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 시범단지 올해 30년째 맞아 재건축 이뤄질까, 대형건설사도 주시

▲ 경기도 성남시 분당 시범단지아파트 일대. <네이버지도>

경기 성남시 분당 시범단지아파트가 올해 건축연한 30년째를 맞아 재건축사업을 본격화할 수 있을까?

정부가 수도권 주택공급 확대를 위해 도시정비사업 규제를 완화할 가능성이 나오면서 대형건설사들도 분당 시범단지 재건축사업과 관련한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다. 

10일 도시정비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올해로 건축연한 30년째를 맞아 재건축이 가능한 분당, 일산, 산본 등 1기 신도시 아파트들 가운데 분당 시범단지에 대형건설사의 관심이 크다. 

재건축이 이뤄진다면 분당 시범단지는 대규모 단지인 데다 교통, 학군 등 입지조건에서 높은 가치를 인정받고 있어 분양 흥행이 확실시되기 때문이다.  

분당 시범단지는 삼성한신아파트(1794세대), 우성아파트(1891세대), 한양아파트(2431세대), 현대아파트(1706세대) 등 4개 구역, 7800여 세대로 구성돼 있다. 

삼성한신은 전용면적 84㎡형이 최근 14억5천만 원에 실거래가 이뤄지는 등 비슷한 연한의 수도권 아파트 가운데 가장 가격이 높은 곳이기도 하다.  

분당 시범단지 내부에서도 재건축을 추진하려는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우성아파트는 지난해 12월 입주자대표회의를 열고 재건축추진준비위원회를 출범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이밖에 세 아파트에서도 소유자들이 부동산 온라인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활용해 의견을 교환하며 재건축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분당 시범단지의 현재 용적률은 각 아파트별로 191~201% 수준이다. 3종 주거지역으로 성남시로부터 지구단위계획 변경허가를 받고 280%까지 용적률을 높일 수 있다. 

재건축사업이 추진된다면 상당한 일반분양물량이 나올 수 있기 때문에 소유자들은 3.3㎡당 건축비가 550만 원 이하라면 분담금을 내지 않고도 재건축이 가능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분당 시범단지는 정부가 수도권 주택공급을 늘리기 위해 재건축규제 완화를 꺼낼 가능성에 기대를 걸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그동안 강도 높은 도시정비사업규제를 적용해왔지만 최근 민간의 주택공급을 방해할 정도의 규제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분위기가 퍼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당장 민간 도시정비사업까지 규제를 완화할 가능성에는 선을 긋고 있다.

하지만 최근 기조가 확대된다면 공공재개발, 재건축사업에 인센티브를 제공한 데 이어 민간재개발, 재건축 활성화를 위해 안전진단요건 완화 등을 꺼낼 수도 있다는 시선이 늘고 있다.

분당 일대는 최근 대기업 본사와 연구시설 등이 대거 이전하면서 전세값이 급등하는 등 주택부족 현상을 겪고 있다. 

향후 판교와 분당 일대가 정보통신(IT)산업의 중심지로 더욱 성장할 것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분당 일대에 주택공급을 늘릴 필요성은 매우 높다고 볼 수 있다.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 등 분당을 지역구로 하는 국회의원들이 여야 구분 없이 지난해 총선에서 도시재생 특별위원회를 구성하겠다는 공약을 내건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분당 시범단지 재건축이 추진된다면 대형건설사들의 관심도 집중될 수 밖에 없다. 

단지 규모가 크고 사업성이 높아 시공으로 큰 이익을 얻을 수 있는 데다 분당이 수도권 부자동네로 손꼽히는 만큼 아파트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형건설사의 한 관계자도 "분당 시범단지 재건축에 대형건설사들은 모두 큰 관심을 두고 있다"며 “분당 시범단지 규모와 사업성을 고려하면 재건축사업이 본격화했을 때 시공능력평가 10위권 대형건설사들 사이에서 서울 강남권 못지 않은 치열한 수주경쟁이 펼쳐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정부가 실제로 민간재건축규제를 완화할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시선도 있다. 

분당은 사실상 서울 강남권으로 구분될 정도로 이미 집값이 높은 만큼 재건축규제 완화가 이뤄지더라도 부동산 가격 안정 등을 위해 가장 늦은 시점에 이를 적용받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분당구 느티나무3단지 등은 세대수를 늘리는 재건축을 포기하고 건축연한 20년부터 가능한 리모델링사업을 추진하고 있기도 하다. [비즈니스포스트 감병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