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호성 기아 대표이사 사장이 전용 플랫폼 E-GMP를 활용한 기아의 첫 전기차 EV6 출시를 앞두고 기대와 부담을 모두 안고 있다.

송 사장은 전용 플랫폼을 공유하는 현대자동차 아이오닉5의 흥행이 예고된 상황에서 성능과 디자인을 내세워 EV6의 새로운 수요 창출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기아 EV6은 아이노닉5와 뭐가 다를까, 송호성 성능과 디자인 내세워

송호성 기아자동차 대표이사 사장.


9일 기아는 그동안 CV(프로젝트명)로 부르던 차세대 전기차 EV6을 향한 기대감을 높이기 위해 외부 티저 이미지를 공개했다.

기아는 7월 EV6 출시를 앞두고 3월 말 온라인으로 글로벌 공개행사도 연다.

차량 출시 4개월 전에 공개행사를 여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 일로 기아의 첫 차세대 전기차인 EV6이 지닌 상징성 등이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송 사장은 현재 전기차 중심의 모빌리티업체로 전환을 추진하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EV6의 성공은 무엇보다 중요한 것으로 여겨진다.

송 사장은 2월9일 진행한 CEO인베스터데이에서 “EV6은 기아가 지향하는 전기차시장 선도업체를 대표하는 플래그십 모델로 기아의 브랜드 정체성을 재정의할 것이다”며 “EV6을 시작으로 기아는 완전히 새로운 전기차 가치를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기아가 EV6을 향해 기대를 품는 데는 EV6보다 양산시기가 넉 달가량 빠른 현대차의 아이오닉5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EV6은 아이오닉5와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를 공유하는 만큼 주요 장점에서 공통점이 많을 수밖에 없다.

현대차는 아이오닉5의 강점으로 차량이 ESS(에너지저장장치) 역할을 하는 V2L기능, 빠른 급속충전, 안전성 등을 내세우고 있는데 이런 기능은 모두 전용 플랫폼의 장점이기도 하다.

가령 현대차가 아이오닉5에서 가장 강조하는 V2L 기능 역시 EV6에 탑재될 가능성이 큰데 아이오닉5를 통해 먼저 시장에 한 번 소개된 만큼 EV6에서는 새로움이 덜할 수 있다.

EV6은 가격도 아이오닉5와 비슷한 수준에서 책정될 가능성이 높다.

기아가 전기차사업의 수익성을 아직 내연기관차만큼 끌어올리지 못한 상황에서 아이오닉5와 비교해 가격을 크게 낮추기는 쉽지 않다.

아이오닉5는 사전계약 일주일 만에 올해 국내 판매목표를 30% 가량 넘어서는 등 소비자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아이오닉5이 전기차 수요를 사전에 잡아간다는 점에서는 송 사장에게 부담일 수도 있다.

아이오닉5와 다른 EV6만의 장점을 알리는 일이 중요해 보인다.

EV6과 아이오닉5는 플랫폼을 공유하지만 이외의 부분에서는 모두 다르기도 하다.

우선 차종부터 약간 다르다.

아이오닉5는 중형CUV(크로스오버유틸리티 차량)이지만 EV6은 중형세단에 가까운 것으로 보인다.

시장에서는 EV6을 세단형 CUV 정도로 보고 있다. 기아는 EV6의 외부 티저 이미지를 공개하며 “전기차에 최적화한 역동적 SUV(스포츠유틸리티 차량) 형태의 디자인을 구현했다”면서도 EV6을 기존 내연기관차의 구분방식인 세단과 SUV, CUV 등으로 나누지는 않았다.

EV6은 성능 측면에서도 아이오닉5와 차별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기차는 같은 플랫폼을 쓰더라도 차량 크기나 무게에 따라 주행거리 등 성능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송 사장은 CEO인베스터데이에서 EV6의 차별화한 지점으로 ‘5,4,3’을 제시했다. 5는 주행가능 거리, 4는 충전시간, 3은 가속력을 뜻한다.

1회 충전에 500km 이상, 4분 충전에 100km를 갈 수 있고 3초대 제로백(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에 이르는 데 걸리는 시간) 성능을 갖추고 있다는 것인데 이 지점에서는 아이오닉5보다 뛰어나다.

현대차는 아이오닉5의 장점으로 1회 충전에 430km(롱레인지 후륜구동모델 기준)을 가고 5분 충전에 100km를 갈 수 있는 점을 내세운다. 제로백은 5.2초에 그친다.

외부 디자인 측면에서도 고객 선호가 갈릴 수 있다.
 
기아 EV6은 아이노닉5와 뭐가 다를까, 송호성 성능과 디자인 내세워

▲ 기아 'EV6' 티저 이미지.


아이오닉5가 사각형을 통해 다소 각진 미래적 이미지를 지닌 것과 달리 EV6은 전기차 특유의 매끈한 유선형 이미지를 강조한다.

기아는 EV6의 측면 실루엣을 놓고 “전면부 후드에서부터 후면부 스포일러까지 예리하게 다듬어진 라인이 차량을 한층 날렵하게 느껴지게 한다”며 “특히 매끄럽게 젖혀진 윈드실드 글라스(앞유리창)가 전기차 특유의 역동성을 대변하며 빠르게 치고 나가는 느낌을 준다”고 설명했다.

시간도 송 사장 편일 수 있다.

기아가 EV6을 공개하는 3월 말은 현대차가 유럽에서 아이오닉5 판매를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기아가 7월 EV6을 출시하는 만큼 송 사장이 아이오닉5의 판매추이를 살펴가며 마케팅 전략에 변화를 줄 여유를 확보할 수 있다.

송 사장은 CEO인베스터데이에서 “전기차 EV에는 그룹의 플랫폼 기술과 자율주행 역량이 최대로 반영된다”며 “EV6의 우수한 상품성과 차별화한 디자인을 기대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