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생명과 교보생명이 달러보험 출시를 놓고 상반된 태도를 보이고 있다.

교보생명은 삼성생명에 이어 달러보험 연내 출시를 검토하고 있는 반면 한화생명은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진 데 따라 환율에 영향을 받을 수 있는 달러보험 출시에 신중하다. 
 
삼성생명 이어 교보생명도 달러보험 출시 채비, 한화생명은 신중모드

▲ 한화생명 교보생명 로고.


11일 한화생명에 따르면 지난해까지만 하더라도 달러보험 등 외화보험 출시를 검토했지만 올해 들어 방침을 변경하고 관련 논의를 중단했다.

달러보험은 환율에 영향을 많이 받는 만큼 환율 변동성이 클 것으로 전망되는 올해에는 상품 출시를 잠시 미루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달러보험은 납입하는 보험료와 보험사고가 발생했을 때 지급되는 보험금이 모두 달러로 이뤄지는 상품이다. 달마다 달러로 환산한 보험료을 원화로 내기 때문에 환율 변동에 따라 납입보험료가 달라진다.

한화생명 관계자는 “지난해까지만 하더라도 올해 상반기 출시를 목표로 검토해왔지만 기조가 변해 관련 논의가 멈춘 상태며 달러보험을 출시할 계획은 현재로선 없다”며 “내부적으로 환율 등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 안정성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와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환율은 코로나19 발생으로 투자심리가 위축돼 안전자산 선호현상에 힘입어 급등했다가 백신 개발 기대감으로 위험자산이 선호돼 급락하는 등 변화가 컸다. 

지난해 연말 백신 접종이 시작된 만큼 백신 보급이 원활하게 되고 소비를 중심으로 미국 경제가 살아나면 미국 정부가 유동성 정책을 조정할 수 있다는 점에서 올해 하반기에는 달러가 강세를 보일 수 있다.
   
올해 바이든 정부가 출범하는 점도 환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변수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중국과 친밀하다고는 하지만 기술패권을 중심으로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재현될 수 있다는 시선이 있다.

반면 일각에서는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통화정책의 중심을 물가에서 고용으로 전환한 만큼 고용수준이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하면 긴축적 통화정책을 내놓지 않을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화생명과 달리 교보생명은 달러보험 출시를 놓고 검토를 이어가고 있다.

구체적 상품계획이나 출시 일정 등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올해 안에는 관련 상품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교보생명이 달러보험을 놓고 한화생명과 다른 태도를 보이는 것은 달러보험의 수요에 더 주목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달러보험은 환차익에 세금이 부과되지 않고 10년 이상 보험을 유지하면 이자 수익에 비과세 혜택이 주어져 유학자금, 이민자금, 해외체류자금 등을 마련하는 데 도움이 된다.

달러보험으로 안정적 노후 소득을 확보하려는 수요도 늘고 있다. 저금리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기존 보험보다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는 달러보험이 소비자들의 관심을 받을 수 있다. 

달러보험 등 외화보험의 수입보험료는 2017년 약 3200억 원에서 2020년 상반기에 7500억여 원으로 늘었다.

그동안은 푸르덴셜생명과 메트라이프생명, AIA생명 등 외국계 생명보험사들이 주로 달러보험을 출시했다. 

외화보험 가운데 하나인 달러보험을 출시하려면 원화를 달러로 변환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외국계 보험사들은 한국에 진출하면서 이미 이런 시스템을 갖췄기 때문에 국내사보다 앞서 외화보험 출시가 가능했다.

대형 생명보험사인 삼성생명도 지난해 11월에서야 수백억 원을 투자해 달러보험시스템을 구축하고 달러종신보험을 출시하면서 국내 외화보험시장에 진출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삼성생명에 이어 교보생명도 달러보험을 출시한다면 국내 보험사들의 경쟁이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며 “외국계 생명보험사 이외에는 DGB생명이나 KDB생명, 신한생명 등 중소형보험사들이 달러보험을 판매하고 있는데 빅3 가운데 2곳이 뛰어드는 만큼 여러 보험사들이 달러보험에 관심을 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남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