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항공업계의 생존을 위한 버티기 기간도 길어지고 있다.

항공사들은 자산 매각, 유상증자 등으로 자본확충에 집중하는 한편 고정비를 조금이라도 충당할 수 있는 사업에도 나서고 있다.
 
[데스크리포트] 1월 기업 동향과 전망-항공 해운

▲ 조원태 대한항공 대표이사 겸 한진그룹 회장.


7일 증권가와 항공업계에서는 지난해 주요 항공사들이 자본확충으로 부채비율을 축소했지만 올해 상반기가 매출 증가 없이 버틸 수 있는 마지노선이란 시선이 나온다.

국적 항공사들은 올해 업황이 다소 회복될 것으로 기대하지만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생존을 위해서는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재현 한국교통연구원 연구위원이 발표한 '2021년 항공수요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항공여객 수요는 지난해 1~10월 실적 대비 국내선은 34% 성장, 국제선은 51% 감소할 것으로 예측됐다. 

코로나19 백신 보급이 이뤄지고 접종이 시작된다고 하더라도 항공수요 회복까지는 최소 2~3년이 더 소요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는 지난해 수준의 항공수요가 회복되는 시점을 오는 2024년으로 예측하고 있다.

<항공>

◆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14일 공정거래위원회와 해외 경쟁당국에 기업결합을 신고하기로 일정을 잡았다.

이후 대한항공은 구체적 통합방안을 3월17일까지 내놓는다는 계획을 세워뒀다.

일각에선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로 독과점을 우려하고 있으나 대한항공은 기업결합 심사를 무난히 통과할 것으로 바라본다.

다만 항공업계에서는 공정위가 독과점 이슈 때문에 아시아나항공 자회사인 에어서울과 에어부산을 매각하라고 요구할 수도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정부의 항공산업 정상화 의지가 확인된 가운데 정책금융지원에 힘입어 신용등급 강등의 고비를 넘겼다.

한국신용평가는 최근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을 신용등급 하향 검토대상에서 제외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신용등급은 각각 ‘BBB+’와 ‘BBB-’로 기존과 같은 수준으로 결정됐다. 다만 등급전망은 ‘부정적’으로 내려갔다.

대한항공은 중장기적으로 통합 대형항공사(FSC)의 출범으로 수익성이 개선되고 글로벌 시장지위가 향상되는 등 경영기반도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 에어부산

에어부산은 유상증자를 통해 모은 자금을 항공기 리스료와 유류비 등 운영자금에 투입해 유동성 위기를 해소할 방침을 세워뒀다.

앞서 지난해 12월10~11일 이틀간 진행한 일반공모 청약에서 627대1의 청약경쟁률을 보이면서 약 2조1천억 원의 자금이 몰렸다.

일반공모 청약은 앞서 12월7~8일 진행된 우리사주조합과 구주주 청약 후 발생한 실권주 120만 주를 대상으로 진행됐다.

에어부산은 구주주와 우리사주조합 대상 청약에서도 청약률 96%를 달성하는 등 흥행을 하며 802억 원을 확보했다.

에어부산은 지난해 12월30일부터 국내 저비용항공사 가운데 처음으로 중거리 노선 운항을 시작했다. 인천과 방글라데시 다카를 오가는 노선이다. 

다만 코로나19에 따른 국제선 회복시기가 불투명한 데다 대형항공사가 이미 중장거리 노선을 이미 선점하고 있어 단기간에 성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 이스타항공

이스타항공이 국내 한 중견기업과 매각 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항공업계와 일부 언론을 통해 이스타항공이 호남지역에 기반을 둔 국내 한 중견기업과 매각협상을 진행 중이며 조만간 매각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하지만 인수 검토 기업 가운데 한 곳으로 지목된 호반건설은 인수설을 부인했고 중흥건설이 유력 인수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지금은 셧다운된 상태지만 항공업계에서는 이스타항공의 운수권, 슬롯(공항을 이용할 수 있는 권리), 항공기, 전문인력 등을 놓고 볼때 이스타항공이 매물로서 가치가 있다고 본다.

반면 미지급금 1700억 원과 체불 임금 250억 원, 노사갈등 등 리스크도 상당하고 이스타항공이 운항증명(AOC)을 재발급받아도 당장 수익을 낼 수 있을지도 미지수라 재매각 협상이 쉽지 않다는 시선도 있다.

◆ 제주항공

제주항공은 코로나19로 하늘길이 막히면서 매달 400억 원 규모의 고정비가 필요하다.

제주항공은 지난해 12월30일 영구전환사채(CB)를 발행해 465억 원의 자금을 조달한 데 이어 기간산업안정기금과 국책은행의 지원을 통해 1700억 원 가량을 확보한 만큼 상당 기간 재무체력에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제주항공의 주채권은행인 수출입은행은 외부 회계법인과 함께 실사를 진행해 제주항공의 필요자금을 약 2천억 원으로 추산한 바 있다.

앞서 제주항공은 아시아나항공에 이어 2호 기간산업안정기금 지원대상이자 저비용항공사(LCC) 중 첫 지원대상으로 선정됐다. 지원규모는 제주항공이 신청한 321억 원이다. 

이와 함께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1400억 원을 투입하고 신용보증기금이 채권담보부증권(P-CBO)으로 300억 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다만 제주항공은 기간산업안정기금 지원에 따라 앞으로 6개월간 근로자 수를 최소 90% 이상으로 유지해야 한다. 주주에 대한 이익배당과 자사주 매입은 금지된다. 연봉 2억 원 이상 임직원은 지원기간에 보수가 동결된다.

<해운>

올해 해운업계는 ‘해운재건’의 기회를 맞이할 것으로 전망된다. 

불황 탈피의 관건인 해상운임이 당분간 오름세를 나타낼 것으로 보여 국내 주요 해운사들의 실적 역시 증가세를 나타낼 것으로 점쳐진다. 

국적 원양 컨테이너선사인 HMM과 SM상선 등은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과 유럽 등 주요 항로의 컨테이너선 운임이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고 저유가 기조가 장기화된 영향이 컸다.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내놓은 실적 전망치(컨센서스)에 따르면 HMM은 2020년 매출 6조2270억 원과 영업이익 8443억 원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됐다. 해운업계에서도 HMM 실적이 시장 예상치를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미국 항로 컨테이너선을 운항하는 SM상선도 2020년 영업이익이 창사 이래 가장 많은 12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됐다. 12월 초 기준 SM상선의 연간 영업이익은 이미 1천억 원을 넘어섰다.

◆ HMM

HMM이 1월 중 유럽 노선에도 임시 선박을 투입한다.

HMM은 지난해 8월 이후 대미 수출기업들을 위해 매월 1차례 이상 7척의 임시 선박을 미주 서안 노선에 투입했다. 코로나19로 위축됐던 수요가 하반기에 늘어나면서 국내 화주들의 어려움이 커졌기 때문이다. 

HMM은 올해 글로벌 톱 클래스 선사로의 새로운 도약을 노리고 있는데 변수가 될 수 있는 노조와의 임금 및 단체협상을 타결지어 한숨을 돌릴 수 있게 됐다.

HMM 노사는 지난해 말 새해를 30분 남기고 임단협 합의안을 도출했다.

합의안에는 육상·해상노조(해원연합노조) 임금 각각 2.8% 인상, 코로나19 극복 위로금 100만 원 지급, 해상직원을 대상으로 한 해상수당 신설(임금총액 1% 이내) 등의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 팬오션

팬오션이 해외 화주와 장기대선계약을 잇따라 체결해 장기적으로 수익 증가가 기대된다.

팬오션은 최근 유로넥스트 리스본 상장사인 포르투갈 에너지 종합기업 GALP와 17만4천 CBM급 LNG선 1척에 대한 장기대선계약(TC)을 체결했다.

앞서 팬오션은 최근에 글로벌 에너지기업인 쉘(Shell)과 LNG선 2척에 대한 장기대선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GALP와 계약기간은 2023년 2월부터 2028년 2월까지 5년이며, 약 1억1500만 달러(약 1256억 원) 규모로 알려졌다. 이 계약은 GALP가 추가로 6년까지 연장할 수 있는 옵션을 확보하고 있어 최장 11년까지 연장할 수 있다.

이번 추가 계약으로 팬오션은 쉘과 체결한 17만4천 CBM급 LNG선과 함께 지난해에만 총 LNG선 3척의 장기계약을 확보하게 됐다.

이로써 팬오션은 LNG사업부문에서 국제 경쟁력을 공고히 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병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