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국민은행이 설립한 합작법인 디지털자산 관리기업 한국디지털에셋(KODA)가 가상자산 수탁사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조진석 전 KB국민은행 IT기술혁신센터장이 한국디지털에셋 이사로 합류하면서 KB금융그룹 계열사와 협업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KB국민은행에서 한국디지털에셋 옮긴 조진석, 가상자산 협업 본격화

▲ 조진석 한국디지털에셋 이사가 2020년 9월29일 가상자산 업권법 국회세미나에서 '전통은행과 가상자산, 커스터디'를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유튜브 갈무리>


23일 한국디지털에셋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모든 솔루션 개발을 완료하고 가상자산 수탁을 원하는 기업과 접촉을 이어가고 있다.

한국디지털에셋 관계자는 "본격적으로 서비스를 개시하기 위해서는 완벽한 보안체계가 갖춰져야 하는 만큼 여러번의 테스트를 거쳐 보안 강화작업을 실행하고 있는 단계다"고 말했다.

최근 KB국민은행에서 가상자산 수탁사업을 적극적으로 이끌어왔던 조진석 전 KB국민은행 IT기술혁신센터장이 전격적으로 한국디지털에셋에 이사로 합류한 점도 사업확대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조 이사는 2018년 KB국민은행 IT기술혁신센터 출범 직후부터 이 조직을 이끌어왔다. KB국민은행 정보보호부장 출신으로 금융권 블록체인 전문가로 불린다.

가상자산 수탁사업은 디지털자산을 안전하게 보관하는 것을 의미한다. 넓은 의미로는 보관자산을 활용해 여러 방면으로 운영하는 행위까지 포함한다.

한국디지털에셋은 2020년 11월 KB국민은행과 해치랩스, 해시드가 합작해 설립한 회사다. 비트코인을 비롯해 가상자산을 구매, 판매, 보관, 수탁하려는 기업과 기관에게 관련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목표를 세워두고 있다. 

KB국민은행의 디지털혁신을 이끌던 조전석 이사가 KB국민은행을 나와 한국디지털에셋에 합류한 데는 복합적 요인이 작용한 것으로 파악된다.

먼저 조 이사 스스로 가상자산을 활용한 시장의 잠재성을 높게 평가해 이직 결정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조 이사는 한 세미나에서 "자산별 특성에 따라 시기는 달라질 수 있지만 결국 모든 영역의 자산이 디지털화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향후 대출과 결제, 투자플랫폼, 프라임브로커리지 등 현재 금융권에서 하고 있는 금융서비스를 가상자산 영역에서도 가능해질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

앞으로 커질 가상자산 시장의 잠재력을 내다보고 더욱 적극적으로 역할을 수행하기 위한 결단을 내렸다는 시각이 나온다.

조 이사가 KB국민은행을 나와 역설적으로 KB금융그룹과 한국디지털에셋의 협력이 활발해질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현행 제도에 따르면 은행은 당국의 승인 없이 지분투자법인에 경영진을 보낼 수 없다. 관련 인력을 직접 보내는 것이 어려운 만큼 그동안 한국디지털에셋과 KB금융그룹 다른 계열사들과 협업을 추구하는 데 한계로 작용할 것이라는 시선이 존재했다.

조 이사가 KB국민은행에서 정식으로 퇴사하면서 앞으로 한국디지털에셋과 KB금융그룹 계열사의 활발한 징검다리 역할을 할 수 있게 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조 이사 개인적으로도 이직 이후 KB금융그룹과 합작법인의 시너지를 더 키울 수 있게 되는 만큼 회사를 나오는 데도 부담이 덜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합작법인에서 조 이사는 KB국민은행, KB증권 등 KB금융그룹 계열사들과 협업을 담당하게 된다. 

현재까지 기업과 기관의 가상자산 투자는 주로 대표적 가상화폐인 비트코인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 최근 세계적으로 기업이 비트코인에 투자하는 기관수요가 늘어나면서 합작법인 형태로 시장에 미리 진출한 KB국민은행의 선구안이 재조명되고 있다.

지금까지 페이팔, 비자카드, 마스터카드 등이 디지털자산을 결제시스템에 포함하겠다는 계획을 내놨고 전기차회사 테슬라는 2월 초 비트코인 15억 달러를 매입했다고 밝혔다. 

피델리티와 블랙록 등 거대 자산운용사들도 비트코인을 투자적격자산으로 분류하고 포트폴리오 일부에 편입하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한대훈 SK증권 연구원은 "캐나다는 세계 최초로 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ETF)를 승인했고 애플페이가 비트코인 결제를 허용하면서 애플도 시장에 뛰어들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라면서 "향후에도 기관투자자들의 시장 진출은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고 바라봤다. [비즈니스포스트 공준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