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강점을 토대로 이 대표와 김 대표는 향후 카카오엔터테인먼트에서 콘텐츠 발굴→제작→유통으로 이어지는 수직계열화 전면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25일 카카오에 따르면 이 대표와 김 대표는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출범 이후 각자의 전문성을 살리면서 콘텐츠 분야의 밸류체인(가치사슬)을 확립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밸류체인은 기업이 제품이나 서비스를 생산해 부가가치를 만드는 과정을 일컫는 말이다. 이익 극대화를 위해 세분화된 생산구조를 사슬처럼 엮어 가치를 끌어올리는 방식이다.
콘텐츠 분야에 적용한다면 스토리 지식재산을 확보해 소설이나 만화 등의 작품으로 가공한 뒤 원작으로 삼아 영화나 애니메이션, 음악 등의 2차 생산으로 연결할 수 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자체 플랫폼의 웹툰과 웹소설을 영화나 드라마로 제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아래 가수나 배우가 이 작업에 참여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 대표는 ‘다음웹툰’과 ‘카카오페이지’ 플랫폼을 통해 웹툰과 웹소설 지식재산을 다수 발굴해냈다. 카카오페이지 플랫폼에 올라온 작품은 모두 8500여 개에 이른다.
카카오페이지 플랫폼 작품을 원작으로 영상화된 작품 가운데 영화 ‘강철비’와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 ‘경이로운 소문’ 등 흥행작도 여럿 나오고 있다.
카카오M은 드라마·영화·공연 제작사를 다수 거느리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김 대표는 2023년 영화·드라마를 연간 15편 내놓겠다는 계획도 세웠다.
영상콘텐츠 기획과 관련된 작가·감독 80여 명과 배우 150여 명도 소속됐다. 산하에 배우 매니지먼트사 7곳과 레이블 4곳을 뒀고 연간 1200개 이상의 타이틀곡을 내놓고 있다.
김현용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카카오페이지와 카카오M이 합병하면 종합콘텐츠기업이 탄생한다”며 “웹툰·웹소설과 K팝 매니지먼트, 드라마 제작 등 각종 산업에서 성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이 대표는 2020년 7월 카카오페이지를 글로벌 지식재산 공급사로 키우겠다는 목표를 제시하면서 “‘한국의 마블’이 아니라 마블을 뛰어넘고 싶다”고 말했다.
김 대표도 2019년 카카오M 대표로 취임할 당시 “카카오M을 글로벌 콘텐츠시장의 강자로 키워나가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카카오 역시 카카오엔터테인먼트를 글로벌 엔터테인먼트기업으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런 목표들이 모이면서 카카오페이지와 카카오M의 합병으로 이어진 셈이다.
글로벌 온라인 동영상서비스(OTT)사업자들은 시장의 치열한 경쟁과 한류 유행에 대응해 한국 콘텐츠를 확보하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카카오페이지의 원천 지식재산과 카카오M의 영상 제작 노하우를 합쳐 시너지를 낸다면 글로벌 기업으로 발돋움할 토대를 마련할 수 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합병을 통한 몸집 불리기로 향후 다른 글로벌 엔터테인먼트기업들과 경쟁할 때 ‘규모의 경제’를 추진할 여력도 더욱 충분해졌다.
합병되는 기업들의 2019년 연결기준 매출을 살펴보면 카카오페이지 2570억 원, 카카오M 3530억 원이다. 영업이익을 보면 카카오페이지 306억 원, 카카오M 211억 원이다.
2020년부터 코로나19 사태의 반사이익으로 콘텐츠업계가 호황을 누리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연간 매출이 1조 원을 넘어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 과정에서 이 대표와 김 대표가 어떤 경영체제로 손발을 맞추면서 서로의 시너지를 살릴지도 관심이 쏠린다.
카카오는 아직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대표이사를 비롯한 경영진을 결정하지 않았지만 두 대표의 경영 참여를 사실상 확정하고 있다.
이 대표는 카카오페이지 초창기부터 지금까지 함께하고 있다. ‘기다리면 무료’ 모델로 대성공을 거두면서 국내에서 가장 성공한 벤처사업가 가운데 한 명으로 불리고 있다.
김 대표는 CJENM을 이끌던 시절 ‘슈퍼스타K’부터 드라마 ‘응답하라’ 시리즈, 예능프로그램 ‘꽃보다 할배’ 등을 잇달아 선보여 CJENM을 ‘콘텐츠 왕국’으로 만들었다.
카카오 관계자는 “이 대표는 한국에 없던 웹툰·웹소설산업의 혁신을 이끌며 모바일콘텐츠산업을 선도했고 김 대표는 한국 콘텐츠사업 구조의 혁신과 글로벌화를 이끌었다”며 “새 합병법인에서도 두 사람이 엔터테인먼트산업의 진화와 혁신을 만들 것이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