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이동통신3사가 월트디즈니컴퍼니의 온라인 동영상서비스(OTT) ‘디즈니플러스’와 제휴를 위해 치열한 물밑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통사들은 콘텐츠사업에서 새로운 먹거리를 찾고 있는데 디즈니플러스는 놓칠 수 없는 ‘대어’다. 디즈니플러스는 전통적 월트디즈니 작품들을 비롯해 픽사, 마블, 스타워즈, 내셔널지오그래픽의 오리지널 콘텐츠까지 애니메이션, 영화, 다큐멘터리에 걸쳐 막강한 라인업을 보유하고 있다. 
 
이통3사 디즈니플러스 잡기 물밑경쟁 치열, 손잡을 이유도 막상막하

▲ 디즈니플러스 로고. < 월트디즈니컴퍼니 홈페이지 캡쳐 >


15일 통신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월트디즈니컴퍼니가 최근 투자자 설명회를 열고 2021년 한국 진출을 공식화한 만큼 한국시장 파트너 선정에도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시장에서는 벌써부터 디즈니플러스를 품에 안는 승자가 누가 될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는 월트디즈니컴퍼니에 디즈니플러스사업 관련 제안서를 보내고 적극적 구애를 펼쳐왔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이통3사가 모두 큰 관심을 보이며 디즈니 쪽에 선을 대고 있는데 아직 디즈니가 구체적 답변을 내놓지 않은 상태”라며 “이통3사 모두 디즈니플러스와 제휴가 필요한 사연이 명확하기 때문에 최종적으로 어떤 이통사가 낙점될지 낙관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가 모두 제휴를 절실히 바랄 이유가 있기 때문에 그만큼 경쟁도 치열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우선 SK텔레콤은 인터넷TV 등 미디어사업을 하는 SK브로드밴드의 기업공개를 염두에 두고 있고 넷플릭스와 대항하고 있다는 점에서 디즈니플러스와 협업에 가장 적극적일 것이라는 시선을 받아왔다.

SK텔레콤은 현재 유료방송시장 점유율이 이통3사 중 꼴찌인데 디즈니플러스의 콘텐츠를 인터넷TV 플랫폼에 얹게 되면 이용자 유입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디즈니플러스는 2019년 11월 북미지역에서 서비스를 시작한 뒤 글로벌 미디어산업 전통 강자의 무서운 힘을 보여주고 있다. 

디즈니플러스는 글로벌 OTT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넷플릭스가 8년에 걸쳐 이룬 성과를 1년 남짓한 기간에 넘어서고 있다. 

이통3사 가운데 유일하게 넷플릭스와 손을 잡지 않고 있는 SK텔레콤으로서는 디즈니플러스를 아군으로 포섭해 온라인 동영상서비스시장을 비롯한 콘텐츠사업에서 만회를 노릴 만하다.

디즈니플러스는 북미에서 서비스 출시 첫날 유료 가입자 수가 1천만 명을 돌파했고 올해 4월 진출한 인도에서도 서비스 시작 1주일 만에 가입자 수가 800만 명을 넘어섰다. 

서비스 출시 1년가량이 지난 올해 12월2일 기준으로는 세계적으로 유료 가입자 수가 8600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된다. 

SK텔레콤의 미디어사업 자회사 SK브로드밴드 관계자는 “글로벌 콘텐츠사업자와 협업에 관해서는 내부에서 전략적으로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며 “디즈니플러스 등을 포함해 여러 형태의 그림이 나오고 있는데 국내 사업자들의 눈높이와 글로벌 사업자가 원하는 조건에 간극이 틀림없이 있기 때문에 조건을 맞추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KT는 구현모 대표이사 사장부터 2021년 콘텐츠 강화에 본격적으로 힘을 싣겠다며 앞장서고 있다.

KT는 최근 LG유플러스와 독점계약이 끝난 넷플릭스와 제휴도 성사시키는 등 글로벌 콘텐츠사업자와 협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KT는 한국 유료방송시장에서 점유율 1위 사업자라는 점을 내세워 공세를 펼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LG유플러스도 디즈니플러스와 제휴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LG유플러스는 2018년 넷플릭스 독점제휴로 인터넷TV 가입자를 대폭 늘린 경험이 있는 만큼 그룹 차원에서 디즈니플러스와 제휴에 공을 들이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LG유플러스는 인터넷TV에서 ‘아이들나라’라는 콘텐츠를 서비스하고 있는데 3040 키즈맘을 타깃으로 하는 아이들나라와 디즈니플러스 콘텐츠가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다"며 “LG유플러스가 앞서 넷플릭스 등 다른 온라인 동영상서비스들을 성공적으로 론칭한 경험이 있다는 점에서 운영상 노하우 측면에서도 앞서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월트디즈니컴퍼니는 미국에서는 자체 디즈니플러스 플랫폼을 통해 온라인 동영상서비스사업을 펼치고 있지만 인도, 일본 등 시장에 진출할 때 자체 플랫폼을 만들지 않고 현지 사업자를 통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특히 일본에서는 현지 이동통신사인 NTT도코모와 독점적으로 전략적 제휴를 맺어 이통사의 플랫폼 안에서 디즈니플러스 콘텐츠를 서비스하고 있다.

월트디즈니컴퍼니가 한국시장에 진출할 때도 인터넷TV와 온라인 동영상서비스 플랫폼 등 유무선 미디어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는 이통사를 파트너로 ‘플랫폼 안 플랫폼’ 형식을 취할 가능성이 높다는 시선이 나온다.

월트디즈니컴퍼니는 2019년 11월 미국과 캐나다에서 디즈니플러스 서비스를 시작한 뒤 호주, 뉴질랜드, 프랑스, 영국, 독일 등 30여 개 국가로 사업을 확장했다. 아시아에서는 인도와 인도네시아, 일본에 진출했고 2021년 한국과 동유럽, 홍콩에 진출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비즈니스포스트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