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자체AP 엑시노스 백조로 거듭나나, 모바일과 파운드리 원군

▲ 삼성전자 갤럭시S21 소개 사진. <삼성전자>

삼성전자 자체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처리장치(AP) 엑시노스2100이 미운 오리새끼에서 백조로 탈바꿈할 조짐을 보인다.

지난해 엑시노스는 삼성전자 스마트폰에서 천덕꾸러기였다. 하지만 주목할 만한 성능 개선을 일궈내며 새 갤럭시 스마트폰의 든든한 지원군이 됐다. 

엑시노스가 기세를 몰아 시장 지배력을 높여나간다면 시스템LSI사업은 물론 모바일사업과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사업에도 도우미 역할을 톡톡히 할 것으로 전망된다.

15일 삼성전자는 엑시노스2100을 사용하는 첫 스마트폰인 갤럭시S21 시리즈를 공개하면서 강력한 성능을 강조했다.

삼성전자는 “역대 갤럭시 스마트폰 중 가장 강력한 성능의 5나노 프로세서를 탑재했다”며 “빠른 구동속도는 물론 에너지 효율성, 더 나은 5G 연결성과 기기내 인공지능(AI) 성능을 자랑한다”고 설명했다.

전작 갤럭시S20은 물론 갤럭시노트20을 공개할 때 프로세서 성능을 특별히 강조하지 않은 것과 차이가 나는 대목이다. 

삼성전자가 엑시노스2100의 성능에 상당한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이번 갤럭시S21 공개를 사흘 앞두고 엑시노스2100의 별도 공개행사를 열기도 했다.

갤럭시S21 시리즈는 엑시노스2100과 퀄컴 스냅드래곤888을 병행 사용한다. 전작 갤럭시S20은 국내 출시 모델에 스냅드래곤을 사용했지만 갤럭시S21은 국내 모델에 엑시노스2100을 탑재한다.

삼성전자는 2020년 엑시노스 탑재 모델이 스냅드래곤 탑재 모델에 비해 성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잇따르면서 체면을 구겼다. 이번 갤럭시S21에서 엑시노스2100 사용을 확대하고 프로세서 성능을 전면에 내세우면서 자존심 회복을 노린다.

특히 갤럭시S21이 내세운 인공지능 기술 강화, 전문가급 카메라 성능 등은 엑시노스2100 공개행사에서 삼성전자가 강조한 인공지능 기능과 멀티미디어 처리능력 강화와 연결된다. 엑시노스의 개선된 성능이 갤럭시S21의 장점을 극대화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엑시노스2100는 2억 화소 이미지를 처리할 수 있고 최대 6개의 이미지센서를 연결할 수 있다. 이런 기능이 갤럭시S21에서는 모두 구현되진 않았지만 갤럭시 스마트폰의 멀티미디어 성능을 더욱 높일 수 있는 여지가 남아있다.

다음 엑시노스는 더욱 큰 폭의 성능 개선도 기대된다. 삼성전자는 차기 엑시노스에서 퀄컴 대비 성능이 떨어지는 그래픽처리장치(GPU)를 ARM 설계 기반에서 AMD 설계 기반으로 변경하기로 했다.

이러한 변화를 바탕으로 엑시노스는 앞으로 삼성전자 모바일기기의 진화를 주도해 나갈 것으로 기대됐다.

정보기술(IT) 전문 트위터리안 아이스유니버스(@UniverseIce)는 “엑시노스2100은 시작에 불과하다”며 “삼성전자가 AMD GPU를 사용한 새 프로세서를 올해 갤럭시Z폴드3에 사용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또다른 IT트위터리안 맥스 웨인바흐(@MaxWinebach)는 “삼성전자가 AMD GPU를 사용한 엑시노스를 윈도 태블릿에 적용하면 애플에 맞설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엑시노스의 진화는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 성장에도 순풍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는 자체 파운드리 매출에서 50% 이상을 차지하는 최대 고객이기 때문이다.

엑시노스가 스냅드래곤 등 경쟁 제품보다 낮은 가격에 높은 성능을 보인다면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 등의 엑시노스 채택이 늘어날 수 있다. 이는 엑시노스 출하량 증가로 이어져 파운드리 매출 증가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또 엑시노스2100, 엑시노스1080 등 삼성전자 파운드리 5나노 공정으로 생산되는 제품의 높은 성능은 삼성전자의 미세공정 경쟁력을 입증하는 도구가 될 수도 있다.

김양재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 스마트폰업계도 가성비가 뛰어난 엑시노스 도입을 본격화하는 추세”라며 “삼성전자 파운드리의 외주 테스트 물량도 대폭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