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와 LG전자가 인공지능(AI)분야 동맹을 통한 협업의 성과를 사업화하는 데 속도를 내고 있다.

구현모 KT 대표이사 사장과 권봉석 LG전자 대표이사 사장이 모든 산업이 디지털로 탈바꿈하는 시대에 각자의 강점을 합쳐 고객과 밀접한 스마트홈분야부터 사물인터넷(IoT) 생태계 선점에 나선다.
 
KT LG전자 인공지능 협업 하나씩 구체화, 구현모 권봉석 동맹 진척

구현모 KT 대표이사 사장(왼쪽)과 권봉석 LG전자 대표이사 사장.


6일 KT와 LG전자는 각자의 인공지능 플랫폼인 기가지니, LG씽큐가 하나로 연동되는 인터페이스와 인공지능서비스를 개발해 이를 사업화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두 그룹은 우선 LG씽큐를 토대로 한 LG전자의 스마트홈 디스플레이제품 ‘스마트미러’에 기가지니를 연동하는 기술을 선보였다. 

LG전자 스마트미러에서 기가지니가 제공하는 뉴스와 지식검색, 지니뮤직 등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방식이다.

KT 관계자는 “LG전자의 스마트미러가 냉장고 등 주방, 화장실, 화장대 등 여러 공간의 제품들에 들어갈 수 있다"며 "이번 스마트미러 연동 외에도 LG전자의 다양한 제품들에 기가지니를 적용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상용화 구체적 시점을 아직 공개하기 어렵지만 관련 논의를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통신업계에서는 KT 기가지니의 280만 가입자 기반과 LG전자의 가전시장 입지를 생각할 때 두 회사의 연합은 스마트홈시장에서 '1+1=2'를 넘어서는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라는 시선이 나온다.

구현모 사장은 KT 대표에 오른 뒤부터 국내 1위 규모의 가입자를 확보하고 있는 기가지니를 중심으로 인공지능시장에서 ‘KT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구 사장은 인공지능 경쟁력 우위를 바탕으로 KT를 통신기업에서 벗어난 디지털플랫폼기업으로 도약시키겠다는 포부를 밝혀왔다.

다가오는 스마트시대는 소비자가 집 안의 가전제품을 제어하고 자율주행차량을 집 앞에 대기시키고 그의 취향에 맞는 추천음악을 들으며 그의 상황에 맞는 금융상품을 추천받는 등 일상생활에서 다양한 활동들을 기가지니 생태계에서 하게 만들겠다는 것이다.

다만 현재 KT의 기가지니서비스는 TV 옆에서 인터넷tv인 올레tv를 실행시키고 인공지능에 바탕한 영화, 드라마를 추천하는 등 미디어부분 쪽에 활용도가 치우쳐 있다. KT 회계에서도 기가지니를 통한 매출은 미디어부문에 편입된다.

LG전자와 협업으로 기가지니가 TV 옆에서 벗어나 구 사장의 구상대로 사물인터넷(IoT)시장에서 저변을 확대하는 데 큰 보탬이 될 것으로 보인다.

기가지니가 LG전자의 가전제품들에 들어가면서 가정 전체의 사물인터넷기기들을 제어하는 ‘허브’로 역할을 키울 수 있는 셈이다.

애초 인공지능분야는 기술이나 적용분야 등을 생각할 때 어느 한 기업의 힘으로 경쟁력을 쌓아갈 수 있는 영역이 아니라는 평가를 받는다.

스마트시대 인공지능 기술은 가전, 자동차, 의료, 게임, 조선, 건축 등 다양한 산업분야에 적용되고 있고 아직 기술적으로도 미지의 영역이 더 많기 때문이다.

새로운 영역을 개발하는 것인 만큼 데이터와 정보 교류, 합동연구의 시너지가 기존 산업영역보다 크게 나타날 수 있다.

구 사장이 스마트홈, 스마트시티, 스마트팩토리, 커넥티드카 등 스마트시대 인공지능 경쟁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KT 내부에서 인공지능 전문조직을 만들고 자체 인력을 구성하는 것만큼이나 외부 협업에 힘을 쏟은 이유도 이런 점에 있다.

구 사장은 KT 대표에 선임되자마자 2020년 2월 인공지능분야 산학연 협의체 ‘AI 원팀’을 만들고 LG전자, LG유플러스 등을 비롯해 다양한 산업분야 기업과 기관들을 파트너로 끌어와 인공지능분야 기술연구와 사업화에 공을 들여왔다.

통신기업에게 인터넷을 연결시킨 지능형 서비스를 핵심으로 하는 사물인터넷시장은 놓칠 수 없는 새로운 먹거리다.

장민준 키움증권 연구원은 “5G가입자 성장과 함께 사물인터넷시장도 의미있는 성장을 시작하고 있다”며 “스마트홈, 스마트시티 등을 포함한 사물인터넷시장은 주도권이 어느 산업에 있다기보다 다양한 산업 사이 협업을 하는 형태로 진행할 것으로 예상되고 특히 통신기업에게는 매출 성장의 기회요인으로 판단된다”고 바라봤다.

LG전자도 KT와 인공지능 협력으로 주력인 가전사업분야 경쟁력 확보에 힘을 얻을 것으로 예상된다.

LG전자는 최근 스마트폰사업에서 철수하면서 전장사업을 강화하고 기존 가전사업 영역을 확대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특히 가전부문에서 인공지능에 바탕해 가전관리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LG씽큐 등과 관련해 새로운 사업모델을 개발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LG전자는 앞서 2020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0’에서 인공지능 브랜드 LG씽큐의 다양한 서비스를 보여주는 LG씽큐존을 선보이며 4차산업혁명시대에 발맞춰 인공지능으로 새로운 시대를 열겠다는 비전을 내놓았다.
 
LG전자는 KT 기가지니 플랫폼과 AI원팀을 통한 인공지능기술, 서비스 공동개발을 통해 더 많은 인공지능 기능과 서비스를 지원하면서 스마트가전시장에서 경쟁력을 키우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LG전자는 이미 KT와 사물인터넷기기가 클라우드를 거치지 않고 인공지능을 수행하는 자체 인공지능칩 활용에도 협업하고 있다.

권봉석 LG전자 대표이사 사장은 "고객가치 기반의 혁신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사업적으로 의미있는 성과를 만들어 나갈 수 있도록 AI원팀과 협력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