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가 세계 3위 자동차부품사 마그나와 세우기로 한 합작법인은 누가 사령탑을 맡을까?

이번 합작법인은 자동차 전자장비(전장)사업의 도약을 위한 '결정적 승부수'이기도 해 누가 대표를 맡든 그 책임이 막중할 수밖에 없다.
 
LG전자 마그나 전장 합작법인 누가 대표 맡나, 김진용 김형남에게 시선

▲ 김진용 LG전자 VS사업본부장 부사장(왼쪽)과 김형남 VS글로벌오퍼레이션그룹장 부사장.


24일 LG전자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7월 정식 출범하는 LG전자 마그나 합작법인 ‘LG마그나 이파워트레인(가칭)’의 경영진 인선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김진용 VS사업본부장 부사장 또는 김형남 VS글로벌오퍼레이션그룹장 부사장에 시선이 몰린다.

LG전자 관계자는 “LG전자에서 최고경영자(CEO), 마그나에서 최고운영책임자(COO)를 선임하기로 했다”며 “누가 CEO를 맡을지는 확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합작법인 CEO 후보에 먼저 거명되는 인사는 현재 VS사업본부를 이끄는 김진용 부사장이다. VS사업본부는 LG전자에서 전장사업을 담당한다. 

김진용 부사장은 자동차부품사업에 관해 높은 이해도와 전문성을 갖춘 것으로 알려졌다.

1993년 LG전자에 입사한 뒤 커머셜 디스플레이&시큐리티사업부장, VC(자동차 부품)사업본부 IVI(자동차용 인포테인먼트)사업담당, VC사업본부 스마트사업부장 등을 역임했다. 

VC사업본부에서 자동차용 소프트웨어 플랫폼 표준화, 퀄컴과 자율주행차 솔루션 개발 협력 등을 주도했다.

2019년 임원인사 및 조직개편으로 VC사업본부가 VS(자동차 부품 솔루션)사업본부로 바뀜과 함께 VS사업본부장으로 선임됐다. 

LG그룹은 구광모 회장 취임 이후 그룹 전체적으로 전장사업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육성하고 있다. 

그런 만큼 LG전자도 사업본부장급 인사가 직접 합작법인 CEO를 겸임하도록 해 전장사업에 힘을 더 실을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하지만 합작법인 설립으로 LG전자 전장사업의 범위가 대폭 확대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김진용 부사장은 현재와 같이 LG전자 전장사업을 총괄하는 일에 집중해야 가능성도 있다.

LG전자는 이미 오스트리아 전장기업 ZKW를 인수해 VS사업본부 산하에 두고 있다. 

마그나와 합작법인은 전기차 구동부품을 생산하는데 VS사업본부(인포테인먼트 중심), ZKW(램프)와 함께 전장사업 3개 축을 이루게 돼 각 부문의 시너지를 조정하는 VS사업본부장의 역할이 중요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외부 전문가 출신으로 영업에 밝은 김형남 부사장이 합작법인을 맡을 가능성도 고개를 든다. 

김형남 부사장은 기아자동차, 르노자동차, 한국타이어 등에서 36년 동안 엔지니어와 구매 전문가로 일했다. 

한국타이어 부사장으로 있다 2018년 11월 LG그룹에 영입돼 LG 자동차부품팀장을 역임했다. 2020년 LG전자로 이동해 VS사업본부에서 신설된 VS글로벌오퍼레이션그룹장을 맡고 있다.

VS글로벌오퍼레이션그룹은 전장사업의 생산, 구매, 공급망 관리에 글로벌 영업까지 담당해 LG그룹 차원의 전장사업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전장사업은 진입장벽이 높은 만큼 고객사와 관계 정립이 중요하다. LG전자와 마그나 합작법인 CEO는 두 기업의 협력을 이끌어가는 동시에 기존 마그나 고객사와 LG전자의 관계도 조율해야 한다. 

LG전자 전장사업 전략과 영업 최전선에 있는 김형남 부사장이 합작법인 CEO후보로 꼽히는 이유다.

다만 합작법인 규모 자체가 아직 그리 크지 않다는 점을 놓고 LG전자 VS사업본부의 전무나 상무급 인사에게 초대 CEO가 맡겨질 수 있다는 시선도 있다.

합작법인은 LG전자가 VS사업본부의 전기차부품 관련사업을 물적분할해 새 회사를 세운 뒤 마그나가 분할신설회사 지분 49%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설립된다. 

마그나 인수금액이 4억5300만 달러로 정해진 만큼 합작법인의 전체 기업가치는 1조 원가량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분할되는 사업부문의 2019년 기준 매출은 1433억 원 수준으로 2019년 LG전자 VS사업본부 전체 매출의 2.6%를 차지하는 데 그쳤다.

시장에서는 LG전자와 마그나 합작법인이 향후 빠르게 성장할 수 있다고 본다.

마그나는 2019년 세계 자동차부품 매출 3위를 차지할 정도로 규모가 커 신설 합작법인이 미국 및 유럽시장에서 전장사업 고객사를 추가로 확보하는 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예상됐다. 합작법인을 통해 LG전자가 마그나와 기술 역량을 공유할 수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합작법인 자체의 미래 일감도 적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하나금융투자에 따르면 LG전자 VS사업본부의 수주잔고는 2020년 기준 60조 원에 이른다. 이 가운데 합작법인이 담당할 전기차 구동부품 수주잔고는 7조 원 이상으로 추정됐다.

김록호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LG전자 전장사업 가운데 전기차 구동부품의 수주잔고 비중이 12% 안팎으로 높다는 점에서 합작법인의 향후 성장성을 예상할 수 있다”며 “LG마그나 이파워트레인은 VS사업본부 안에서 미래 성장성이 가장 높다”고 바라봤다.

LG전자 VS사업본부는 올해 4천억 원가량의 영업손실을 볼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증권업계에서는 LG전자가 2021년 하반기 전장사업 흑자 전환에 성공할 것이라는 예상에 무게가 실린다.

여기에 LG전자와 마그나 합작법인 설립이라는 호재가 더해져 투자자들은 LG전자 전장사업의 미래가 밝다는 쪽에 기대를 거는 시선이 늘고 있다.

합작법인 설립이 발표된 23일 LG전자 주가는 전날보다 29.61%(2만7300원) 급등한 11만9500원에 거래를 마쳐 12년 만에 상한가를 보이기도 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임한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