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과 LG에너지솔루션이 배터리 분쟁과 관련해 운명의 날을 앞두고 있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SK이노베이션에 내린 배터리 수입금지 조치와 관련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결정 시한이 11일로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데스크리포트] 4월 기업 동향과 전망-화학 정유 방산

▲ 김종현 LG에너지솔루션 대표이사 사장(왼쪽)과 김준 SK이노베이션 대표이사 총괄사장.



바이든 대통령의 결정은 SK이노베이션과 LG에너지솔루션은 물론이고 배터리업계 전체의 판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롯데케미칼은 실적 확대의 순풍 속에 수소탱크를 포함한 친환경신사업에서 성장동력 발굴에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한화솔루션은 케미칼부문의 수익성을 높여 태양광과 수소사업 확대에 힘을 줄 것으로 보인다.

한화시스템과 한국항공우주산업은 위성과 도심항공 모빌리티에서 성장동력을 찾고 있다.

<화학 정유>

◆ SK이노베이션


SK이노베이션이 LG에너지솔루션과 벌이는 배터리 소송전의 향방이 4월11일 안에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SK이노베이션에 내린 수입금지 조치와 관련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시한 내 거부권을 행사할지를 두고 배터리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국제무역위 영업비밀침해 소송에서 LG에너지솔루션에 져 미국에 배터리 수입금지를 당한 처지에서 특허침해 소송까지 패소한다면 자칫 미국에서 사업을 접어야 할 처지에 놓일 수도 있었다. 

다만 특허침해 소송에서는 이겨 최악의 상황에 몰리는 일을 피하며 미국 정치권을 상대로 거부권 행사를 설득할 명분을 얻을 수 있게 됐다.

바이든 대통령이 미국 전기차시장 육성에서 나선 상황에서 SK이노베이션은 배터리 공급망 안정을 명분으로 막판까지 거부권 행사를 이끌어내는 데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예상된다.

바이든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더라도 SK이노베이션이 어떤 형태로든 미국 행정부와 정치권의 개입을 이끌어낼 수 있다면 의미가 있을 수 있다. LG에너지솔루션에 합의를 종용하는 분위기가 형성된다면 이전보다는 조금 나아진 위치에서 협상을 추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두 회사의 협상 과정에서 5월 코스피 상장을 앞둔 SK이노베이션의 자회사 SK아이이테크놀로지 지분이 합의를 이끌어 낼 열쇠가 될 가능성도 나온다.

SK이노베이션은 LG에너지솔루션과 합의금 규모에서 현재 의견차이가 크다. SK이노베이션이 분리막기술로 기업가치를 높게 평가받는 SK아이이테크놀로지 지분을 LG에너지솔루션에 일부 넘긴다면 두 회사가 배터리사업에서 협력해 시너지를 내는 길이 열릴 수도 있다. 

◆ LG에너지솔루션

LG에너지솔루션 역시 배터리 분쟁과 관련한 미국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가능성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을 최대한 압박하며 영업비밀 침해와 관련한 협상에서 많은 것을 얻어 내야 하는데 바이든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협상력에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에 더해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기업공개를 앞두고 최대 100조 원으로 추산되는 기업가치를 지켜야 내야하는 과제도 안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현대자동차 코나뿐 아니라 르노와 폴크스바겐 같은 주요 자동차업체에 선제적 전기차배터리 리콜조치를 시행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며 배터리 품질과 관련한 평판에 부담을 느낄 것으로 예상된다.

배터리업계에서는 최근 폴크스바겐 그룹이 유럽에서 노스볼트와 협력해 배터리 내재화 선언을 한 데는 배터리 품질의 신뢰문제도 일부 반영된 것이라는 시선이 나온다.

LG에너지솔루션은 하반기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있다. 하지만 폴크스바겐의 배터리 내재화 발표 이후 예상 기업가치가 낮아질 것이라는 시선이 나온다.  

증권업계에선 기존에 LG에너지솔루션 기업가치를 50조~100조 원으로 추정됐는데 지금은 이 범위에서 높은 수준의 평가를 받는 것은 어려워지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LG에너지솔루션으로서는 사업 신뢰도와 성장 기대감을 회복하는 일이 시급하다

◆ 롯데케미칼

롯데케미칼은 올해 전방산업 경기회복과 주력 충남 대산 공장의 완전가동, 주요제품의 가격 상승에 힘입어 실적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유안타증권에 따르면 롯데케미칼은 올해 연결기준으로 매출 19조5천억 원, 영업이익 1조9천억 원을 낼 것으로 예상됐다. 지난해보다 매출은 59.6%, 영업이익은 439.2% 늘어나는 것이다.

하지만 석유화학 업황은 언제든지 바뀔 수 있어 롯데케미칼은 세계적 친환경기조 확산에 발맞춰 미래 성장동력 발굴에 고삐를 죌 것으로 보인다.

롯데케미칼은 차량용 수소탱크 개발에 성공한 뒤 국제 안정성 인증(GTR)을 추진 중이다. 국제인증을 받으면 수소탱크 상용화에 속도가 날 수 있다. 

이밖에 그린수소사업을 비롯한 친환경사업 확대에도 시동을 걸 것으로 예상된다. 롯데케미칼의 기업가치를 가늠해 보기 위해선 본업에서 실적 이상으로 미래 성장동력 확보가 얼마나 빠르게 진행되느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 한화솔루션

한화솔루션은 주요 사업인 큐셀부문(태양광)과 케미칼부문의 사업 전망이 모두 밝다.

태양광부문에선 주요 원재료인 웨이퍼와 유리 가격이 2분기를 기점으로 하향 안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태양광모듈 원가에서 웨이퍼가 30%, 유리가 18~19%를 차지하고 있다.

한화솔루션 큐셀부문은 지난해 4분기 원재료 비용부담으로 영업손실을 봤던 터라 원재료 가격 하락이라는 시장 환경변화가 반가울 수밖에 없다.

이에 맞춰 기존보다 성능이 향상된 태양광모듈 신제품을 출시해 올해 수익성 개선을 이룰 공산이 커 보인다. 

케미칼부문도 올해 순항이 예상된다. 폴리염화비닐(PVC), 폴리올레핀(PO) 등 주요제품 가격 상승에 더해 핵심원료를 자체 생산해 수익성을 높일 것으로 보인다.

한화솔루션은 태앙광뿐 아니라 미래 성장동력으로 점찍은 수소사업 투자에도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주력 케미칼부문의 수익성이 높아지면 차세대 태양광모듈 개발과 수소사업도 든든하게 뒷받침할 수 있다.

<방산>

◆ 한화시스템


한화시스템은 위성통신과 도심항공 모빌리티 등 미래사업 육성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저궤도 위성통신체계를 구축하고 에어모빌리티 기체와 인프라·관제·서비스 및 항공물류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저궤도 위성통신체계 정식서비스와 도심항공 모빌리티 시범서비스를 2025년에 내놓는다는 계획을 세웠다.

한화시스템은 새로 투자하는 사업을 포함해 2030년까지 매출 23조 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도 공개했다. 이는 한화시스템의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 1조6천억 원의 14배에 이른다.

이에 필요한 재원 조달을 위해 1조2천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추진한다. 

한화시스템의 1대주주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2대주주인 에이치솔루션이 유상증자 참여 의사를 신속히 밝혔다. 에이치솔루션은 김동관 한화솔루션 대표이사 사장 등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세 아들이 지분 100%를 지닌 회사다. 

특히 에이치솔루션은 김동관 사장 등 오너일가 3형제가 그룹 경영권을 승계하는 데 필요한 자금줄로도 평가된다. 하지만 에이치솔루션은 한화시스템 지분을 매각해 현금을 확보하는 대신에 유상증자에 참여했다. 한화시스템의 성장성에 베팅을 했다고 볼 수 있다. 

한화시스템의 신사업에 한화그룹 차원의 힘이 실리고 있다는 점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한국항공우주산업

2030년 매출 10조 원 달성. 한국항공우주산업이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내놓은 매출목표다.

한국항공우주산업은 지난해 연결기준으로 매출 2조8천억 원을 냈다. 10년 안에 외형을 3배 이상 키우겠다는 것인데 그 중심엔 위성과 도심항공 모빌리티 등 미래사업이 있다.

한국항공우주산업은 차세대 중형위성사업에서 핵심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1호 개발 때 한국항공우주연구원으로부터 기술을 이전받아 앞으로 2~5호의 시스템 설계부터 본체 개발, 제작, 조립, 시험 및 발사를 총괄하며 사업을 주관한다.

차세대 중형위성사업에는 한국항공우주산업뿐 아니라 한화, 한화시스템, 쎄트렉아이, 두원중공업 등 국내 주요 위성사업 관련 민간업체가 다수 참여한다.

한국항공우주산업은 차세대 중형위성사업의 구심점 역할을 맡아 우주사업 확대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도심항공 모빌리티에서도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한국항공우주산업은 "도심항공 모빌리티는 결국 비행체이고 대한민국에서 비행체를 가장 잘하는 업체는 한국항공우주산업이다”이라고 말할 정도다.

앞으로 한국항공우주산업을 바라보는 관점은 방위산업이 아니라 도심항공과 위성에 둬야 할 수도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박창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