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유통되는 콘텐츠를 제작하기 위해서는 철저한 사전기획과 제작시간 확보, 제작비 투입이 필요하다.”

윤용필 KT스튜디오지니 신임 대표가 10년 전 KT스카이라이프의 콘텐츠전략팀장을 맡고 있을 때 언론사 기고글에서 이렇게 밝혔다.
 
[오늘Who] KT스튜디오지니 맡은 윤용필, 제2 스튜디오드래곤처럼

▲ 윤용필 KT스튜디오지니 신임 대표이사 겸 스카이TV 대표이사.


윤 대표가 KT의 콘텐츠 신설법인 스튜디오지니를 맡으며 KT에 이런 콘텐츠 제작전문 생태계를 구축하는 임무를 짊어졌다.

28일 KT에 따르면 스튜디오지니 설립을 계기로 스카이TV 등 KT 각 계열사들에 흩어져 있는 콘텐츠 제작업무을 스튜디오지니 중심으로 통합해가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현재 스카이TV 등 각 계열사에서 이뤄지는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을 점차 스튜디오지니가 담당하게 된다는 것이다.

KT 관계자는 “스튜디오지니는 KT그룹 콘텐츠사업을 총괄하며 콘텐츠의 투자, 기획, 제작부문에 힘을 싣는다”며 “‘K-콘텐츠’가 세계적으로 흥행하면서 국내기업들도 콘텐츠분야 대규모 투자에 뛰어들고 있는 만큼 스튜디오지니를 통해 국내 콘텐츠 펀드를 조성해 글로벌에서도 유통할 수 있는 굵직한 작품들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스튜디오지니를 통해 그룹 차원에서 콘텐츠사업 자금을 유치하고 기획, 제작 단계에서부터 유통형식 등을 미리 고려한 전문적 체계를 구축해 KT 콘텐츠의 경쟁력을 끌어올리겠다는 것이다. 

KT는 스튜디오지니에서 시나리오 개발과 콘텐츠 제작, 투자 단계에서부터 KT그룹의 빅데이터, 인공지능기술 등에 바탕한 흥행예측 모델도 적용하겠다는 계획을 세워뒀다.

KT가 K-콘텐츠를 들고 글로벌시장에서 콘텐츠사업을 펼치겠다는 그림을 그리고 있는 것을 고려하면 스튜디오지니를 CJ그룹의 스튜디오드래곤 같은 회사로 키우겠다는 구상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CJ그룹은 2016년 5월 CJENM의 드라마사업본부를 물적분할해 드라마 제작전문 자회사 스튜디오드래곤을 세웠다. 스튜디오드래곤은 CJ그룹의 막강한 자금력을 등에 업고 종합 드라마 제작 스튜디오 사업구조를 구축했다.

그 뒤 ‘도깨비’를 쓴 김은숙 작가가 소속된 화앤담픽쳐스, ‘푸른 바다의 전설’을 쓴 박지은 작가가 소속된 문화창고 등 인기작가가 소속된 기업들을 자회사로 인수하면서 드라마 제작을 위한 원천 지식재산(IP)를 확보했다. 

이를 바탕으로 제작한 드라마 판권을 넷플릭스 등 메이저 플랫폼, 중국 온라인 동영상서비스사업자 등에 판매하며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콘텐츠 경쟁력을 보여주고 있다.

KT가 스튜디오지니에서 우선 웹툰·웹소설 전문 자회사 스토리위즈의 지식재산을 영상화하는 데 들어가는 것도 스튜디오드래곤의 전략 방향과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KT는 인터넷TV, 위성방송, 케이블TV 등 유료방송플랫폼과 온라인 동영상서비스(OTT) 등 미디어 플랫폼을 통해 1200만 명의 이용자를 확보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미디어시장 환경에서는 자체 ‘콘텐츠’를 보유하지 않으면 주류 미디어 플랫폼사업자로 성장하기 어렵다는 시선이 우세하다.

윤용필 신임 대표는 KT그룹 안에서 ‘콘텐츠 전문가’로 평가된다.

윤 대표는 2001년부터 KT의 유료방송사업 계열사 KT스카이라이프와 KT 본사의 미디어본부, KT의 콘텐츠제작부문 계열사 스카이TV 등을 두루 거치며 KT그룹의 콘텐츠사업 선봉에 서왔다.

평소 윤 대표는 미디어플랫폼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본원적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플랫폼과 콘텐츠를 동시에 아우르는 기업이 돼야 한다는 점을 언론사 기고 등에서 강조해 왔다.

그는 2014년 KT스카이라이프 콘텐츠운영본부장 시절 40억 원을 투입해 KT스카이라이프 자체방송 채널인 반려동물 전문 채널, 문화예술 특화채널 등을 개국했다.

기존보다 화질이 4배 이상 좋아진 UHD가 도입되던 2016년에는 KT스카이라이프의 UHD 콘텐츠 제작비용을 2015년과 비교해 20~30% 늘려 자체 콘텐츠 경쟁력 강화에 나섰다.

2018년 스카이TV 대표에 오른 뒤에도 미국의 대형 미디어제작사 디스커버리와 함께 콘텐츠 제작 조인트벤처(JV)를 설립해 제작 스튜디오 ‘스튜디오디스커버리’를 출범했다. 또 SMC&C와 제휴를 맺고 숏폼 콘텐츠 제작도 시작하며 스카이TV 콘텐츠부문 사업을 확장해왔다.

윤 대표는 1965년 태어나 서강대학교 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학위를 받았고 한국외국어대학원에서 신문방송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1993년 제일기획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해 KT스카이라이프 콘텐츠전략팀장, 콘텐츠본부장, 콘텐츠융합사업본부장을 거쳤다. 2018년 4월 스카이TV 대표에 취임해 2019년까지 KT스카이라이프 콘텐츠융합사업본부장직과 겸직했다.

KT의 새 콘텐츠 법인 스튜디오지니 대표를 맡으며 스카이TV 대표직도 겸임한다. [비즈니스포스트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