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환 KB손해보험 대표이사 사장이 임기 시작과 동시에 노동조합과 신뢰회복이라는 과제에 직면했다.

11일 KB손해보험 노조 측에 따르면 노조는 임금 및 단체협상(임단협), 사업가형 지점장제도(프론티어 GA) 문제 등을 놓고 회사 측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오늘Who] KB손해보험 맡은 김기환, 바로 노사 신뢰회복 시험대 올라

▲ 김기환 KB손해보험 대표이사 사장.


이에 앞서 4일 노조는 KB손해보험 본사 임원실 앞을 점거하고 김 사장의 출근저지투쟁을 벌였다. 이날은 김 사장이 KB손해보험 수장으로 임명된 뒤 첫 출근날이었다.

노조 측은 2020년 임단협에서 사측이 기망행위를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노조는 이 때문에 무너진 노사간 신뢰를 다시 회복할 것을 김 사장에게 요구했다.

KB손해보험 노사는 2020년 9월 단체교섭 합의를 통해 연간 순이익이 일정 기준을 초과하면 추가 상여를 지급한다는 합의를 맺었다.

사측은 △1800억 원 초과 때 추가지급률 50%(상여기준) △2030억 원 초과 때 100% △2200억 원 초과 때 150% △2400억 원 초과 때 200% 지급을 약속했다.

기준금액을 결정하기 이전 노조 측은 수 차례 사측에 질의를 통해 고액지급 예상건이 없다는 확인을 받았다. 그러나 합의 직후에 사측이 호텔 및 리테일 빌딩 투자액 267억 원을 손실에 반영하면서 결국 순이익 1800억 원 달성은 어렵게 됐다.

사측이 상여 지급을 하지 않기 위해서 고의적으로 정보를 숨겼다는 불만이 노조 측에서 제기하고 있는 이유다. 

이에 더해 노조 측은 2020년 12월 신청받은 사업가형 지점장제가 사실상 희망퇴직과 다름없다며 노조와 협의가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아직 구체적 해결방안이 나온 것은 아니지만 김기환 사장은 노조 측 반발에 '신뢰회복'을 강조하며 포용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김 사장은 4일 노조와 대화하는 자리를 마련해 "임단협 교섭간 발생한 문제에 대한 보고는 받았고 빠른 시일 내 답변을 드리고 해결해 나가겠다"고 해결의지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김 사장은 이 밖에 부당한 인사발령 등 노조 측이 제기한 다른 문제들과 관련해서도 "인사발령의 문제점을 충분히 공감하고 있으며 임금피크제도 등 여러 문제와 관련해 조합과 머리를 맞대고 논의하겠다"며 "노사간 신뢰를 쌓고 지키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 사장이 적극적으로 노조 측과 대화에 나서면서 불만은 일단락되는 분위기다. 노조 측은 김 사장의 답변 내용을 기다리고 있으며 12일 전국동시분회총회를 열어 임단협 등과 관련한 의견을 노조원으로부터 받기로 했다.

KB손해보험 노조 관계자는 "이번 주나 다음 주쯤 회사 측 입장이 전달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내용에 따라 대응방안을 결정할 계획이다"고 전했다.

그동안 KB손해보험은 임단협, 사업가형 지점장제도 등과 관련한 노조 측 항의에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김 사장이 취임과 동시에 신뢰회복을 강조하는 메시지를 전하면서 틀어졌던 노사관계가 새로운 국면을 맞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김 사장이 포용적 리더십을 바탕으로 노조와 원만한 관계설정에 성공하면 향후 다른 보험계열사와 시너지 등 당초 설정했던 목표를 수행하는 데도 보탬이 될 것으로 보인다.

김 사장은 취임 첫 해 목표로 새로운 시장 창출, 보험부문 3사(KB손해보험, 푸르덴셜생명, KB생명보험)와 협력관계 구축 등을 전략방향으로 내놨다.

직원들에게는 △현장과 실무 직원 목소리를 경영에 즉각 반영하고 △경영자에게도 과감히 '노(No)'를 얘기하는 직원이 더 인정받는 조직문화를 만들며 △실패에 대한 책임은 앞장서서 지겠다는 세가지 약속을 내놓기도 했다.

앞서 KB금융지주는 보험부문과 글로벌시장을 핵심사업으로 삼고 부회장직을 신설해 양종희 전 KB손해보험 대표이사 사장을 임명한 바 있다.

김 사장은 양 부회장의 뒤를 이어 KB손해보험을 이끌게 됐는데 KB금융지주 홍보부장, KB국민은행 인사부장 등을 지냈고 2016년부터 KB국민은행과 KB금융지주에서 리스크관리총괄 임원을 역임했다. 2018년부터 KB금융지주 최고재무책임자를 맡아왔다. [비즈니스포스트 공준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