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자체AP 그래픽은 약해, 강인엽 AMD와 협력해 퀄컴 잡는다

▲ 설명강인엽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장 사장이 1월12일 온라인으로 열린 엑시노스2100 출시행사에서 AMD와 협력한 차세대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 출시를 예고하고 있다. <삼성전자 유튜브 캡처>

삼성전자가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의 성능에서 퀄컴 제품과 격차를 좁혔지만 아직 그래픽 쪽에서는 모자란 부분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강인엽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장 사장이 향후 AMD와 협업한 그래픽처리장치(GPU) 적용을 예고한 만큼 삼성전자의 다음 주력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는 퀄컴을 따라잡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 숫자로 비교해 본 삼성 엑시노스와 퀄컴 스냅드래곤 경쟁력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는 스마트폰 등 전자기기의 두뇌 역할을 하는 시스템반도체를 말한다. 내부에 연산을 담당하는 중앙처리장치(CPU), 그래픽을 담당하는 그래픽처리장치 등을 갖춘다.

2일 IT매체 안드로이드어소리티가 시행한 벤치마크(연산성능 수치화) 테스트에 따르면 삼성전자 최신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인 엑시노스2100을 탑재한 갤럭시S21울트라는 퀄컴의 스냅드래곤888을 채택한 동일 제품과 비교해 중앙처리장치에서는 거의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엑시노스2100 탑재 모델은 벤치마크 플랫폼 긱벤치5 기반의 중앙처리장치 테스트에서 싱글코어 점수 1109점, 멀티코어 점수 3620점을 받았다. 스냅드래곤888 모델은 각각 1098점과 3363점을 냈다. 숫자만 보면 스냅드래곤888의 중앙처리장치 성능이 소폭 낮았다.

갤럭시S21울트라를 실제 구동했을 때는 스냅드래곤888 쪽이 미세하게 앞서는 것으로 분석됐다. 중앙처리장치만으로 같은 양의 작업을 10회 반복하는 테스트 결과 스냅드래곤888 모델은 평균 36.23초, 엑시노스2100 모델은 37.82초 만에 작업을 완료했다. 

이전 세대 삼성 스마트폰과 비교해 삼성과 퀄컴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 사이 중앙처리장치 성능 격차가 큰 폭으로 줄어든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출시된 갤럭시노트20을 보면 같은 테스트에서 엑시노스 모델이 43.82초, 스냅드래곤 모델이 39.55초를 보였다. 

그러나 그래픽 성능은 여전히 퀄컴 쪽이 현격하게 우세한 것으로 파악됐다.

갤럭시S21울트라 그래픽처리장치로 10회 반복작업 테스트를 수행했을 때 엑시노스2100 모델은 평균 26.28초, 스냅드래곤888 모델은 34.43초 만에 작업을 끝냈다. 

이런 차이는 스마트폰 전체적 성능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 스마트폰의 종합 성능을 평가하는 벤치마크 플랫폼 안투투(AnTuTu)는 갤럭시S21울트라 스냅드래곤888 모델에 70만1672점을, 엑시노스2100 모델에 64만4316점을 줬다. 

하지만 안드로이드어소리티는 엑시노스2100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안드로이드어소리티는 “엑시노스는 여전히 스냅드래곤보다 느리지만 두 반도체 사이 성능 격차는 이전 모델만큼 크지 않다”며 “삼성전자는 올해 엑시노스2100으로 큰 발전을 이뤘다”고 바라봤다.
삼성전자 자체AP 그래픽은 약해, 강인엽 AMD와 협력해 퀄컴 잡는다

▲ 갤럭시S21울트라 처리속도를 테스트한 결과 스냅드래곤888을 탑재한 쪽(맨 위)이 엑시노스2100 모델(위에서 2번째)보다 전체적으로 더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파란색은 중앙처리장치, 보라색은 그래픽처리장치의 처리시간을 나타낸다. 초록색은 두 장치를 동시에 측정한 값이다. <안드로이드어소리티>

강인엽 AMD와 협업 공식화, 다음 세대에서 퀄컴 성능 잡는다

시장에서는 삼성전자의 다음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가 중앙처리장치뿐 아니라 그래픽처리장치 쪽에서도 상당한 개선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는 시선이 많아지고 있다.

삼성전자 시스템반도체사업을 이끄는 강인엽 사장이 AMD의 그래픽처리장치를 도입하겠다고 공식 선언했기 때문이다.

강 사장은 1월12일 엑시노스2100 출시행사에서 “삼성전자는 그동안 AMD와 협력해 왔다”며 “다음 주력 제품에서 차세대 그래픽처리장치를 선보이겠다"고 밝혔다.

이는 2019년 6월 삼성전자가 AMD와 맺은 그래픽 설계자산 업무협약이 진전된 결과로 보인다. 당시 강 사장은 AMD와 협력을 통해 모바일 그래픽 기술의 혁신에 속도를 내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AMD는 엔비디아와 함께 그래픽처리장치 분야의 양대산맥으로 꼽힌다. 

AMD의 도움을 받은 삼성전자가 차세대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에서 엑시노스2100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실제로 퀄컴 스냅드래곤과 비견되는 성능을 보여줄 것으로 전망되는 까닭이다.

IT매체 아난드테크, 개발자 커뮤니티 XDA디벨로퍼 등 여러 외국매체는 삼성전자가 올해 말 AMD와 협업한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를 선보인 뒤 갤럭시S22(가칭) 등 다음 주력 스마트폰에 탑재할 것으로 예상했다.

삼성전자가 모바일용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 1위기업인 퀄컴을 따라잡는다는 것은 강 사장에게 특별한 의미가 될 것으로 보인다. 강 사장이 애초 퀄컴 출신이기 때문이다.

강 사장은 퀄컴테크놀로지 부사장을 지내다 2010년 삼성전자에 영입됐다. 이후 시스템반도체 개발을 맡다 2017년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장에 올랐다.

같은 해 함께 반도체부문 사업부장이 된 진교영 사장과 정은승 사장은 올해 사장단 인사로 교체됐지만 강 사장은 자리를 지켰다. 그만큼 강 사장의 시스템반도체 전문성이 높게 평가받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삼성전자 스마트폰사업에서도 강 사장의 엑시노스 개발 성과가 중요하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용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로 자체 제품 엑시노스와 퀄컴의 스냅드래곤을 지역에 따라 다르게 사용하고 있다. 두 반도체의 성능을 비슷하게 맞추지 못하면 같은 스마트폰 사이에서도 성능 차이가 나타날 수 있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지난해 갤럭시S20 시리즈에 엑시노스990과 스냅드래곤865를 탑재해 선보였는데 당시 엑시노스 모델을 구입한 일부 지역의 사용자들은 스냅드래곤 모델보다 못하다며 불만을 제기했다. 삼성 스마트폰에 엑시노스를 적용하지 말아달라는 청원이 들어오기도 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임한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