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칠승 중소기업벤처부 장관이 ‘벤처기업확인제도’를 민간에 넘기면서 '제2의 벤처붐' 확산을 바라고 있다.
 
그 동안 공공기관 주도로 이뤄진 벤처기업 선별은 기술혁신능력보다 대출회수 가능성 등 재무적 관점에서 이뤄진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중기부 민간주도 벤처기업 확인제도 가동, 권칠승 제2의 벤처붐 원해

권칠승 중소기업벤처부 장관.


25일 중기부에 따르면 권칠승 장관은 벤처기업 선별을 민간 전문가들에게 넘김으로써 혁신성과 성장성 감별에 있어 성공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벤처기업 확인 민간위원회가 3월4일 첫 회의를 열고 본격 운영에 들어갔다. 

민간위원회는 민간 전문가 50인으로 구성돘는데 전문 평가기관의 현장평가 결과를 검토하고 매주 7인 이상 10인 이하 위원이 위원회를 개최해 벤처기업 확인에 관련한 최종 결정을 한다.

기존에는 기술보증기금,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한국벤처캐피탈협회 등 3개 공공기관에서 벤처 확인이 이뤄졌다.

민간주도 벤처확인제도는 2월12일부터 시행됐다.

앞서 중기부는 2020년 6월 벤처기업협회를 이 제도 준비기관으로 지정하고 1년 가까이 법제도 정비, 전문 평기기관 지정, 벤처기업확인위원회 구성, 전산시스템 구축 등 사전 준비를 진행해왔다.

벤처기업 확인을 희망하는 기업의 기술성과 사업성을 평가하는 전문 평가기관으로 △한국발명진흥회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농업기술실용화재단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 △신용보증기금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기술보증기금 △벤처캐피탈협회 등 9개 기관이 선정됐다. 

벤처기업 확인 주체가 바뀜과 동시에 벤처기업 확인을 원하는 기업이 충족해야 할 ‘벤처확인 유형별 요건’도 변경됐다. 

기존 벤처확인 유형별 요건은 벤처투자유형, 연구개발유형, 보증·대출유형 등 3가지였다. 이 가운데 보증·대출유형이 폐지되고 혁신성장유형이 신설됐다. 벤처업계는 이 부분에 가장 주목했다.

보증·대출유형에는 중기부가 기업을 심사했을 때 보증·대출 금액이 8천만 원 이상 가능하거나 사업성 평가가 우수한 기업 등이 해당한다.

3가지 요건에서 보증·대출유형이 전체 벤처확인 건수의 85%를 차지했다.

이처럼 재무적 요건에 맞춰 벤처기업 확인이 많이 이뤄짐에 따라 벤처다운 혁신기업을 선별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창업 초기 재무제표가 없는 기업은 혁신성과 성장성을 평가 받을 기회를 잡기조차 어렵다는 이야기다.

중기부 관계자는 "창업 초기 기업들은 재무제표가 없는 사례가 많고 다양한 이유로 벤처확인 유형별 요건을 만족하기 어려웠다"며 "새로 신설한 혁신성장유형은 '성장성'과 '혁신성'을 보는 만큼 장기적으로 벤처 저변을 확대하는 데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중기부는 벤처투자유형과 연구개발유형에도 변화를 줬다.

벤처투자유형은 적격투자 기관으로부터 5천만 원 이상의 투자를 받거나 자본금과 비교해 투자금액이 10% 이상이어야 했다. 적격투자기관을 기존 13곳에서 21곳으로 8곳 늘렸다.

연구개발유형은 기업부설연구소 보유, 직전 4분기 연구개발비가 5천만 원 이상이거나 매출액의 5~10% 이상, 사업성이 우수한 평가를 받은 기업에 적용됐다. 

그런데 이제부터는 기업부설연구소나 연구전담부서, 기업부설창작연구소, 창작전담부서 가운데 1개만 있으면 확인신청을 할 수 있게 됐다. 이 밖에 벤처기업 지위의 유효기간이 2년에서 3년으로 늘어났다. 

벤처기업으로 확인되면 세제와 금융 등 다양한 혜택을 받는다. 

창업 뒤 3년 내 벤처확인을 받은 기업은 법인세와 소득세 가운데 50% 감면 받을 수 있다. 벤처확인을 받은 뒤 4년 안에 취득한 사업용 부동산에는 취득세 75%가 감면된다. 

일반기업보다 코스닥시장에 상장할 때 유리한 기준을 적용받는다. 매출 50억 원, 법인세차감전순이익 10억 원, 자기자본 15억 원, 자기자본이익률 5% 이상 등으로 일반기업의 절반 수준으로 기준이 낮아진다. 

벤처업계는 2000년 전후 네이버와 다음, 싸이월드 등 국내 인터넷기업들이 탄생했던 제1차 벤처붐에 이어 2019년부터 제2차 벤처붐이 시작됐다고 평가한다. 2019년 벤처기업에 4조2777억 원이 새로 투자됨으로써 1차 벤처붐 당시 투자금액을 넘어섰기 때문이다.

권칠승 장관이 제2의 벤처붐 확산에 나선다고 말하는 이유다. 

문재인 대통령도 벤처가 우리 경제의 미래이며 일자리의 새로운 보고라며 벤처기업을 키우는 데 힘을 주고 있다.

문 대통령은 2월22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지난해 코로나19 영향으로 고용상황이 크게 악화했지만 벤처기업은 오히려 5만개 일자리가 늘어났다”며 “벤처기업 종사자 수가 72만 명으로 4대 그룹 종사자 수를 넘어섰다”고 말했다. 

중기부가 조성해 관리하는 '벤처펀드' 결성액도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2020년 벤처펀드 결성액은 6조5676억 원으로 역대 최대를 보였다. 벤처펀드 결성액은 정책금융부문 출자 2조2465억 원과 민간부문 출자 4조3211억 원으로 구성됐다고 중기부는 전했다.

박용순 중기부 벤처혁신정책관은 최근 한 언론과 인터뷰를 통해 “지난해 벤처펀드가 최초로 6조 원을 돌파하며 최대 결성 실적을 달성한 것은 고무적”이라며 “코로나19 시대 뒤 벤처와 스타트업이 주역이 돼 우리 경제를 도약하는 데 기여할 것이다”고 말했다. 

벤처펀드 결성액은 2016년 3조793억 원, 2017년 4조5881억 원, 2018년 4조8470억 원, 2019년 4조2433억 원을 보였다.

코로나19 영향으로 2019년 벤처펀드 결성액이 감소했지만 2020년에 다시 크게 늘어난 것이다.

중기부 관계자는 “중기부는 벤처기업확인제도의 관리감독기관 역할을 계속 맡을 것이다”며 “민간으로 이양된 벤처기업확인제도를 올바르게 정착할 수 있도록 힘쓰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류수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