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가 곧 개막한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프로야구와 연계한 엔터테인먼트와 쇼핑의 결합을 어떻게 보여줄지 시선이 몰린다.

정 부회장은 볼거리와 즐길거리를 동시에 제공하는 복합쇼핑몰을 통해 오프라인 유통사업의 한계를 벗어나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프로야구 열린다, 정용진 이마트와 SSG랜더스 결합 어떻게 보여줄까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28일 신세계그룹에 따르면 프로야구단 SSG랜더스와 함께 인천 문학경기장 이름을 인천SSG랜더스필드로 바꾸고 이 일대 상업시설을 신세계푸드를 비롯한 신세계 및 이마트 계열사 매장으로 채워가기로 했다.

이마트 측은 1월 프로야구 SK와이번스구단을 인수하면서 “야구장을 다양한 서비스가 모여 있는 라이프 스타일센터로 변화시키겠다”고 말했다.

문학경기장을 스포츠와 연계한 복합쇼핑몰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이런 시도는 유통 선진국인 미국에서는 흔한 일이다. 미국에서는 스포츠경기장에 레스토랑과 쇼핑, 숙박, 놀이 및 문화시설을 더한 새로운 형태의 쇼핑몰이 자리잡고 있다.

미국의 쇼핑몰들은 쇼핑과 엔터테인먼트를 결합한 매장전략을 앞세워 체험형 콘텐츠를 강화하고 여러 볼거리와 즐길거리를 동시에 제공해 고객을 끌어모은다. 

쇼핑몰과 스포츠를 결합한 사례도 발견된다. 미국 ‘애틀랜타 브레이브스’ 야구단을 보유한 리버티미디어그룹은 6억2200만 달러(약 7천억 원)를 투자해 세계에서 20번째로 비싼 경기장을 지은 뒤 구단 홈구장 인근에 복합쇼핑몰 ‘배터리 애틀랜타’를 지어 야구팬들을 쇼핑객으로 끌어들이는데 성공했고 그 수익금으로 야구단 운영비용 등을 충당하고 있다.

정 부회장은 그동안 여러 차례 미국 방문을 통해 유통 신사업을 위한 영감을 얻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 도입한 스타벅스, 스타필드 등 여러 신사업들이 정 부회장의 미국 거주경험과 방문을 통해 만들어졌다.

정 부회장은 2016년 쇼핑에 레저·엔터테인먼트 등 콘텐츠를 결합한 복합쇼핑몰사업을 그룹의 신성장동력으로 삼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정 부회장은 당시 ‘스타필드하남’ 개장식에서 “앞으로 유통업 경쟁상대는 테마파크나 야구장이 될 것이다”고 말했는데 앞으로 신세계그룹이 테마파크와 야구장까지 품겠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정 부회장이 먼저 선택한 것은 테마파크였다. 정 부회장은 2019년 11월에 “신세계그룹이 지닌 모든 사업역량을 쏟아 세상에 없던 테마파크를 만들겠다”며 2031년을 목표로 수원테마파크사업을 추진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영향으로 세계 테마파크들이 경영난에 빠져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기존 국내 테마파크들도 규모와 용도 등을 축소하는 상황에서 테마파크 건립에 4조5천억 원이라는 사업비를 쏟아붇기는 쉽지 않을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정 부회장은 2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신세계그룹의 또 다른 테마파크 계획인 청라테마파크 예산을 야구장 리모델링에 우선 사용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유통업계 일각에서는 정 부회장의 이 발언을 두고 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해 전략을 일부 수정한 게 아니냐는 시선이 나온다.

프로야구구단 인수를 통한 스포츠 복합쇼핑몰사업은 테마파크보다는 더 현실적 대안이 될 수 있다. 프로야구는 국내 최고 인기스포츠로 수백만 명의 고객을 불러 모을 수 있는 검증된 마케팅 수단이기 때문이다. 

국내 프로야구 관람객은 연간 700만~800만 명으로 국내 프로스포츠 전체 관람객의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이전인 2019년 옛 SK와이번스구단의 연간 관람객 수는 98만 명이었다.

야구는 그 자체로 상업성이 있는 스포츠종목이기도 하다.

야구는 소비 촉진효과가 큰데 특히 국내 프로야구 경기장은 음식과 주류 취식을 허용하고 있어 경기가 열리는 날이면 경기장 인근 1km 이내 식음료 매장 매출이 평소보다 두 자릿수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야구팬층의 연령대가 20~40대로 낮고 여성관중 비율이 높다는 점도 신규 고객층을 확대해야 하는 이마트에게 매력적 요소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유통시장 주도권이 예상보다 더 빠르게 온라인으로 넘어가고 있다는 점도 정 부회장이 프로야구라는 더 ‘빠른 길’을 선택한 이유로 보인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유통전장이 온라인으로 이동함에 따라 오프라인 유통기업들은 정체되거나 역성장을 보인 반면 온라인 유통기업들은 고속성장하고 있다.

유통업계 일각에서는 온라인몰 특히 쿠팡이 머지 않은 미래에 신세계그룹을 뛰어넘을 수도 있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쿠팡은 2019년 연결기준 매출이 7조 원대였으나 2020년에는 11조 원으로 훌쩍 뛰었다. 최근 뉴욕증권거래소에서 기업가치를 약 100조 원으로 평가받았는데 이것은 신세계그룹 시가총액(약 7조5천억 원)의 13배에 이르는 것이다.

신세계그룹에서 정용진 부회장이 맡고 있는 이마트부문(이마트와 이마트 연결회사)은 2010년 이후 쇼핑환경이 온라인 중심으로 변하고 출점 제한 및 의무휴업 부담 속에 성장정체를 겪었다.

이에 정 부회장은 성장정체 문제를 해결하고 할인점 중심의 사업구조를 타파하기 위해 전문점 전략을 펴기도 했으나 기대이상의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전문점사업이 이마트 실적을 갉아먹으면서 이마트는 2019년 2분기 첫 분기 영업적자를 내기도 했다.

정 부회장은 2019년 6월 하반기 경영전략회의에서 “위기는 생각보다 빨리 오고 기회는 생각보다 늦게 온다"며 "모든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면서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았다”고 말했다.

2020년 대대적 체질 개선을 통해 할인점을 비롯한 이마트 계열사들은 정상화됐고 그 사이 온라인몰의 영향력은 더 커졌다.

교보증권에 따르면 이마트는 2021년 연결기준 매출 23조9820억 원, 영업이익 3700억 원을 낼 것으로 전망됐다. 2020년보다 매출은 12.1% 늘고 영업이익은 56.1% 늘어나는 것이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충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