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 통합을 위한 해외 기업결합심사에서 독점과 경쟁제한성 문제를 무사히 넘을 수 있을까?

대한항공은 14일 미국과 유럽연합(EU), 중국과 일본, 한국 등 국내외 약 16개 나라 경쟁당국에 기업결합신고서를 제출한다. 한 곳이라도 기업결합을 허가하지 않으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통합 자체가 무산될 가능성이 높다.

◆ 항공업 ‘독점’ 문제에 깐깐한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심사 넘어야 

13일 항공업계에서는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과 통합하기 위해서는 독점을 이유로 항공사들의 합병을 불허한 전력이 있는 유럽연합 집행위원회의 심사를 통과하는 일이 가장 큰 과제로 꼽힌다.
 
통합 대한항공, 미국 유럽 기업결합심사 넘기 까다로울 수 있다

▲ 조원태 대한항공 대표이사 겸 한진그룹 회장.


유럽연합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에 따라 발생할 독점 문제를 중점적으로 파고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항공정보포털시스템에 따르면 코로나19 영향이 없었던 2019년 기준으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국내 여객시장 점유율은 42.2%로 나타나지만 자회사인 저비용항공사를 포함하면 66.5%로 늘어나게 된다.

국제선 점유율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뿐만 아니라 자회사까지 합하게 되면 48.9%로 50%에 가깝게 된다.

유럽연합은 2011년 그리스의 2위 항공사인 에게안항공이 경쟁회사이자 1위 항공사인 올림픽항공을 인수하는 거래를 승인하지 않은 적이 있다.

두 항공사가 합병하면 그리스 항공시장의 90%를 차지하는 회사가 나타난다는 점을 주요 이유로 꼽았다. 그리스를 출발하는 국제노선에서는 시장 경쟁제한 효과가 크지 않다고 판단했으나 그리스 국내노선에서는 독점이 발생할 여지가 있어 소비자의 이익이 침해될 수 있다고 봤다. 

또한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아일랜드 최대의 저비용항공사(LCC) 라이언에어가 경쟁회사 에어링구스 인수하는 거래도 2006년과 2012년 2차례에 걸쳐 불허했다.

게다가 유럽연합 기업결합심사의 제도적 특성상 심사가 지연될 수 있다는 시선도 나온다. 

유럽연합은 최대 160영업일 안에 기업결합심사를 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지만 집행위원회의 자료제출 요청에 따른 기간과 현장조사 기간은 심사기간에서 제외돼 더 늦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로 현장조사가 어려운 상태인 만큼 자료제출 요청이 늘어나면서 기업결합승인이 늦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심사기간 지연과 관련해서는 산업은행 등 채권단이 2022년 여름부터 항공업이 정상화된다는 가정을 하고 긴 호흡으로 통합 시나리오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 큰 문제가 되지 않을 수도 있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2022년 여름부터 항공업이 정상화된다는 가정을 놓고 시나리오를 준비했다”며 두 항공사의 주력 노선이 대부분 해외 국가 대도시이기 때문에 취항하는 항공사가 많아서 독과점 문제가 생길 우려가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 델타항공과 조인트벤처(JV) 문제가 미국 경쟁당국 심사에서 부각될 수 있어

미국에서 이뤄지는 결합심사에서는 대한항공과 미국 항공사 델타항공의 조인트벤처 문제가 쟁점으로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 
 
통합 대한항공, 미국 유럽 기업결합심사 넘기 까다로울 수 있다

▲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항공기가 인천국제공항에 서 있는 모습. <연합뉴스>


대한항공이 델타항공과 조인트벤처를 추진할 때에도 독과점 논란 및 경쟁제한성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다.

항공사들은 조인트벤처를 추진할 때 반독점면제(ATI)를 신청하며 조인트벤처 협정서류를 함께 제출해야 한다. 

대한항공과 델타항공은 미국 교통부로부터 2002년 6월 반독점면제 승인을 받았다. 당시 두 회사는 조인트벤처 등 추가적 협력을 염두에 두고 반독점면제를 신청했다.

그러나 2017년 무렵 두 회사가 조인트벤처 준비에 들어가자 미국 항공업계에서는 미국 정부가 이미 승인한 반독점면제를 재검토해야 한다는 말이 나왔다.

하와이안항공과 제트블루항공은 미국 교통부에 반독점면제 허가 뒤 15년이 지나 시장상황이 변했으므로 전면적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심지어 현재는 조인트벤처 효과로 두 회사의 미국시장 점유율이 높아져 있다.

항공업계에서는 대한항공과 델타항공의 조인트벤처 점유율에 아시아나항공의 점유율까지 더해지면 경쟁제한성 문제가 다시 일어날 수 있다고 바라보고 있다.

전문가들도 해외 결합심사가 순탄하게 흘러가기 어려울 수 있다고 보기도 한다.

황용식 세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국내에서 이뤄지는 결합심사에서는 항공산업 살리기라는 정책적 배경도 고려될 수 있지만 해외에서는 엄격한 법의 잣대가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며 “대한항공으로서는 해외 결합심사에서 독점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점을 최대한 소명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