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이자 국민의힘 의원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산업재해청문회를 이끈 주역 가운데 한 명이다.

기업친화적 성향을 보여왔던 국민의힘 의원으로서 사회적 약자인 노동자 보호에 팔을 걷어붙이고 있어 더욱 주목받는다.
 
포스코 회장에게 회초리 든 임이자, 국민의힘에 드문 노동친화적 의원

▲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


임 의원은 22일 국회 환노위 산재청문회에 출석한 최정우 포스코 회장을 향해 “청문회에 허리가 아프다는 이유로 불참한다는 얘기를 듣고 어이가 없었다”며 “손톱 밑에 가시만 들어가도 아프다고 아우성인데 책임감을 느끼고 유가족과 사망 노동자들에게 정중히 사과해야 하는 것 아닌가”고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최 회장이 국회의 출석 요구를 받자 허리가 아프다는 이유로 불출석 사유서를 낸 것을 꼬집은 것이다. 여론이 악화되자 최 회장은 불출석 사유서를 거둬들이고 이날 국회 청문회에 참석했다.

최 회장은 “생각이 짧았다. 죄송하다”고 대답했지만 임 의원은 “생각이 짧은 게 아니라 그게 인성이다”고 쏘아 붙이기도 했다.

이날 청문회에는 최 회장 뿐 아니라 노트먼 조셉 네이든 쿠팡풀필먼트서비스 대표, 우무현 GS건설 대표, 한성희 포스코건설 대표, 신영수 CJ대한통운 택배부문 대표, 이원우 현대건설 대표, 박찬복 롯데글로벌로지스 대표, 정호영 LG디스플레이 대표, 한영석 현대중공업 대표가 참석했다.

이 기업들은 건설, 택배, 제조업 분야에서 최근 2년 동안 산재 발생 빈도와 사망자 수를 고려해 각 분야별 3곳씩 선정됐다. 책임을 묻는 자리인 만큼 각 기업 대표들은 낮은 자세로 의원들의 질문에 답변하며 재발방지 대책을 잇달아 내놨다.

노동계에서는 이번 청문회를 두고 산업재해를 제대로 문제삼아 열린 최초의 청문회라고 의미를 부여한다. 이전까지 정기국회 국정감사에서 각 상임위별로 특정 주제로 관련 기업들이 국회에 출석해 의원 질의에 대답한 적은 많았지만 임시국회에서 산재만를 주제로 분야별 대표 기업을 모두 불러 집중적으로 기업의 책임을 물은 적은 없었다.

국민의힘에서 먼저 물꼬를 텄다는 점도 특이하다. 일반적으로 국민의힘은 노동계보다는 경영계와 가깝다는 말을 듣는다.

그런데 임 의원이 먼저 대기업 대표들을 불러 산재에 관해 논의하자고 제안을 했고 이를 민주당이 받아들이며 청문회가 열리게 됐다.

국민의힘 안에서 기업에 부담되는 청문회라며 거부감도 적지 않았지만 임 의원이 당내 의원들을 적극적으로 설득한 결과 청문회가 열릴 수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임 의원의 노동친화 행보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국민의힘 의원 가운데 처음 발의한 사람도 임 의원이다. 임 의원이 2020년 12월1일 대표발의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보면 안전·보건 의무를 위반해 3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한 사업주나 경역책임자, 기업에게 100억 원 이하의 과징금을 부과하도록 했다.

사업주와 경영책임자가 안전·보건 의무를 위반해 사망사고가 발생하면 5년 이상의 유기징역 또는 1억 원 이하의 벌금을 처하도록 하고 상해사고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7천 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는 내용도 담았다.

국민의힘에서 최초로 나온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일 뿐 아니라 민주당과 정의당의 발의안보다 형량을 높인 것도 주목할 만하다. 다만 벌금은 두 당의 발의안보다 낮은 수준이다.

임 의원은 내국인노동자뿐 아니라 이주노동자의 노동여건 개선을 위해서도 노력하고 있다.

그는 16일 국회 환노위 전체회의에서 지난해 말 경기도 포천의 한 비닐하우스 내부 가건물 숙소에서 캄보디아에서 온 30대 이주노동자가 숨진 채 발견된 사건을 언급하며 대책 마련을 강하게 요구했다. 해당 이주노동자가 사망할 당시 기온은 영하 20도 안팎으로 한파주의보가 내려졌는데도 열악한 시설에서 생활하다 변을 당했다.

임 의원은 당시 이재갑 장관에게 “이것은 인권적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며 “인간 존엄성 위에 아무것도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임 의원은 코로나19로 3년 동안 취업기간이 끝나도 출국하지 못하는 외국인 이주노동자들이 한시적으로 더 머물 수 있도록 하는 ‘외국인 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의 입법예고도 마쳤다.

임 의원의 노동친화적 행보는 정치 입문 이전 노동운동 경력과 연관이 깊은 것으로 보인다.

그는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부위원장까지 지낸 노동운동가 출신으로 국민의힘에서는 드문 사례다.

임 의원은 경북 상주의 화령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경기도 안산 반월공단에 있는 대림수산에 입사하면서 노동운동을 시작했다. 현장에서 노동차별을 경험하고 입사 2년 뒤 노동조합을 만들었다고 한다.

대림수산 노조위원장으로 활동한 뒤 한국노총에서도 경기본부 상임부의장, 경기본부 여성위원장, 중앙본부 여성위원장, 부위원장을 거쳤다.

대학도 남들보다 늦게 갔다. 2000년에 경기대학교 법학과에 입학해 2004년 졸업한 뒤 2012년 고려대 노동대학원에서 법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국민의힘에 들어오기 전 2004년 진보정당인 녹색사회민주당 후보로 경기도 안산 상록구갑 선거구에 출마했지만 낙선했다.

이후 2016년 20대 국회의원선거에서 보수정당인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비례대표 국회의원으로 공천돼 국회에 입성했고 2020년 21대 총선에서 경북 상주·문경 선거구 미래통합당 후보로 출마해 당선됐다. [비즈니스포스트 류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