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이동통신3사 가운데 넷플릭스 대항마로 꼽히는 ‘디즈니플러스’를 누가 잡을까?

월트디즈니컴퍼니가 온라인 동영상서비스(OTT) 디즈니플러스의 한국서비스 출시를 앞두고 한국 드라마와 영화 등 ‘K-콘텐츠’ 제작에 지속적으로 투자할 계획을 내놓았다. 
 
K-콘텐츠로 한국사업 키우는 디즈니플러스, 이통3사 구애 치열해진다

▲ 디즈니플러스 로고.


미디어콘텐츠사업을 새로운 성장동력사업으로 키우고 있는 이통3사의 디즈니플러스를 향한 구애가 더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25일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에 따르면 한국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에서 2019년 11월 디즈니플러스 서비스 출범에 맞춰 오리지널 시리즈 ‘스타워즈 만달로리안’을 내놓은 것과 같은 맥락의 전략이다.

디즈니플러스가 모든 국가에서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한국 시장과 ‘K-콘텐츠’사업을 중요한 시장으로 보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디즈니플러스는 앞서 2020년 6월 일본에서 서비스를 시작했는데 아직 현지시장에 특화한 오리지널 콘텐츠는 공개한 적이 없다.

월드디즈니컴퍼니코리아 관계자는 “기본적으로는 한국 디즈니플러스 소비자들이 좋아할 콘텐츠를 만들어 제공하겠다는 계획이지만 작품에 따라서는 해외에서도 한국의 오리지널 콘텐츠들을 서비스할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요즘 세계시장에서도 한국 콘텐츠의 평가나 인기가 좋다”고 덧붙였다.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사들이 디즈니플러스와 제휴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디즈니플러스와 손을 잡아 각자의 인터넷TV, OTT 플랫폼 콘텐츠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목적에 더해 콘텐츠 제작분야에서의 파트너십도 기대해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통3사는 현재 각각 수천억 원의 자금을 투입하며 콘텐츠 제작부분에 힘을 싣고 있다. 

하지만 현재 한국 OTT와 콘텐츠시장은 넷플릭스의 독주 체제가 강화되고 있다. 넷플릭스는 2021년에만 한국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 5500억 원을 쓴다. 

인터넷TV 등 유료방송시장에서도 넷플릭스 콘텐츠의 힘을 무시할 수 없다. LG유플러스는 2019년 넷플릭스와 독점제휴를 통해 그해 인터넷TV 순증 가입자 1위를 꿰차며 그 효과를 직접 확인했다.

이통3사로선 디즈니플러스라는 또 다른 ‘콘텐츠 골리앗’과 손잡아야 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는 셈이다.

디즈니플러스는 해외시장에 진출하면서 대부분 현지 1위 통신사와 독점제휴 방식을 취해왔다.

일본에서는 NTT도코모와 손잡았고 인도에서도 현지 최대 통신사 릴라이언스지오와 제휴했다. 미국에서도 버라이즌과 사업을 함께 하고 있다.

이런 점을 볼 때 한국시장에서도 1위 통신사인 SK텔레콤과 제휴할 가능성이 점쳐졌다.

SK텔레콤은 한국 이동통신시장에서 점유율 45% 이상을 확보하고 있고 5G시대에 들어선 뒤에도 흔들림 없이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KT, LG유플러스와 달리 디즈니플러스의 경쟁자로 꼽히는 넷플릭스와 제휴도 하지 않고 있다.

다만 박정호 SK텔레콤 대표이사 사장은 25일 정기 주주총회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디즈니플러스와 제휴 가능성에 관한 질문을 받고 “디즈니 쪽에서는 웨이브를 경쟁상대로 보는 것 같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디즈니플러스와 제휴 가능성에 신중한 태도를 보인 셈이다. 웨이브는 SK텔레콤과 지상파3사가 합작해 만든 온라인 동영상서비스다.

반면 KT는 디즈니플러스를 인터넷TV 플랫폼에 유치하는 것을 비롯해 콘텐츠사업에서 다양한 협력 가능성에 적극적 태도를 보였다.

강국현 KT 커스터머부문장 사장은 23일 KT의 미디어콘텐츠사업 전략을 발표하는 간담회에서 “디즈니플러스와 아직 공식 계약을 맺은 사업자는 없다”면서도 “디즈니플러스와 KT는 경쟁관계가 아니고 두 회사가 마음에 드는 콘텐츠가 있으면 공동투자도 할 수 있고 KT가 만든 콘텐츠를 디즈니가 유통할 수도 있지 않겠나”고 말했다.

강 사장은 “루크 강 월트디즈니컴퍼니 아시아태평양 지역 총괄 사장이 한국계 미국인인데 한국어를 잘 한다”며 “많은 대화를 하고 있다”고 말해 디즈니플러스와 협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는 점을 내비쳤다.

KT는 올해 콘텐츠 제작법인까지 새로 세우면서 콘텐츠사업에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는 점에서도 디즈니플러스 측에 매력적 파트너로 부각될 수 있다. 

KT는 이미 2020년 4월 웹툰, 웹소설 등 K-콘텐츠의 원천지식(IP) 확보를 위한 전문 자회사 스토리위즈를 출범했고 올해 1월에는 콘텐츠 제작법인 ‘KT스튜디오지니’를 만들었다.

KT는 이동통신시장에서는 2위지만 한국 인터넷TV 등 유료방송시장 점유율 1위 기업이기도 하다. 

KT는 지난해 케이블TV기업 현대HCN을 인수하며 SK텔레콤, LG유플러스와 유료방송시장 점유율 격차를 10% 수준으로 벌려뒀고 딜라이브 추가 인수도 저울질하고 있다.

LG유플러스는 넷플릭스와 제휴에 제일 먼저 나서 독점제휴를 성사시킨 경험이 있다. 또 인터넷TV에서 아이들나라 등을 통한 아동콘텐츠, OTT에서는 아이돌라이브 등 2030세대 콘텐츠에 차별화하고 있다는 강점을 지닌 것으로 평가된다.

루크 강 월트디즈니컴퍼니 아시아태평양 총괄 사장은 최근 매일경제 등 여러 매체와 인터뷰에서 한국에서는 가족형 콘텐츠가 아닌 2030 등 여러 연령대 소비자층을 위한 다양한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디즈니플러스는 한국뿐 아니라 세계 온라인 동영상서비스시장 1위를 달리는 넷플릭스의 대항마로 꼽히고 있다. 

월트디즈니컴퍼니는 2019년 11월 디즈니플러스 서비스를 시작했는데 현재 세계 59개 국가 유료 구독자 수가 1억 명을 넘어서며 가파른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다. 서비스 출시 1년 4개월 만으로 목표했던 5년 안 구독자 6천만~9천만 명 달성도 훌쩍 넘어섰다.

영국매체 가디언은 2024년에는 월트디즈니컴퍼니가 넷플릭스를 제치고 세계 온라인 동영상서비스시장 1위를 차지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디즈니플러스의 한국 서비스 출시 구체적 시기와 방식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월트디즈니컴퍼니는 올해 안에 디즈니플러스 한국 서비스를 시작한다는 계획은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비즈니스포스트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