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와 이마트가 커머스(상거래)시장의 파이를 키워 나누기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네이버는 신선식품, 이마트는 온라인거래가 각자 약한 부분으로 꼽혀왔는데 협업을 통해 이런 약점을 보완할 수 있다.
 
네이버 전자상거래와 이마트 신선식품이 만나 파이 더 키워 나누나

▲ 한성숙 네이버 대표이사(왼쪽)와 강희석 SSG닷컴 대표이사 겸 이마트 대표이사 사장.

 
10일 유통과 IT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네이버가 이마트와 협업한다면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팔 수 있는 신선식품을 비롯한 식료품 라인업을 대거 확보할 수 있다.

네이버는 판매처와 소비자를 중개하는 플랫폼 방식으로 이커머스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이 때문에 공산품 판매량이 많은 반면 배달속도가 중요한 신선식품 거래는 비중이 높지 않다.

김평송 네이버 사업개발실 리더가 3월 초 행사에서 “이용자는 빠른 배송도 원하지만 당일배송인 신선식품의 빠르고 신선한 냉장유통 배송 등 다양한 방법을 바란다”며 “여러 물류방식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신선식품은 앞으로 이커머스 비중이 빠르게 높아질 영역으로 꼽힌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신선식품앱 이용자는 지난해 9월 한 달 동안 202만여 명으로 집계돼 2019년 같은 기간보다 76% 증가했다.

네이버는 신선식품시장을 겨냥해 동네 전통시장이나 마트 먹거리를 온라인으로 주문해 2시간 안에 배송받는 ‘네이버 장보기’를 운영하고 있지만 아직 큰 성과를 내지 못했다. 

반면 이마트는 신선식품 상거래시장의 강자다. 이마트의 SSG닷컴 앱 이용자는 지난해 9월 월간 기준 123만 명에 이르렀다. 신선식품 관련 앱 가운데 이용자 수가 가장 많다.

이마트는 전국에 점포 160곳을 두고 있는 만큼 이곳들을 거점 삼아 신선식품을 소비자에게 빠르게 배달할 수 있다.  

이마트가 네이버 장보기에 판매처로 들어온다면 네이버도 이마트의 오프라인 유통망을 통해 신선식품을 찾는 소비자를 끌어 모을 수 있다.

이동륜 KB증권 연구원은 “네이버가 이마트와 제휴하면 비교적 부족했던 신선식품 카테고리를 취급할 수 있게 되면서 전체 이커머스 플랫폼의 경쟁력도 강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마트도 네이버와 협업하면 온라인 판로 확대를 통해 이커머스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리는 데 상당한 도움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SSG닷컴은 지난해 거래액 기준으로 온라인쇼핑시장 점유율이 2.4%에 머무르고 있다. 반면 네이버는 16.6%로 선두를 달리고 있다. 

박신애 KB증권 연구원은 “이마트는 네이버와 협업하면 식품이 아닌 상품의 카테고리를 강화하면서 방대한 고객 트래픽을 공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마트가 SSG닷컴을 오픈마켓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네이버의 운영 노하우와 기술력에 도움을 받을 수도 있다. 

네이버 스마트스토어는 입점업체만 41만 곳에 이르는 국내 최대 규모의 오픈마켓이다. 온라인쇼핑과 관련해 물류 수요를 예측하는 인공지능 ‘클로바 포캐스트’를 개발하기도 했다. 

네이버와 이마트가 손잡는다면 중장기적으로는 네이버의 다른 협업 파트너인 CJ대한통운까지 합쳐 이커머스시장에서 시너지를 극대화할 방안을 모색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오린아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네이버 같은 온라인 상거래기업의 약점은 물류거점으로 삼을 점포·부지 확보의 어려움과 ‘라스트마일’ 배송 인프라의 부재다”며 “네이버는 이마트·CJ대한통운과 협업을 통해 해법을 갖춰 나가려는 전략을 세운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라스트마일은 소비자가 주문한 상품이 유통과정을 거쳐 문 앞에 배송되기 직전의 단계를 말한다. 구체적 사례로는 빠른 배송과 신선식품 품질 유지 등이 꼽힌다. 

네이버 관계자는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여러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구체적으로 결정된 사안은 없다”고 말했다.

이마트 관계자도 “사업 성장을 위해 여러 전략적 방안을 살펴보고 있지만 구체적 결정이 나온 사항은 없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