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현 LG에너지솔루션 대표이사 사장은 어떤 계산을 거쳐 전기차 리콜비용의 분담비율을 결정했을까?

5일 배터리업계에서는 LG에너지솔루션과 현대자동차가 코나EV 화재사고에 따른 리콜비용을 7대 3으로 나눠 부담하기로 한 것을 놓고 여러 말이 나온다.
 
LG에너지솔루션 리콜비용 70% 분담, 김종현 현대차 잡아두고 싶다

김종현 LG에너지솔루션 대표이사 사장.


LG에너지솔루션이 감당해야 할 비용이 정확히 얼마인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현대차는 앞서 4일 리콜비용 3866억 원을 2020년 4분기 실적에 반영했다고 정정공시를 냈다.

현대차가 2020년 4분기 실적에 미리 설정해둔 충당금 389억 원을 고려하면 현대차는 코나EV 리콜로 4255억 원을 부담한다. 이를 바탕으로 산출하면 LG에너지솔루션은 1조 원가량을 분담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1조 원이 부담스럽기는 해도 LG에너지솔루션의 규모를 생각하면 감당 못할 금액은 아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안 상장을 목표로 기업공개를 준비하고 있다. 투자업계는 LG에너지솔루션이 상장을 통해 최대 10조 원에 이르는 자금을 확보할 수도 있을 것으로 내다본다.

오히려 금액보다도 리콜비용의 70%를 분담한다는 비율 산정 자체가 LG에너지솔루션의 앞으로 사업확장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시선이 많다.

배터리업계 한 관계자는 “LG에너지솔루션의 분담비율 70%는 코나EV 화재와 관련해 배터리 제조사 책임이 크다는 것을 인정한 것으로 보여지기에 충분한 비율이다”고 말했다.

김종현 사장도 고심했을 수밖에 없다.

70%의 분담비율 탓에 시장에서 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의 품질신뢰를 향한 의구심이 커진다면 기업가치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럼에도 김 사장이 70% 분담비율에 합의한 것은 현대차라는 고객사와 관계가 더 중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현대차는 전용 전기차 플랫폼 ‘E-GMP’를 탑재한 첫 전기차 아이오닉5의 국내 사전계약을 2월25일 시작했다. 일주일 만에 3만5천 대 예약이 몰리며 올해 국내 판매목표인 2만6500만 대를 이미 30% 초과했다.

현대차는 아이오닉5를 시작으로 2025년까지 전기차 23종을 출시한다는 계획을 내놓는 등 전기차시장 공략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배터리 제조사들에게 현대차는 말 그대로 ‘귀한 손님’이다.

LG에너지솔루션에게는 리콜비용 분담비율 산정 과정에서 현대차와관계가 틀어지는 것이 장기적으로 더 큰 손해가 될 수도 있다는 뜻이다.

김 사장이 이를 고려하고 분담비율을 계산했다는 것은 비율 산정결과가 빠르게 공개됐다는 점에서도 드러난다.

2018~2020년 배터리업계의 주요 논쟁거리 가운데 하나가 에너지저장장치(ESS) 화재사고였다.

이때는 국토교통부가 2년여에 걸친 조사를 진행하는 동안 LG에너지솔루션(당시 LG화학 전지사업본부)과 삼성SDI 등 배터리 제조사들이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그런데 현대차가 코나EV를 포함한 전기차 리콜을 결정한 것이 2월24일이다.

그 뒤 리콜비용 분담비율이 공개되기까지는 일주일밖에 걸리지 않았다.

LG에너지솔루션과 현대차의 책임소재 공방이 길어진다면 시장에서 전기차와 배터리를 향한 불신이 커질 수밖에 없다.

당시 현대차는 아이오닉5 공개를 앞두고 있었던 만큼 이런 불신을 해소하는 것이 절실했다.

물론 김 사장으로서도 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의 품질신뢰와 관련한 우려가 불거질 수 있다는 가능성은 불편하다.

다만 LG에너지솔루션은 이런 우려가 장기화할 가능성을 경계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앞서 국토부는 2월24일 배터리셀 내부의 음극 탭이 접히는 등 셀 내부의 정렬 불량이 전기차 화재로 이어졌을 가능성을 제기하는 내용의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나 재연실험에서는 화재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배터리셀 문제를 화재의 직접적 원인으로 볼 수 없다는 반론도 만만찮았다.

당시 LG에너지솔루션은 입장문에서 난징 배터리공장의 초기 양산물량 일부에 해당 결함이 있었다는 사실 자체는 인정했으나 재연실험에서 화재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점도 명확히 했다. 이미 결함을 인지하고 수정했다는 사실도 덧붙였다.

LG에너지솔루션이 70%를 분담한다는 비율산정의 배경에는 ‘현대차보다 LG에너지솔루션이 더 많이 물러나는 것이 길게 보면 더 나을 수 있다’는 김 사장의 계산을 작용했을 여지가 충분하다.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이번 리콜과 관련해 원인규명 등 조사가 완료되지 않은 만큼 발표된 분담비율이 조정될 가능성도 있다”며 “LG에너지솔루션은 소비자 안전이 최우선이라는 관점에서 리콜조치가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협조하면서 조사에도 성실하게 임하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강용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