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그룹이 금융권에서 경쟁자로 부상하고 있는 카카오뱅크와 협력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윤종규 KB금융지주 대표이사 회장은 향후 카카오뱅크 등 빅테크에게 금융권 주도권을 빼았기지 않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는 만큼 동맹을 이어가고 있는 두 회사 사이에 치열한 경쟁이 본격화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KB금융 카카오뱅크 아직 협력, 윤종규 금융플랫폼 길에 경쟁 불가피

윤종규 KB금융지주 대표이사 회장.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KB증권이 카카오뱅크 대표주관사로 선정된 배경에는 KB국민은행이 카카오뱅크 주주사로 참여하고 있다는 점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시각이 나온다.

KB국민은행은 카카오뱅크 지분 9.86%를 보유한 주주사로 참여하고 있다. 

KB증권은 최근 크레디트스위스(CS)와 함께 카카오뱅크 기업공개 대표주관사로 선정됐다. 

미래에셋대우는 카카오와 경쟁관계에 있는 네이버의 금융계열사인 네이버파이낸셜 지분 30%를 확보하고 있다. NH투자증권은 1호 인터넷전문은행인 케이뱅크의 3대주주사로 지분 10%를 보유하고 있다.

이 밖에 카카오뱅크가 시중은행들과 경쟁관계에 있는 만큼 KB증권을 제외한 은행 계열 증권사들도 배제된 것으로 보인다.

2021년 하반기 상장 예정인 카카오뱅크의 추정 상장가치는 약 20조 원으로 9월 상장한 카카오게임즈(약 1조7천억 원)의 10배가 넘는다.

KB증권은 이번 거래로 수수료수익을 확보하고 초대어 상장주관을 통해 기업공개시장에서 위상도 확보하게 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와 함께 KB국민은행은 카카오뱅크 상장 이후 지분재평가에 따른 자본 증가로 자기자본비율 상승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KB금융그룹은 계열사들을 통해 카카오뱅크와 그동안 사업협력을 시도하며 우호적 관계를 이어왔다. 

KB금융그룹 계열사인 KB증권은 6월 카카오뱅크와 손잡고 비대면 증권계사 개설서비스를 열었다. KB국민카드도 4월 카카오뱅크와 제휴를 맺고 카카오프렌즈 캐릭터를 활용한 신용카드를 내놨다.

그러나 빅테크와 금융회사 사이 사업영역 경계가 점차 흐려져 정면대결이 불가피해지고 있는 만큼 KB금융그룹이 카카오뱅크와 관계 설정을 두고 고심이 커질 수 있다. 

특히 KB금융그룹과 카카오뱅크가 추구하는 협력관계의 장기적 지향점이 다르다는 점에서 경쟁이 본격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카카오뱅크는 플랫폼기업에 상품을 공급하는 형태로 은행이 바뀔 것이며 빅테크기업이 주도권을 쥐게 될 것이라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

반면 KB국민은행은 플랫폼기업에게 없는 은행만의 강점을 살리고 자체 플랫폼을 강화해 빅테크기업에 주도권을 뺏기지 않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10월 한국금융연구원에서 열린 '디지털 금융의 확산과 은행의 대응' 세미나에서 이형주 카카오뱅크 최고상품책임자(CBO)는 "지금까지는 은행이 고객 선호를 끌어내기 위해 직접 노력했다면 앞으로는 플랫폼회사들이 선호할 좋은 상품을 공급하는 B2B(기업 대 기업) 위주로 전환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 CBO는 "은행은 고객 접점을 잘 아는 빅테크에게 상품채널을 양보하고 빅테크와는 우호적 관계를 맺어야 할 기로에 서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같은 자리에서 한동환 국민은행 디지털금융그룹 부행장은 "고객에게 상품정보를 전달하는 '큐레이터'로서 은행의 역할이 더 중요해질 것이다"라며 "고객에게 딱 맞는 '금융집사'로 정서적 완전판매가 이뤄질 때 은행의 특별함은 만들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한 부행장은 이어 “플랫폼기업들은 플랫폼 안에서 사람들이 아침에 일어나서 잠들 때까지 벗어나지 않게 하도록 하는 등 독점적 강화에 더 중점을 두고 있다”며 “빅테크들이 규제와 감독체계 안으로 들어와 은행산업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도 덧붙였다.

금융당국이 최근 금융사와 빅테크 기업 사이 '기울어진 운동장'을 해소하기 위한 정책을 내놓고 있는 만큼 기존 금융권과 플랫폼 기업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10일 금융위원회는 금융위는 은행의 플랫폼 비즈니스 진출 범위를 확대하는 방안을 내놨다.

빅테크가 플랫폼을 기반으로 경쟁력을 갖춰나가는 것과 비교해 은행 플랫폼에서는 은행업무만 가능해 공정한 경쟁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금융당국의 규제완화가 이뤄지면 은행 애플리케이션에서 음식주문, 부동산서비스, 쇼핑 등 다양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된다.

이에 더해 신용카드사도 종합지급결제업에 진출할 수 있도록 카드사와 빅테크의 겸업 가능 업무 범위를 구체화해 나간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반면 플랫폼기업에는 영업 규율체계를 마련해 시장지배력 남용할 수 없도록 일종의 규제책을 적용하기로 했다.

정부가 그동안 금융권이 겪어왔던 역차별 문제를 해소하겠다고 나선 만큼 KB금융그룹이 카카오 등 빅테크기업에 맞서 추진하고 있는 플랫폼 구축 노력도 힘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양대 플랫폼 중 하나로 꼽히는 카카오를 등에 업은 카카오뱅크와 정면대결도 피할 수 없게 됐다.

KB금융그룹은 종합결제앱 'KB페이'와 중고차거래 앱 'KB차차차', 마이데이터 플랫폼 '리브메이트' 등 플랫폼을 보유하고 있으며 그룹 차원에서 자체 플랫폼 강화를 역점사업으로 내걸고 있다.

앞서 윤종규 회장은 9월 재연임이 확정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3기의 핵심 경영목표로 금융 플랫폼기업을 꼽으며 “KB를 1등 금융 플랫폼기업으로 만들겠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윤 회장은 “전통 금융회사의 장점을 살린 플랫폼을 만들겠다”며 “KB금융에게는 비금융 빅테크와 비교해 금융 전반의 종합적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역량이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공준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