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칼텍스가 주유소를 활용한 신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허세홍 GS칼텍스 대표이사 사장은 주유소부터 디지털과 친환경을 중심으로 체질 개선에 나서고 있는데 미래사업을 개척하기 위한 재무체력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GS칼텍스 주유소 신사업 적극, 허세홍 친환경 체질전환 길 닦아

허세홍 GS칼텍스 대표이사 사장.


허 사장이 체질 개선으로 자체 주유소의 자산가치를 크게 높이면 기존 정유사업 규모에 맞먹는 대규모 신성장사업 투자를 추진할 때 재원 마련에 힘이 될 수 있다.

11일 GS칼텍스에 따르면 주유소를 드론 물류거점으로 활용한다는 청사진에 따라 글로벌기업들과 파트너십을 맺을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GS칼텍스는 이날부터 14일까지 열리는 세계 최대 IT·가전전시회 CES 2021에 처음으로 참여해 주유소를 거점으로 하는 드론 배송를 포함해 미래형 주유소와 관련한 사업비전을 선보인다.

GS칼텍스 관계자는 “이번 CES 2021 참가를 통해 GS칼텍스가 생각하는 주유소의 미래 모습에 관한 비전을 공유한다”며 “미래형 주유소의 영역에 제한을 두지 않고 다양한 사업기회를 꾸준히 발굴하며 글로벌 협력 네트워크 구축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GS칼텍스가 주유소 미래사업을 앞세워 CES 2021 참가하는 것은 정유4사 전체를 놓고 볼 때 처음이다.

허세홍 사장은 주유소 신사업을 향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GS칼텍스는 주유소에 가장 많은 전기차 충전소를 운영하며 전기차 인프라 구축에 힘쓰고 있다. 또한 전기자전거와 전동킥보드 등 전기 모빌리티 종류를 다양화해 전기 모빌리티 충전시장을 선점하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스타트업과 손잡고 세차사업, 카셰어링사업 등 주유소를 활용한 여러 종류의 사업에 발을 뻗고 있다. 

허세홍 사장은 2019년 취임과 함께 신설한 플랫폼전략팀를 통해 공유오피스와 근린생활시설 등 자체 주유소 부지를 상업용 부동산으로 개발하는 방안도 추진할 것으로 전해졌다. 주유소를 활용해 가능한 모든 종류의 신사업을 시도하는 셈이다.

허 사장은 2021년 신년사에서 “올해가 회사의 미래를 결정짓는 중요한 분수령이 될 것이다”며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차별화된 경쟁력 확보와 이를 위한 혁신이 절실하다”고 변화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정유업계에는 코로나19에 따른 정제마진 악화보다 세계적 탄소중립 움직임이 더 큰 문제가 될 수 있어 근본적 변화가 필요하다는 위기의식이 퍼져 있다. 

허 사장이 GS칼텍스 주유소 신사업을 들고 CES 2021에 참여하는 것은 GS칼텍스 주유소를 시작으로 사업체질을 변화시키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내보이는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허 사장이 추진하는 주유소 신사업은 변화의 시작점에 불과할 것으로 보인다.

주유소 신사업은 기존 정유 매출과 비교하면 절대 규모가 크지 않아 사업구조 변화나 이익기여 차원에서 크게 기대하기는 어렵다.

SK이노베이션이 전기차배터리사업을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정해 아예 주력사업을 바꿔 성과를 내고 있는 것처럼 GS칼텍스도 결국 친환경 기조에 발맞춰 주된 성과를 낼 미래 먹거리를 확보해야 할 필요성이 큰 상황에 놓여 있다.

허 사장은 변화를 주기 쉬운 주유소를 통해 디지털과 친환경 등 미래산업을 향한 체질 개선의 기반을 닦을 뿐 아니라 주유소 가치를 높여 이를 앞으로 이뤄질 투자에 필요한 재원 마련에 활용할 수 있다.

GS칼텍스는 '석유화학의 쌀'로 불리는 올레핀 양산을 올해 상반기부터 시작하며 대규모 추가 투자가 필요한 상황에 놓여 있다. 이뿐만 아니라 에너지 분야 중간지주사인 GS에너지가 추진할 신사업에서도 핵심적 역할을 해야 하는 위치다.
 
GS칼텍스는 전국에 직영주유소 385개를 보유하고 있다. 이 가운데 서울 66곳, 경기 81곳, 인천 24곳 등 절반가량이 땅값이 높은 수도권 지역에 있어 자체 주유소 자산가치가 상당한 것으로 분석된다.

SK네트웍스는 2020년 3월 코람코자산신탁-현대오일뱅크 컨소시엄에 주유소 302곳을 1조3321억 원에 매각했다. 매각된 주유소의 60%가 수도권에 위치했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GS칼텍스의 자체 주유소 자산가치는 현재도 최소 1조 원대 중반 이상으로 추산되는데 주유소 신사업을 활발하게 추진하면 자산가치는 훨씬 더 커질 수 있다.

허 사장은 자체 주유소 부지를 개발하거나 신사업으로 가치를 높이면 대출이나 ESG채권 발행, 자산유동화 등 투자재원 조달 수단으로 활용할 공산이 큰 셈이다. 

GS칼텍스는 재무구조가 경쟁사와 비교해 좋은 것으로 평가되지만 비상장사여서 증자 등 자금조달 방법에선 상장사와 비교해 한계가 있는 만큼 재원 마련에 필요한 체력을 한층 키워둘 필요성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비즈니스포스트 성보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