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환 아모레퍼시픽그룹 대표이사가 디지털 전환에 발맞춰 새 비즈니스모델을 찾는 데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그동안 디지털 전환의 기반을 조성한다는 취지로 연구와 인재영입에 힘써왔는데 올해부터는 이를 활용해 본격적으로 성과를 거두는 데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아모레퍼시픽 디지털 전환의 수확 기대, 김승환 라이브커머스 더 힘줘

▲ 김승환 아모레퍼시픽그룹 대표이사 부사장


10일 아모레퍼시픽에 따르면 김 대표는 지난해 12월 대표에 전격적으로 발탁된 뒤 라이브커머스를 통해 고객과 직접 소통하는 것이 아모레퍼시픽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현재 회사 내 모든 브랜드 유닛들이 각자 상황에 맞는 라이브커머스 전략을 짜고 있다"며 “라이브커머스시장에서 승리할 수 있는 공식도 찾아 메뉴얼화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아모레퍼시픽은 먼저 라이브커머스시장에서 성과를 만들기 위해 국내외에서 경험이 많은 파트너들을 모으고 있다.

국내에서는 먼저 네이버와 협약을 맺는 등 유기적 협력관계를 늘려가고 있다.

아모레퍼시픽과 네이버는 온·오프라인 유통시너지, 데이터 기반 브랜드 및 상품 개발, 해외시장 공동진출에 힘을 합치기로 뜻을 모았다.

무신사와는 스타트업 발굴을 통해 아모레퍼시픽의 새로운 얼굴이 될 브랜드를 발굴하려고 한다. 

아모레퍼시픽은 무신사와 ‘AP&M 뷰티 패션 합자조합’을 설립하고 100억 원 규모의 기금을 조성해 유망한 스타트업을 육성하고 라이브커머스에도 투자하기로 했다.

중국에서는 이미 빅테크기업인 알리바바와 손잡고 중국 소비자의 요구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이를 제품 개발과 생산, 마케팅에 이르는 전 과정에 반영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지난해 중국 온라인시장에서 럭셔리 브랜드 설화수가 선전한 데는 이 시스템이 큰 역할을 한 것으로 분석됐다.

설화수는 2020년 중국 광군제에서 거래금액이 2019년 광군제때보다 174% 늘며 중국에서 매출 증가(3%)를 이끌었다.

반면 오프라인 채널에서는 힘을 빼고 있다.

오프라인 매장을 단순히 늘리는 방식으로는 더이상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매장을 최소한 유지하면서 온라인과 결합해 수익성을 끌어올린다는 계획을 세웠다.

김 대표는 지난해 12월 전략 간담회에서 "앞으로 디지털 전환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며 "이를 위해 그동안의 오프라인 레거시(유산)는 내려놓겠다"고 말했다.

아모레퍼시픽은 이미 국내에서는 2018년 2200여 개에 이르던 오프라인 매장을 2020년까지 1500여 개로 줄였다.

중국에서는 이니스프리 매장 600여 곳을 보유하고 있었는데 2019년 40개, 2020년 90개의 매장을 정리하면서 구조조정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처럼 아모레퍼시픽이 변화의 속도를 높이는 까닭은 실적 부진의 압박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아모레퍼시픽은 2020년 연결기준으로 매출 4조4622억 원, 영업이익 1503억 원을 냈다. 2019년보다 매출은 20%, 영업이익은 64.9% 줄어들었다.

뷰티시장의 전장이 온라인으로 이동하는 점도 아모레퍼시픽의 변화를 재촉하고 있다.

유안타증권이 2020년에 발표한 화장품시장 전망 자료에 따르면 2020년 글로벌 화장품시장 규모는 약 15%가량 감소한 것으로 추산됐다.

이런 상황에서 코로나19 장기화로 화장품 유통채널의 온라인화가 가속화되고 있다.

유안타증권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9년 세계 화장품시장은 5% 성장했고 이커머스채널은 27% 성장했다. 2020년 상반기에는 세계 화장품시장이 13% 감소했지만 이커머스채널은 33% 성장하며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기여도가 크게 늘었다.

아모레퍼시픽은 그동안 디지털 전환에 지속적으로 투자를 해왔는데 올해부터는 어느 정도 성과를 바라보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2016년 스마트워크센터를 구축한데 이어 2017년부터는 미래기술랩을 신설하고 IT와 공학 분야 연구원을 대거 영입했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올해부터 온라인 매출과 라이브커머스 실적 증가 등과 같은 가시적 성과가 조금씩 나타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지난해 11월 실시된 정기 임원인사에서 그룹인사조직실장 전무에서 대표이사 부사장으로 발탁됐다. 김 대표는 서경배 회장과 각자대표체제로 아모레퍼시픽그룹을 이끌고 있는데 1969년에 태어나 아직 50대로 젊다.
 
서 회장이 아모레퍼시픽그룹의 실적 부진을 돌파하기 위해 상대적으로 젊은 김 대표를 발탁했다는 말을 들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충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