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자동차가 생산을 재개했지만 사전기업회생제도(P플랜) 추진까지 갈 길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사전기업회생제도 추진의 핵심조건은 HAAH오토모티브홀딩스로부터 투자유치인데 HAAH오토모티브홀딩스로서는 한국 정부의 지원을 이끌어 내기 위해서는 오히려 협상을 지연하는 것이 유리할 수도 있다.
 
쌍용차 투자협상 시간 끄는 HAAH오토모티브, 정부지원 압박전술인가

▲ 쌍용차 평택공장 정문 모습.


이런 점에서 쌍용차의 HAAH오토모티브홀딩스로부터 투자유치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3일 쌍용차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HAAH오토모티브홀딩스와 쌍용차 사이 투자유치 협상은 제자리를 맴돌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쌍용차는 2일부터 평택공장 생산라인을 재가동하면서 앞으로 사전기업회생제도 추진에 매진한다는 계획을 세워뒀다.

하지만 사전기업회생제도 추진의 핵심인 HAAH오토모티브홀딩스와 투자협상이 지연되고 있다는 점에서 사전기업회생제도에 들어가는 시점이 미뤄질 가능성이 나온다.

특히 HAAH오토모티브홀딩스로서는 투자 결정을 서둘러 내려야 할 요인이 적은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쌍용차에 지원할 가능성을 열어두는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은성수 금융위원회 위원장은 3일 '주요 금융현안 10문10답' 서한에서 “쌍용차는 이해관계자간 협의가 원활하지 못한 상황이 장기화되면 경제적·사회적 피해가 예상되기 때문에 이해관계자들이 모두 조금씩 양보하여 상생하는 결과를 만들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쌍용차의 경영정상화 가능성 및 고용·산업 측면의 영향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이해관계자들이 합의에 이를 수 있도록 설득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은 위원장은 국회 정무위원회 업무보고 등을 통해 "산업적 관점의 판단이 필요하다"면서도 "고용문제를 고려한다면 쌍용차를 살리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고 말했다.

기존에 산업은행이 잠재적 투자자의 선제적 투자와 함께 쌍용차의 사전기업회생제도 계획안을 본 뒤 추가지원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태도를 보인 점과 비교하면 정부지원 가능성이 좀 더 커졌다고 볼 수 있다.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으로서도 정부의 큰 방향과 동떨어진 결정을 내리기 쉽지 않은 만큼 HAAH오토모티브홀딩스로서는 시급히 투자를 결정할 이유가 줄어든 셈이다.

더구나 HAAH오토모티브홀딩스는 단독으로 쌍용차에 투자하는 것이 아니어서 HAAH오토모티브홀딩스의 주요 전략적 투자자들을 설득해야하는 과정을 거쳐야 하는 만큼 쌍용차 투자 결정이 지연된다는 시선도 나온다.

특히 2월 쌍용차가 공장 가동을 하지 못하면서 HAAH오토모티브홀딩스의 전략적 투자자들이 쌍용차의 내수판매 경쟁력을 따져보고 있다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HAAH오토모티브홀딩스의 매출규모가 쌍용차에 크게 미치지 못하다는 점에서 HAAH오토모티브홀딩스의 전략적 투자자들이 쌍용차 투자와 관련한 의사결정에 주요 역할을 할 수밖에 없다.

HAAH오토모티브홀딩스는 2014년 미국에서 설립됐으며 자동차 유통업을 주요 사업으로 하고 있다.

미국 기업정보데이터업체에 따르면 HAAH오토모티브홀딩스의 최근 사업연도 기준으로 연 매출은 2천만 달러(약 224억2천만 원) 수준에 그친다. 지난해에는 코로나19 여파로 이보다 더 매출이 급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쌍용차가 2019년 기준으로 연매출 3조6239억 원을 거뒀다는 점에서 HAAH오토모티브홀딩스만의 단독인수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현재 HAAH오토모티브홀딩스의 전략적 투자자는 3곳으로 캐나다와 중동지역에 있는 회사로 알려졌다. 이들과 합의가 이뤄져야 HAAH오토모티브홀딩스가 쌍용차에 투자를 결정할 수 있는 상황인 셈이다.

쌍용차 관계자는 “HAAH오토모티브홀딩스와 협상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며 “공장 재가동을 시작한 만큼 사전기업회생제도 추진에 전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장은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