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정부의 공공주도 대규모 주택공급정책에 앞장서 도시정비사업을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주민들의 참여와 사업을 추진하는 데 필요한 정부의 지원 확대를 이끌어내는 일은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주택공급 짊어진 토지주택공사, 주민 참여 얼마나 끌어낼지가 열쇠

▲ 4일 남한산성에서 바라 본 서울의 모습. <연합뉴스>


정부가 4일 내놓은 대규모 주택 공급 대책과 관련해 기대하는 시선도 있지만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의구심도 나오고 있다. 

정부가 토지주택공사 등 공공이 주도하는 도시정비사업을 내놓으면서 파격적 혜택을 함께 제시했음에도 주민들의 호응을 이끌어내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정부는 ‘공공 직접시행 정비사업’을 통해 토지주택공사와 같은 공공기관이 재건축과 재개발에 시행사로 참여해 그동안 속도가 나지 않았던 사업을 신속하게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공공기관이 시행하는 재건축 사업을 통하면 1단계 종상향과 용적률 120% 상향이라는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또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가 적용되지 않고 2년 실거주 제한도 면제된다.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는 재건축으로 과도한 초과이익을 얻은 조합원에게 정부가 이익 금액의 일부를 부담금으로 거두는 제도를 말한다. 1인당 얻은 초과이익이 평균 3천만 원을 넘으면 최고 50%를 부담금으로 내야 한다.

또 공공 직접시행 정비사업을 통하면 조합총회 및 관리처분인가 절차 생략, 통합심의 등이 적용돼 기존 13년 이상 걸렸던 사업기간이 5년 안으로 단축된다. 

하지만 정부의 이런 혜택에도 재건축 지역주민들은 제대로 수익성을 보장받을 수 있을지를 두고 의구심을 보이고 있다. 

정부가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를 적용하지는 않지만 재건축 과정에서 과도한 이익이 발생하지 않도록 추가 수익률 10~30%포인트를 보장하는 선에서 조합원들의 분양가를 조정한다는 방침을 내놨기 때문이다. 

서울의 한 재건축조합 관계자는 “이익을 최대 30%만 주고 나머지는 공공이 들고가겠다는 것인데 그걸 누가 반기겠나”며 “용적률 상향을 인센티브로 내걸고 있는데 용적률을 너무 높이면 아파트 단지가 답답해지는 단점이 있기 때문에 이를 반기지 않는 조합원들도 많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권 재건축조합에서는 ‘공공’을 향한 거부감이 커 공공기관이 주도하는 재건축과 재개발은 고려대상조차 아니라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다는 말도 나온다.  

더구나 4월 서울시장 재보권선거를 앞두고 선거에 나선 주자들이 부동산 대책을 주요 공약으로 내걸고 있어 새 서울시장이 내놓는 대책을 일단 기다려보자는 심리도 퍼져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누가 서울시장으로 당선되느냐에 따라 공공기관을 통한 재건축 또는 재개발이 아니더라도 규제가 대거 완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가 이번 대책에서 내놓은 공공택지 확보 방안을 두고는 제대로 된 보상이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섞인 시선도 나온다.

정부는 이번 주택공급확대정책을 통해 전국의 15~20곳에 공공택지를 새로 확보해 약 26만 호의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이를 추진하기 위해서는 토지주택공사가 택지를 매입해야하는데 이 과정에서 토지주택공사가 비용부담을 낮추기 위해 토지를 시장가격보다 낮은 가격에 매입할 수 있다는 것이다. 

토지주택공사가 지난해부터 시작한 3기 신도시에서는 토지보상과 관련해 주민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3기 신도시 주민들은 토지주택공사가 신도시를 조성하며 토지를 강제 수용하는 과정에서 부담을 낮추기 위해 토지를 ‘헐값’에 매입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공공주택지구 전국연대 대책협의회는 3일 경기도 하남시에 있는 토지주택공사 하남사업본부 앞에서 시위를 진행했다. 

임채관 협의회 의장은 “토지주택공사가 최근 3기 신도시를 비롯해 전국 공공주택지구의 토지를 헐값으로 강제수용해 엄청난 폭리를 취하고 있다”며 “3기 신도시 하남 교산지구, 인천 계양지구 주민들은 주변시세에 턱없이 모자라는 헐값 보상에 울분을 토하고 있으며 과천지구에서는 토지주택공사의 사전평가 폐해로 보상작업이 중지됐다”고 말했다. 

그는 “개발이익을 일방적으로 편취하는 행태는 정당화될 수 없는 적폐로 반드시 사라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토지주택공사가 가뜩이나 부족한 재원을 어떻게 마련하느냐도 문제다. 

정부가 마련한 방안처럼 전국 15~20곳의 신규 공공택지를 확보하고 단기주택 약 10만 호를 도심 안에 확충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재원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앞서 정부가 내놓은 공공재개발과 공공재건축을 비롯해 공공전세주택 등 매입임대주택 확대 등을 추진하기 위해 토지주택공사가 짊어져야할 비용 부담도 상당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토지주택공사는 이미 정부의 방침에 따라 임대주택을 늘리면서 부담이 크게 늘고 있다.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은 토지주택공사 사장 시절 참석한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정부의 임대주택 확대정책으로 토지주택공사의 부채가 적게는 8조2천억 원에서 많게는 10조 원까지 추가로 늘어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토지주택공사가 3기 신도시 조성을 위해 지급하는 토지보상금만 해도 45조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토지주택공사는 공사채 발행이나 차입으로 토지보상금을 마련한다. 공사채나 차입이 늘면 내야하는 이자 부담이 증가하고 재무건정성이 악화된다.

국토교통부는 공공기관의 부담 증가와 관련해 “세입자·상인 보호, 수용 보상 등을 위해 초기 사업비가 필요하지만 분양수익 등을 통해 보전할 수 있어 공기업이 지게 되는 부채부담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토지주택공사 관계자는 “3기 신도시 주민들과는 지속적으로 보상과 관련해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며 "토지보상문제는 자체적으로 보상금액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감정가를 기반으로 보상금액을 결정하고 있기 때문에 임의적으로 비용을 줄이거나 늘릴 수 없는 구조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공공 직접시행 정비사업에 들어가는 비용은 아직 관련 컨설팅을 진행하지 않아 추산하기는 어렵다"며 "하지만 정부가 공공전세 공급방안을 내놓으면서 정부 지원 매입단가를 사업에 맞게 대폭 늘려주겠다고 한 만큼 이번에 내놓은 공급대책과 관련해서도 필요한 수준으로 사업비를 지원해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지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