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MC 기술 알리는 행사 잡아, 파운드리 경쟁 삼성전자 대응도 주목

▲ TSMC가 6월 기술 심포지엄을 열고 고객들에게 반도체기술을 소개한다. < TSMC 홈페이지 갈무리 >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기업 TSMC가 곧 공식행사를 통해 고객들에게 최신 반도체기술을 선보인다는 계획을 세워 삼성전자가 어떻게 대응할지 주목된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코로나19 영향으로 파운드리행사를 건너뛰었다. 올해도 행사가 개최될 수 있을지는 기약이 없다.

하지만 최근 국제 정세의 영향으로 파운드리기업과 고객사의 만남이 어느 때보다도 중요해진 만큼 삼성전자의 고민이 깊을 것으로 보인다.

5일 TSMC에 따르면 6월1일부터 2일까지 온라인으로 ‘2021 기술 심포지엄’을 개최한다. 

기술 심포지엄은 TSMC가 해마다 세계 고객사와 협력사 등을 대상으로 반도체사업 로드맵을 공유하는 행사를 말한다. 2020년 행사에서 코로나19 확산으로 온라인 방식이 처음 도입됐다. 

TSMC는 이번 행사를 통해 3나노급 이상 공정기술과 반도체 생산능력 확대계획 등을 알리기로 했다. 시장에서는 특히 TSMC가 애플 등과 함께 개발하는 것으로 알려진 2나노급 공정에 가장 관심을 두고 있다.

TSMC와 삼성전자가 2022년 양산에 들어가는 3나노급 공정은 어떤 기술이 채택될지, 이전 공정과 비교해 반도체 성능은 얼마나 개선되는지 등이 대략적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2나노급 공정에 관한 정보는 아직 대부분이 안갯속이다.

TSMC는 지난해 기술 심포지엄에서 22조 원 규모의 2나노급 반도체공장을 건설해 2024년 양산을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6월 행사에서는 전력 효율과 트랜지스터 밀도의 개선폭 등 2나노급 반도체 자체의 사양을 일부 공개할 공산이 크다.

반도체 성능을 높이기 위해 경쟁하는 글로벌 고객사의 시선이 TSMC에 쏠릴 것으로 예상되는 대목이다. 2020년 기술 심포지엄에는 5천여 명의 반도체업계 관계자가 함께했다.

삼성전자도 TSMC 기술 심포지엄과 비슷한 행사 ‘삼성 파운드리포럼’을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삼성전자에 따르면 기술 심포지엄과 달리 파운드리 포럼은 아직 행사 개최 여부나 일정 등이 정해지지 않았다. 코로나19 확산세가 가라앉지 않은 상황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파운드리포럼은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가 시스템LSI사업부로부터 분리된 2017년 이후 해마다 개최됐다. 2019년 미국에서 열린 파운드리포럼은 글로벌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기업) 고객과 협력사 800여 명을 모았다.

그러나 2020년 행사는 코로나19로 무기한 연기돼 결국 열리지 못했다.
TSMC 기술 알리는 행사 잡아, 파운드리 경쟁 삼성전자 대응도 주목

▲ 2019년 5월 미국 산타클라라 메리어트호텔에서 삼성 파운드리 포럼이 열리고 있다. <삼성전자>

삼성전자에 다른 파운드리 관련 행사가 없는 것은 아니다. 파운드리 포럼과 함께 ‘삼성 파운드리 생태계(SAFE, 세이프)포럼’이 해마다 열린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1월 온라인으로 세이프포럼을 개최했다.

다만 이 행사는 파운드리 포럼과 성격이 달라 고객사 유치의 효과가 비교적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는다. 삼성전자보다 협력사가 중심이 되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파운드리포럼이 삼성의 기술 로드맵과 장점을 고객들에게 소개하는 행사라면 세이프포럼은 삼성의 검증을 마친 설계 지원 솔루션을 협력사들이 직접 고객들에게 상세히 제시함으로써 더욱 심도 깊고 효율적 협업이 이뤄질 수 있도록 마련된 자리다”고 설명한다.

지난해 11월 온라인으로 열린 ‘2020 투자자포럼’행사 역시 파운드리사업만을 위한 자리는 아니었다. 당시 파운드리 미세공정과 패키징기술뿐 아니라 D램, 낸드플래시, 이미지센서 등 여러 반도체 분야가 다뤄졌다.

파운드리사업은 미리 만들어 놓은 반도체를 파는 것이 아니라 고객사에게 주문받은 물량만큼을 생산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고객사를 확보하는 일이 가장 우선돼야 하는 셈이다.

삼성전자는 현재 파운드리시장 2위에 있지만 1위 TSMC와 격차가 크다. 시장 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파운드리시장 점유율은 TSMC 54%, 삼성전자 17% 등으로 집계됐다.

고객사에게 반도체기술을 알리는 행사는 TSMC보다 삼성전자에 더 필요한 것일 수 있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미국과 중국, 유럽 등을 중심으로 반도체 자체생산을 추진하는 움직임이 강해지는 상황도 삼성전자 등 파운드리기업과 고객사 사이 협력의 중요성을 키우고 있다.

중국은 2015년 300조 원 수준의 투자를 통해 2025년까지 반도체 자급률 70%를 달성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300조 원은 삼성전자가 당시까지 반도체에 투자한 금액과 맞먹는다.

미국은 최근 반도체산업 지원법안을 상정해 관련 연구개발에 228억 달러 지원, 시설투자의 40% 세액공제 등을 추진하고 있다. 유럽연합 역시 최대 500억 유로 규모의 투자계획을 내놨다. [비즈니스포스트 임한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