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내놓은 야권재편론이 추진력을 얻지 못하고 있다.

야권의 관심이 온통 윤석열 검찰총장과 그를 둘러싼 정국상황에 쏠려 있는 탓에 안 대표의 야권재편 주장은 공허한 메아리가 되고 있다.
 
안철수 야권재편 목소리 공허한 메아리 되나, 윤석열 쓰나미에 덮여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4일 정치권에 따르면 안 대표는 국민의힘 초선의원들과 접촉을 넓히며 야권재편의 공감대를 확대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안 대표의 야권재편 제안에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국민의힘의 개별 구성원들을 설득해 야권재편의 우호세력을 키워가려는 행보로 해석된다.

국민의힘 초선의원 가운데 안 대표의 야권재편론에 공감을 표시하는 의견도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안 대표는 2일 국민의힘 초선의원 공부모임인 ‘명불허전 보수다’ 초청 강연에서 “제1야당뿐 아니라 합리적 개혁을 바라는 중도까지 다 끌어 모아야 재보궐선거가 겨우 해볼 만한 승부가 된다”며 야권재편을 거듭 꺼냈다.

그는 “반문재인 연대만으로는 안 된다”며 “다 모으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여전히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 지지세가 공고하기 때문에 야권재편으로 힘을 모아야 재보선에서 승리하고 그 다음 대통령선거에서 집권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안 대표가 주장하는 야권재편을 본격적으로 논의할 분위기가 만들어지기는 당분간 어려울 것이라는 시선이 나온다.

윤석열 검찰총장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각종 논란과 갈등 탓에 다른 정치적 문제들은 죄다 뒷전으로 밀리고 있기 때문이다.

안 대표는 윤 총장의 편에 서서 정부여당을 비판하는 보수 야권의 목소리에 힘을 보태고 있지만 속내는 복잡할 것으로 보인다.

법무부가 진행하는 윤 총장 징계가 어떤 결론이 나더라도 이 상황은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다.

이미 윤 총장은 검사징계법에서 법무부 장관이 징계위원 대다수를 지명하도록 한 조항을 놓고 위헌의 소지가 있다며 헌법소원을 신청했다. 이 조항의 효력정지 가처분신청도 함께 냈다.

윤 총장은 징계위원회에서 해임 처분을 받게 되면 이 처분과 관련한 법적 소송전도 진행할 것으로 보이는데 그렇게 되면 복잡한 법적 분쟁이 상당 기간 이어지게 된다.

이 과정에서 야권은 윤 총장의 편에서 문재인 정권을 향해 강공을 펼칠 것으로 예상되는데 결국 윤 총장의 주목도는 더 높아지고 야권의 지지가 윤 총장에게 집중될 공산도 크다.

안 대표가 야권재편론을 들이밀 틈이 마련되기 쉽지 않은 셈이다.

최근 각종 여론조사들을 보면 윤 총장의 대선주자 지지율이 급상승하고 있다. 반면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이나 더불어민주당의 지지율은 하락세를 보인다.

일부 조사에서는 국민의힘 지지율이 민주당을 오차범위 안에서 앞지르기도 했는데 이는 윤 총장과 관련한 일련의 상황들이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안 대표의 대선주자 지지율은 제자리걸음이거나 오히려 떨어졌다는 결과가 많이 나오고 있다. 윤 총장이 여권으로부터 이탈한 지지층뿐 아니라 안 대표 등 기존 야권 대선주자들의 지지층까지 흡수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야권으로서도 안 대표의 야권재편론 보다는 윤 총장과 관련한 정치적 이슈들이 내년 재보선 승리에 더 효과적이라고 판단할 여지가 많은 셈이다.

다음 대선에서도 윤 총장의 중요성이 더 부각될 가능성이 많아졌는데 반대로 안 대표의 정치적 위상은 더 위축될 수도 있다.

안 대표의 형편이 과거 그와 한지붕 아래서 정치생활을 했던 손학규 전 바른미래당 대표와 비슷하다는 시선까지 나오고 있다.

두 사람 모두 참신한 아이디어를 내놓아 정치권에 새 바람을 불러올 수 있다는 기대와 주목을 받기도 했다.

안 대표는 민주당 계열에 머물다 보수진영으로 자리를 옮긴 반면 손 전 대표는 보수에서 진보진영으로 옮긴 전력이 있다.

손 전 대표도 잠재적 대선후보로 꼽히며 주목을 받았던 인물로 한나라당 대선경선에서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과 겨룬 적이 있다.

손 전 대표는 진영을 옮긴 뒤 민주당계에서 일정한 세력을 형성하기도 했지만 대선 후보에 오르는 데는 성공하지 못했다.

결국 비주류세력이 돼 탈당한 뒤 제3지대 정치세력을 규합해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했지만 의미있는 성과를 내지는 못한 것으로 평가된다. [비즈니스포스트 류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