투자한다. 2017년에는 월드클래스 300기업 가운데 연구개발 투자비율이 가장 높은 기업으로 선정됐다.

텔레칩스는 특히 차량용 인포테인먼트에 사용되는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 높은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다. 차량용 인포테인먼트는 자동차에 탑재되는 오디오, 비디오, 내비게이션 등을 통틀어 일컫는 것이다. 

매출의 70%가량이 현대자동차그룹에서 발생하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 고급차량을 제외한 차량의 인포테인먼트시스템에 텔레칩스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가 적용된다. 

텔레칩스는 세계 최대 가전·IT전시회 CES2018에 참가해 인포테인먼트용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 ‘돌핀+’를 선보였다. 

돌핀+는 디지털계기판, 차량 앞유리 주행정보표시(HUD), 인포테인먼트, 차량을 다양한 각도에서 비춰주는 3D어라운드뷰 등 4개 시스템을 한 번에 구동 할 수 있다.

신지훈 리딩투자증권 연구원은 “텔레칩스는 현대자동차와 기아에서 탑재하는 오디오 플랫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의 80%가량을 공급한다”며 “2021년 두 회사는 매출 증가에 힙입어 실적이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비즈니스포스트 류수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