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정애 환경부 장관이 25개 지자체와 함께 '스마트그린도시'사업을 본격화한다.

탄소중립이라는 대장정을 위한 밑돌 하나를 놓은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환경부 스마트그린도시 본격화, 한정애 생활속 탄소중립 위한 첫발

한정애 환경부 장관.


한정애 환경부 장관은 30일 경기 화성시 모두누림문화센터 누리아트홀에서 25개 스마트 그린도시 대상 지자체와 성공적 사업 추진을 위한 협약을 맺고 비전 선포식을 열었다.

이날 비전 선포식에는 한 장관을 비롯해 송옥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위원장과 최문순 강원도지사, 원희룡 제주특별자치도지사, 서철모 화성시장을 포함한 8명의 스마트 그린도시 대상 지자체장이 참석했다.

이들은 스마트 그린도시사업의 본격 시작을 위해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협력을 강화하며 지역이 대한민국 탄소중립 이행에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한 장관은 비전 선포식에서 "기후위기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생활하고 있는 삶의 공간부터 친환경적으로 변해야 한다”며 “환경부도 스마트그린도시가 단기사업으로 그치지 않고 탄소중립이 모든 국토에 확산될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스마트그린도시는 2020년 7월14일 발표된 한국판 뉴딜정책 가운데 하나인 그린뉴딜에 포함된 사업이다. 스마트기술을 활용한 도시의 녹색 생태계 회복을 목표로 한다.

이는 물, 대기, 자원순환 등 다양한 환경분야 사업들을 종합적으로 펼쳐 마을 단위에서 친환경공간을 구축한다는 것을 뼈대로 하는 사업이다. 지역이 중심이 돼 사업을 구상·시행하고 중앙정부는 지역의 기후, 환경문제에 관한 진단을 실시하고 재정적으로 지원한다.

4개 지자체 대표들은 이날 맞춤형 스마트그린도시 사업계획을 구체적으로 밝히며 공유하기도 했다.

강원도는 5개군(철원·화천·양구·인제·고성)과 군유휴지를 환경교육의 장으로 활용한다. 환경정보 자동측정·알림시스템 구축으로 생태평화 기후탄력벨트도 조성한다.

제주도는 쓰레기중량제 도입과 수집·운반체계 개선으로 자원순환을 촉진하고 용천수를 활용해 물순환 체계를 구축해 생태교육과 연계한다. 

화성시는 시화호와 비봉습지 연결 기능을 강화하고 지하화 쓰레기통, 미세먼지 자동 저감시설을 도입해 친환경도시를 만든다는 계획을 세웠다. 지하화 쓰레기통은 쓰레기통을 지하에 두고 수거하는 시스템을 말한다.

상주시는 도로에 물을 뿌려 기온과 미세먼지 농도를 낮추는 장치(쿨링로드 등)를 설치하여 미세먼지와 폭염에 대비하고 빗물을 재이용한다.

앞서 정부는 2020년 8월28일 지자체를 대상으로 한 사업설명회를 열어 스마트그린도시 사업계획을 설명했다.

2020년 9월9일부터는 스마트그린도시 선정을 위한 공모작업을 시작해 같은 해 11월30일 접수를 마감하고 서면·현장·종합평가를 벌였다.

이에 정부는 지난해 12월 사업 실현타당성 검토와 전문가 자문을 거쳐 투자규모와 25개 지역을 선정하고 시행계획을 확정했다. 이를 토대로 올해부터 내년까지 종합선도형 5곳에 각 167억 원, 문제해결형 20곳에는 각각 100억 원을 투자한다.

한정애 장관이 스마트그린도시사업을 본격화하는 배경에는 2021년이 탄소중립 선언을 행동으로 만들어야 하는 첫해라는 점이 자리잡고 있다.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파리기후변화협약은 2021년부터 적용된다. 정부는 2030년 배출전망치(BAU, 특별한 감축 노력을 하지 않을 경우 예상되는 미래의 배출량)와 비교해 37%를 줄이겠다는 내용의 감축목표를 2015년 6월 제출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2050년 탄소중립'을 선언하고 연말에는 장기저탄소발전전략(LEDS)을 UN에 제출해 탄소중립 달성 의지를 국제사회에 알리기도 했다.

바이든 미 대통령도 1월20일 취임 첫날 행정명령을 통해 파리협약에 재가입해 신기후체제에 힘을 실었다.

현재는 한국을 비롯한 120여 개 국가가 이산화탄소의 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탄소중립을 선언하거나 추진 중이다.

문 대통령의 그린뉴딜정책 실천 의지도 강하다.

문 대통령은 3월19일 ‘에너지 전환과 그린뉴딜 전략보고’ 행사에 참석해 2021년을 대한민국 그린 전환의 원년으로 삼겠다고 말하며 그린뉴딜 정책의 본격화 의지를 보였다. 그는 이 행사에서 "그린뉴딜만이 생존의 길이라는 비상한 각오로 정치, 경제, 사회, 문화를 재정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해외의 스마트그린도시 성공사례로 영국의 베딩톤 제로에너지단지를 들 수 있다.

베딩톤 제로에너지단지는 영국 런던 남쪽의 서턴 지역에 지어진 영국 최초의 친환경 주거단지로 2002년에 완공됐다. 화석 연료 사용 제로를 목적으로 하는 '제로에너지 주거단지'의 모범적 사례로 손꼽힌다.

82가구의 주거공간과 일부 사무공간으로 구성됐고 베드제드(BedZED)라고 불린다.

베딩톤 제로에너지단지의 건물들은 자체적으로 생산한 재생에너지로만 필요 에너지를 충당한다. 최첨단 신기술을 도입하기보다는 이미 검증된 친환경기술을 최대한 적용했다.

건축자재는 모두 근처 역에 버려진 철로나 폐목재, 폐플라스틱 등과 같은 재활용 자재를 사용했고 자재를 운반할 때 발생되는 이산화탄소를 줄이기 위해 될 수 있으면 인근에서 구할 수 있는 재료를 최대한 활용했다.

베딩톤 제로에너지단지는 주민들의 노력으로 지속가능한 주거형태를 선보이고 있어 환경부가 추구하는 지역주도형 스마트그린도시 모범사례로 꼽힌다.

환경부 관계자는 "도시의 지속가능한 녹색 전환을 위해서는 정부주도의 사전 재원배분제도(Top-down) 방식보다 지역주도 방식이 적정하다"며 "지역 커뮤니티 기반의 에너지 독립계획 실천을 통해 기후변화와 에너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해외사례를 참고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정용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