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피아'의 손길이 혁신금융업종에도 뻗치고 있다.

금피아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등 금융당국 관료와 마피아를 합친 말이다. 대표적 인허가산업인 금융회사에 금융관료 출신이 사외이사 등을 통해 자리를 잡는 일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카카오뱅크-진웅섭 삼성증권-임종룡, 둥지 가리는 절제 너무 아쉽다

▲ 진웅섭 전 금융감독원 원장.


하지만 혁신금융 바람을 타고 각종 인허가규제가 늘고 금융소비자보호법 시행 등 소비자보호 이슈로 관련 제재도 늘어나면서 금융사들이 방패막이로 금융관료 출신을 영입하는 일이 더욱 늘어나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3월 말 주주총회에서 진웅섭 전 금감원장을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혁신금융으로 일컬어지는 인터넷전문은행에도 전직 금융감독원장 출신이 자리를 잡은 것이다.

진 전 금감원장은 2017년 9월6일 금감원을 떠났으니 취업제한 기간 3년을 이미 넘겨 법적으로 문제는 없다.  

하지만 카카오뱅크가 놓인 상황에 비춰보면 진 전 금감원장을 영입한 시점이 공교롭다. 

카카오뱅크는 올해 금감원 종합검사, 바젤Ⅲ 적용 등 금융당국의 규제를 본격적으로 받게 된다.

최근 금융위원회로부터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취지에 부합하지 않게 출범 이후 중저신용자를 대상으로 한 중금리대출에 소홀하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규제의 칼날을 피하기 위한 방패막이로 금감원장을 지낸 인사를 영입했다는 논란을 피하기는 쉽지 않은 셈이다.

금융관료 출신을 사외이사로 영입하는 것은 카카오뱅크만의 일은 아니다. 최근 금융당국이 사모펀드 사태 등에 대응해 금융회사 규제를 강화하는 기조를 이어가며 금융당국 출신 영입은 더 활발해지고 있다.

삼성증권은 3월 주주총회에서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을 사외이사로 선임했고 KB증권은 민병현 전 금융감독원 부원장보를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삼성증권과 KB증권도 각각 이재용 부회장의 삼성승계와 관련한 징계, 라임펀드 판매와 관련한 징계 등 금융당국과 굵직한 사안이 얽혀있다.

금융협회장도 이미 관료출신이 대부분 독차지하고 있다. 저축은행중앙회, 여신금융협회, 은행연합회, 손해보험협회, 생명보험협회, 금융투자협회 등 금융협회 6곳 가운데 민간출신 협회장은 나재철 금융투자협회장이 유일하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 5월만 하더라도 6대 금융협회장은 모두 민간출신이 차지하고 있었다.

금융협회장이 각 금융업계를 대변하는 자리인 만큼 그나마 이해가 전혀 안가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개별 금융회사에, 그것도 금융당국 전직 수장들이 나란히 사외이사 자리를 꿰찬 것은 볼썽 사나운 일이다. 진 전 원장과 임 전 위원장은 금융권에서 영향력이 막강한, 금피아란 비유에 빗대자면 금피아 중에서도 우두머리 격인 셈이다.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이 최근 금감원으로부터 받은 '2016~2020년 퇴직자 재취업 현황'에 따르면 재취업한 4급 이상 직원 79명 가운데 54명이 금융권으로 이동한 것으로 집계됐다. 금감원 퇴직자 10명 가운데 7명은 민간금융사에 재취업했다는 얘기다. 

금감원 출신들이 금융권으로 재취업해 오랜기간 금융감독 업무를 맡으며 쌓아온 전문성을 활용할 수도 있다고 좋게 봐줄 수도 있지만 인적 네트워크를 활용해 금융회사의 방패막이 역할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가 훨씬 크다. 

금융산업은 대표적인 규제산업으로 꼽힌다. 정부와 금융당국의 규제에 따라 휘청일 수 있다.

금융회사 입장에서 금융당국이 금융소비자보호법 등 규제를 강화하는 만큼 관련 업무를 잘 알고 있는 금융당국 출신을 선호하는 것은 당연한 심리일 수 있다. 

하지만 우려되는 점은 방패가 너무 단단할까봐가 아니다. 칼이 방패 앞에 무뎌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비즈니스포스트 윤종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