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3남인 김동선 한화에너지 글로벌전략담당 상무보가 한화그룹 경영권 승계구도에서 뒤쳐져 있었으나 만회할 기회를 잡았다.

김동선 상무보가 한화그룹을 한동안 떠나 있다가 복귀한 한화에너지는 한화그룹 경영권 승계 과정에 중요한 계열사로 꼽힌다. 
 
[오늘Who] 한화 3남 김동선, 한화에너지에서 승계경쟁 만회 기회잡아

▲ 김동선 한화에너지 글로벌전략담당 상무보.


24일 한화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김 상무보가 한화에너지에서 성과를 낸다면 두 형 김동관 한화 전략부문장 겸 한화솔루션 전략부문 대표이사 사장과 김동원 한화생명 최고디지털전략책임자(CDO) 전무과 비교해 뒤쳐진 그룹 기여도를 높일 수 있다.

김 상무보의 한화에너지 복귀를 놓고도 그룹 기여를 위해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만들어 준 기회라는 시선이 나온다.

한화그룹 안에서 김 상무보의 입지는 두 형과 비교해 미약하다.

김 회장의 세 아들 가운데 첫째인 김동관 사장은 그룹의 체질을 방산 중심에서 친환경에너지로 옮기는 과정에서, 둘째인 김동원 전무는 금융계열사들의 디지털 전환에서 각각 성과를 내고 있다.

반면 김 상무보는 한화건설 신성장전략팀과 한화갤러리아 면세점사업 등에서 크게 이뤄냈다고 할 만한 공적이 없다. 한화그룹을 떠난 뒤 독일에서 외식사업에 손을 대거나 사모펀드에 몸을 담는 등 한화그룹 바깥을 돌았던 시간도 길다.

김 상무보가 한화그룹에서 마지막으로 지냈던 직급은 2016년 한화건설의 차장이었다.

이번에 부장을 뛰어넘어 임원 대열에 합류한 것 자체가 이례적이라고 볼 수 있다.

한화에너지로 복귀한 점도 주목된다. 한화에너지는 한화그룹 경영권 승계에서 핵심적 역할을 하는 계열사로 꼽힌다.

한화그룹의 경영권 승계를 놓고 증권가에서는 2가지 시나리오가 나온다.

한화그룹에는 김 회장 아들 3형제가 지분을 나눠 보유한 에이치솔루션이 있다. 에이치솔루션과 한화그룹 지주사 격인 한화의 합병을 통해 오너3세들이 한화 지분율을 확대할 수 있다는 것이 첫 번째 시나리오다.

두 번째 시나리오는 오너3세 3형제가 에이치솔루션의 배당을 통해 김 회장이 보유한 한화 지분을 사들이는 것이다.

두 시나리오 모두 한화에너지의 경영성과가 좋을수록 수월해진다. 

한화에너지는 에이치솔루션의 100% 자회사인데 에이치솔루션이 지분을 보유한 자회사들 가운데 지분가치 비중이 44.61%(2135억 원)로 가장 커 에이치솔루션의 기업가치에 미치는 영향도 가장 크다.

이는 한화에너지의 성과가 클수록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김 상무보의 기여도도 높게 평가받을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23일 한화그룹은 김 상무보의 한화에너지 입사를 밝히며 그의 강점으로 미국에서 공부한 학력과 국제 승마대회 참전으로 다져진 글로벌 네트워크를 들었다.

한화에너지는 글로벌시장에서 그린뉴딜을 기회로 삼아 태양광발전소 건설 및 매각사업 등 태양광 다운스트림사업을 본격적으로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를 위해 10월 스페인에 현지시장 진출을 위한 별도 법인을 세우기도 했다.

한화에너지는 김 상무보가 일했던 한화건설과도 연결돼 있다. 앞서 1일 한화에너지가 주관하는 컨소시엄이 3조 원 규모의 부산 스마트시티 개발사업을 수주하기도 했다.

김 상무보는 성과를 낼 수 있는 기반이 갖춰진 계열사에서 경영능력을 입증할 수 있는 자리를 얻은 셈이다.
 
[오늘Who] 한화 3남 김동선, 한화에너지에서 승계경쟁 만회 기회잡아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김승연 회장은 김 상무보에게 각별한 애정을 나타낸 적이 많다.

김 회장은 2010년 기자들에게 3형제가 김 회장에 경례를 할 때 공군 출신의 김동관 사장과 김동원 전무가 ‘필승’ 구호를 외치자 김 상무보가 ‘면제’ 구호를 외쳤다는 일화를 들어 “이 정도 배포가 있다면 앞으로 충분히 세상을 헤쳐 나갈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김 상무보는 승마 국가대표로 아시안게임에서 3연속으로 마장마술 단체전의 금메달을 따 병역이 면제됐다.

김 회장이 올해 10월 이건희 전 삼성전자 회장의 빈소를 찾았을 때도 기자들 앞에서 김 상무보의 손을 꼭 잡고 놓지 않으며 김 상무보를 향한 애정을 보였다.

한화에너지 글로벌전략담당 임원의 자리는 그룹 경영권 승계 작업의 본격화를 앞두고 김 상무보가 승계 과정에서 뒤처진 상황을 염려한 김 회장의 사랑이 담겨 있는 셈이다. [비즈니스포스트 강용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