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재정확대 요구에 외로운 홍남기, 결국 비빌 언덕은 문재인뿐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이 5일 국회 대정부질문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이 외로워 보인다.

홍 부총리는 5일 진행된 국회 경제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의원들의 십자포화를 맞아야 했다. 김병욱 민주당 의원 등은 끊임없이 코로나19 피해 구제를 위해 재정당국의 적극적 역할을 요구했다.

그는 “정부가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재정이 적극 노력을 하겠다”면서도 그냥 물러서진 않았다.

홍 부총리는 “지난해 코로나19 위기 이후 재정이 적극적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몸으로 실천했다고 생각한다”며 “재정당국이 재정 건전성을 보는 시각도 존중해 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나라 곳간을 무작정 열 수는 없다는 소신을 굽히지 않은 것이다. 

여당은 코로나19 피해 소상공인의 '아우성'과 경기부양을 위해 연일 적극적 재정정책을 요구하고 있다. 국가 채무 수준도 상대적으로 낮아 여력이 있다는 전문가도 많다. 이재명 경기지사의 재난지원금 보편지급 제안이 여권 전체로 확산돼 있다.

여당으로선 4월 보궐선거를 앞둔 상황도 고려한 듯하다. 국민의힘 등 보수야권도 이를 대놓고 반대할 수는 없다. 역시 선거를 앞두고 있어 유권자들의 눈치를 살펴야 한다.

곳간지기인 홍 부총리 홀로 '저항'하고 있는 모양새다.

특히 최근 4차 재난지원금 지급방식을 놓고 홍 부총리와 여당은 갈등은 깊어졌다.
 
홍 부총리는 1일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와 비공개 당정협의회에서 고성을 주고받을 정도로 의견 충돌을 빚은 것으로 전해진다.

다음날인 2일에는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정부로서는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공개적으로 반대 의견을 내놨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4차 재난지원금 지급방식을 놓고 보편과 선별을 병행할 방침을 밝히자 같은 날 오후 곧바로 공개적으로 반발한 것이다. 급기야 민주당의 일부 의원은 홍 부총리의 사퇴를 거론하기까지 했다. 

홍 부총리와 여당의 갈등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4월에는 1차 재난지원금 지급방식을 두고 부닥치면서, 그리고 지난해 11월 주식양도세가 부과되는 대주주 요건을 놓고 민주당과 충돌하면서 사의를 표명하기도 했다.

홍 부총리가 기댈 곳은 문 대통령뿐이라는 말도 나온다.

지난해 두 차례 홍 부총리가 사의를 표명했을 때도 당의 의견대로 결론 났어도 문 대통령은 홍 부총리의 사의를 반려하고 재신임하면서 힘을 실어줬다.

문 대통령이 홍 부총리를 내치기는 어려워 보인다. 서민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기재부가 흔들려선 안 된다. 더구나 홍 부총리는 부동산시장 안정화를 지휘하고 있다. 지난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 가운데 최고 수준인 –0.1% 선에서 막아내는 성과도 거뒀다. 

재정 사용을 놓고도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이 홍 부총리의 의견에 동조하는 태도를 보이는 등 청와대 역시 신중한 분위기인 것으로 전해진다. 

김종민 민주당 최고위원은 4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전체적으로 당이 적극적 확장재정을 요청하는 편이고 정부와 청와대는 아무래도 재정에 신중한 입장이니 이 문제에서는 당이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며 “결국 정부 예산편성권이라는 것은 최종적으로 대통령에게 책임과 권한이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홍 부총리이 2일 사회관계망서비스을 통해 공개 반발한 일을 두고 본인의 소신과 함께 기재부 내부의 불만을 잠재우려는 의도도 있다는 해석이 정치권에서 나온다.

정세균 총리가 "이 나라가 기재부의 나라냐"라며 기재부를 질책했다는 말을 전해지면서 기재부 관료들의 불만이 상당히 쌓인 것으로 전해졌다.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이유로 노력했음에도 질책만 듣고 있다는 자조가 나온다고 했다. 

홍 부총리가 당시 “우리 기재부 직원들은 진중함과 무게감이 없는 지적에 너무 연연하지 않았으면 하고 가벼움 많은 언론곡필기사에도 너무 속상해 하지 않았으면 한다”며 “기재부를 향한 어떠한 부당한 비판도 최일선에서 장관이 막을 것”이라고 했다. 글의 상당 분량을 기재부 내부 직원을 다독이는데 할애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