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넥스가 합성의약품 임의제조 논란으로 불거진 위기설을 잠재우기 위해 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CMO)사업에 더욱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향후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징계처분을 받아 합성의약품 제조가 중단되더라도 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사업으로 안정적 수익을 유지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이혁종 바이넥스 대표이사 사장.

▲ 이혁종 바이넥스 대표이사 사장.


6일 바이넥스에 따르면 4월부터 오송 공장의 5천 리터 규모의 바이오의약품 생산라인을 처음 가동하면서 위탁생산사업을 본격적으로 확대한다.

국내 바이오기업인 파멥신의 항암제 '올린베시맙' 생산이 가장 먼저 이뤄지게 된다.

바이넥스는 2020년 6월 파멥신과 올린베시맙의 임상용 의약품을 생산하기로 계약을 맺은 뒤 8월에는 의약품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오송 공장의 5천 리터 규모의 생산라인을 활용하기로 합의했다.

바이넥스는 파멥신이 올린베시맙을 대장암, 유방암 등 다양한 암종으로 적응증을 확대 개발하고 있기 때문에 향후에는 상업용 의약품 생산까지 맡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올린베시맙 이외에 러시아 백신 스푸트니크V의 위탁생산도 오송 공장의 5천 리터 생산라인에서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바이넥스는 최근 한국코러스제약, 이수앱지스 등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최대 5억 도스 가량의 스푸트니크V 위탁생산계약을 따내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컨소시업업체 가운데 이수앱지스가 3월 말 한국코러스제약으로부터 처음 스푸트니크V의 기술이전을 받고 시험생산에 들어가는 등 위탁생산계약 체결 가능성이 한층 높아지고 있어 바이넥스도 조만간 기술이전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바이넥스 관계자는 "아직 본계약이 체결되지 않았지만 현재 러시아 측과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면서 "이수앱지스를 시작으로 순차적으로 스푸트니크V의 기술이전이 진행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바이넥스는 현재 송도 공장 연간 5천 리터(1천 리터 생산라인 4개, 500리터 생산라인 2개), 오송 공장 연간 7천 리터(5천 리터 생산라인 1개, 1천 리터 생산라인 2개) 규모의 바이오의약품 생산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이미 제넥신과 코로나19 백신을 포함한 다양한 임상용 DNA 예방백신 생산에 협력하고 있으며 유한양행, 에이비엘바이오, 유틸렉스, 다국적 제약사 베링거인겔하임 등도 주요 고객사로 두고 있다.

바이넥스는 이런 고객사들의 바이오의약품을 위탁생산하며 송도 공장과 오송 공장의 손익분기점을 달성한 것으로 알려진 만큼 오송 공장의 5천 리터 생산라인이 본격 가동되면 앞으로 매출규모는 더욱 가파르게 증가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3월 초 식약처는 바이넥스가 자체생산하는 6개 의약품과 위탁생산하는 32개 의약품에 관해 기존의 허가 또는 신고한 내용과 다르게 제조해 약사법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조사가 완료될 때까지 제조 및 판매중단을 처분했다.

제약바이오업계에서는 식약처가 4월 안에 최종적으로 바이넥스에 제조업무 정지처분 3개월을 내릴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

이렇게 되면 문제가 된 의약품목 수는 모두 38개에 이르지만 연간 매출규모는 25억 원 수준에 그치는 것으로 알려져 생산을 일시 중단하더라도 바이넥스 매출에는 큰 타격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바이넥스는 한국제약바이오협회로부터 회원사 자격정지도 처분받았다. 

협회가 주관하는 교육, 정부 정책에 관한 의견 수렴 절차에 참여할 기회가 제한되고 협회 내 중요사항 결정에 관한 의결권 등도 행사할 수 없게 된 것이다.

하지만 당초 협회가 바이넥스를 회원사에서 퇴출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왔던 것과 달리 자격정지 처분에 그친 것은 바이넥스가 임의제조한 의약품을 두고 식약처가 ‘인체 유해성은 적을 것’이라고 판단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바이넥스의 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사업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8년 28.5%에서 2020년 36.7%로 확대되고 있지만 여전히 합성의약품사업의 비중이 더 크다.

바이넥스는 2020년 매출 1330억 원을 거뒀는데 바이오의약품 사업에서 488억 원, 합성의약품사업에서 842억 원을 올렸다.

바이넥스는 최근 비중이 커지고 있는 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사업 못지 않게 합성의약품 위탁생산사업 규모도 확대하기 위해 부산에 합성의약품 제조공장을 추가로 짓고 있다.

다만 이번 사태를 계기로 바이넥스는 재발방지를 위한 방안 마련에도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넥스 관계자는 "잘못을 겸허히 수용하며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며 "부산에 짓는 합성의약품공장에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비용이 많이 들더라도 자동화시스템을 도입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영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