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분양보증을 통해 높은 분양가를 통제하는 과정에서 오히려 부동산시장의 혼란이 가중됐다는 목소리가 커지자 분양가 관리기준을 개선하려는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다. 

주택도시보증공사의 분양가 통제에 따른 공급차질 등 부동산시장의 부작용을 근본적으로 개선하기 위해서는 주택도시보증공사가 독점적으로 맡고 있는 분양가보증시장을 개방해야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주택도시보증공사 분양가 심사 개선 착수, 분양보증 개방 요구도 높아

▲ 이재광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사장.


12일 주택도시보증공사에 따르면 고분양가 산정기준을 개선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최근 수도권의 주택공급물량이 부족한 원인으로 주택도시보증공사의 분양보증제도가 지목되면서 국토교통부와 주택도시보증공사 내부에서도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데 뜻을 모은 것이다. 

현재 건설사업자가 주택건설을 시작하는 동시에 분양하는 선분양을 하려면 사전에 주택도시보증공사의 분양보증서를 발급받아야 한다. 

시행사나 건설사가 부도가 나더라도 아파트 계약자들이 이미 납부한 분양대금을 돌려받거나 다른 사업자를 선정해 대신 준공하기 위한 것으로 일종의 ‘보험’을 드는 셈이다. 

주택도시보증공사는 분양가격이 높은 지역을 '고분양가 관리지역'으로 지정하고 분양보증심사를 할 때 건설사업자가 신청한 분양가가 주택도시보증공사의 심사기준에 따른 분양가보다 높으면 분양보증서를 주지 않는 방식으로 분양가를 통제해 왔다. 

이 과정에서 주택도시보증공사가 지나치게 분양가를 규제하자 재건축조합 등이 주택공급 일정을 아예 미뤄버리는 식으로 대응했고 이 때문에 시장에 정상적으로 나와야할 주택공급에 차질이 빚어졌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서울시 강동구 둔촌동 둔촌주공 아파트가 지나친 분양가 규제로 주택공급 일정에 차질을 빚은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둔촌주공아파트 재건축사업은 전체 공급물량이 1만2천 세대에 이른다. 

둔촌주공 재건축조합은 지난해 6월 주택도시보증공사가 제안한 일반분양가 수용 여부를 놓고 의견이 갈리면서 조합 집행부가 교체됐다. 이와 관련해 잡음이 이어지면서 사실상 지난해 하반기부터 재건축사업 추진이 중단됐다. 

최근에는 주택도시보증공사가 산정한 분양가보다 더 높은 분양가가 승인을 받으면서 분양가 관리기능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최근 서초구청 분양가심의위원회는 서울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 원베일리'의 일반분양가격을 3.3㎡당 5668만6천 원으로 최종 결정했다. 

이는 주택도시보증공사가 지난해 7월 산정했던 일반분양가격인 3.3㎡당 4891만 원보다 778만 원(15.9%) 높다. 

이를 계기로 정부가 집값 관리를 위한 도구로 써온 주택도시보증공사의 고분양가 관리가 힘을 잃은 것이 아니냐는 시선이 나온다. 

주택도시보증공사가 분양가 심사기준을 명확하게 공개하지 않고 비교사업장을 임의로 선정해 투명성과 객관성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고 있다.

송언석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해 국정감사때 내놓은 자료를 보면 2016년부터 2020년까지 주택도시보증공사가 분양가 심사를 실시한 205개 단지 가운데 18개 단지는 비교사업장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 

비교사업장을 선정한 단지 가운데 3곳은 주택도시보증공사의 영업부서장이 비교사업장을 선정했으며 일부 단지는 시행사의 부탁으로 비교사업장을 바꾼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주택협회는 5일 열린 변창흠 국토부 장관과 간담회에서 주택도시보증공사의 분양가 심사제도를 개선해 달라고 요청했고 변 장관은 주택건설업계의 건의사항을 적극적으로 협의하겠다고 대답했다. 

근본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주택도시보증공사가 독점한 주택보증시장을 개방해야 한다는 주장도 힘을 얻고 있다. 

주택산업연구원은 10일 ‘주택사업공제조합 설립방안’ 공청회를 열고 주택도시보증공사가 주택분양보증시장을 독점해 주택사업 지연 및 중단과 주택공급 차질, 청약과열, 주택시장 불안 확대 등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주택산업연구원은 주택시장에 나타나는 문제들을 해소하기 위해 주택보증시장을 단계적으로 개방해야 한다고 봤다.

변 장관이 주택공급을 확대하기 위해 각종 규제를 완화하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어 주택도시보증공사가 그동안 독점으로 맡고 있던 분양가보증시장의 개방 논의도 힘을 받을 것이라는 시선이 나온다.

현재 국회에서는 분양가보증시장을 경쟁체제로 개방해야한다는 내용을 뼈대로 하는 ‘주택법 일부개정안’이 국토교통위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논의되고 있다. 이 법안은 송언석 국민의힘 의원이 대표발의했다.

주택도시보증공사 관계자는 “고분양가 관리기준 개선을 검토하고 있다”며 “아직 구체적 시기나 내용은 밝히기 어렵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지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