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약업계의 대표적 전문경영인(CEO)들이 대체로 연임에 성공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제약업계가 올해도 코로나19로 고전이 예상되는 만큼 회사 사정을 속속들이 꿰고 있는 전문경영인에 한 번 더 경영을 맡길 가능성이 높다.
 
제약업계 대표 CEO 전승호 차성남 김영주, 코로나19에 연임으로 가닥

▲ 전승호 대웅제약 대표이사 사장.


17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코스피와 코스닥에 상장된 상위 40곳 제약바이오기업 가운데 25곳의 대표이사가 올해 3월 임기가 끝난다. 

아직 연임 여부가 결정되지 않은 제약회사 대표이사 가운데 전문경영인으로는 전승호 대웅제약 대표이사 사장, 차성남 JW생명과학 대표이사, 김영주 종근당 사장 등이 있다.

코로나19 위기가 올해 하반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제약회사 경영에서 당분간 ‘안정’이 주요한 경영목표가 됐다는 점이 이들의 연임 가능성에 힘을 싣고 있다. 

국내 제약회사들은 지난해 코로나19로 영업활동을 활발히 펼치지 못했고 올해도 상황이 나아질 것이라 장담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다수를 이룬다. 제약업계는 코로나19 관련 소수 기업을 빼고는 전반적으로 영업 제한으로 고전을 겪고 있다. 

제약회사들은 영업 의존도가 다른 산업군과 비교해 특히 높다. 전문의약품과 일반의약품 처방 권한이 의사에게 있는 만큼 영업활동이 제한되면 판매실적이나 매출에도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코로나19가 길어지면서 제약업계 영업환경도 크게 바뀌고 있다”며 “올해 제약회사들은 바뀐 영업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분주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게다가 이들 전문경영인들은 코로나19를 전화위복의 기회로 보고 관련 연구 개발에 힘을 싣고 있다. 이제 막 신사업 추진에 팔을 걷어붙인 셈인데 이런 상황에서 수장을 교체하기가 쉽지 않다. 

제약회사들이 크게 실적이 나빠지지 않으면 대표이사를 교체하지 않는 등 보수적 기업문화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도 이들의 연임 가능성에 무게를 싣는 요인으로 꼽힌다. 

전승호 대웅제약 사장은 2018년 3월 첫 취임하고 올해 3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대웅제약은 지난해 1~3분기에 매출과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4.5%, 80.1% 각각 뒷걸음질했다. 

보툴리눔톡신 제품 ‘나보타’ 관련 소송으로 비용 지출이 늘어나고 신약 연구개발 확대로 연구개발비가 늘어난 탓도 있지만 코로나19 영향에 따른 의약품 매출 감소가 손익에 큰 영향을 준 것으로 파악된다.

대웅제약은 현재 ‘경구형’과 ‘주사형’ 등 2가지 형태로 코로나19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전 사장은 2021년까지 경구형 코로나19 치료제의 임상3상 결과를 확보한다는 목표를 세워뒀다.

차성남 JW생명과학 대표는 2018년 한 차례 연임에 성공하고 올해로 5년째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JW생명과학은 다른 제약회사와 비교해 영양수액사업을 바탕으로 안정적 실적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차성남 대표는 최근 그룹의 조직개편으로 미래 성장동력을 발굴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JW생명과학은 지난해 12월 JW바이오사이언스의 주식 394만 주를 197억 원에 사들이면서 40%의 지분으로 JW바이오사이언스의 최대주주가 됐다. 

JW바이오사이언스는 혈액을 통해 패혈증을 진단할 수 있는 진단키트를 개발하고 있는데 차 대표는 이 키트의 활용범위를 코로나19 바이러스 진단 등으로 확대하는 데 힘을 쏟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영주 종근당 사장이 회사 경영을 맡은 지는 올해로 6년째다. 

종근당은 혈액항응고제 및 급성췌장염 치료제 나파벨탄을 코로나19 치료제로 개발하기 위한 글로벌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차화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