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가 케이뱅크 유상증자에 직접 나설까?

구현모 KT 대표이사 사장은 KT를 디지털 플랫폼기업으로 탈바꿈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는데 케이뱅크를 금융 플랫폼 분야의 핵심축으로 키우려면 추가 유상증자를 진행해야 할 필요성이 높다.
 
케이뱅크 성장 위해 자본확충 더 필요, 구현모 KT 자금 직접 넣을까

구현모 KT 대표이사 사장.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케이뱅크 대주주인 BC카드가 케이뱅크 유상증자에 추가적으로 나서기에는 힘에 부쳐 KT가 직접 나서야 하는 것 아니냐는 시선이 나온다.

KT는 금융계열사로 BC카드와 케이뱅크를 두고 있다.

구 사장은 방대한 데이터를 보유한 BC카드와 디지털 기반의 인터넷전문은행이 케이뱅크를 기반으로 금융 플랫폼사업을 펼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카카오와 네이버 등 대형 플랫폼기업들은 플랫폼 경쟁력을 네이버파이낸셜, 카카오페이, 카카오뱅크 등 금융계열사에 접목해 새로운 상품을 만드는 등 수익 창출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구 사장이 KT의 디지털 플랫폼 도약을 추진하고 있는 만큼 케이뱅크에 거는 기대가 클 수 밖에 없다. 케이뱅크는 중금리대출을 통해 수익을 창출할 수 있고 신용평가모델을 적용한 빅데이터 관련 사업을 펼치는 데도 보탬이 될 수 있다. 

KT가 금융 플랫폼사업을 펼치기 위해서는 케이뱅크의 지속적 성장이 중요해졌다. 이에 구 사장도 올해 10월 기자간담회에서 2023년 케이뱅크 기업공개(IPO)를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내놓기도 했다.

다만 케이뱅크 성장을 위해서는 자본확충이 제때 차질없이 진행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케이뱅크는 자본확충이 막히며 올해 상반기까지 대출영업을 중단하기도 했다.

KT가 올해 7월 자회사인 BC카드를 대주주로 내세워 우회적으로 케이뱅크 유상증자를 진행하고 나서야 케이뱅크 영업이 정상화됐다.

케이뱅크는 유상증자 이후 공격적으로 대출영업을 확대하며 성장세를 보이고 있지만 추가 유상증자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당초 이문환 케이뱅크 행장이 2021년 상반기 쯤 추가 유상증자를 진행하겠다는 계획을 내놨지만 대출 증가세에 비춰보면 계획을 앞당겨 실행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케이뱅크는 2일 기준 가입자 수 200만 명을 돌파했다. 대출 영업 재개 이후 5개월 만에 가입자 수 65만 명이 늘어난 것이다.

가입자 수 증가와 함께 대출도 급증했다. 케이뱅크는 올해 3분기 기준으로 여신잔액 2조1060억 원을 보여 3개월 만에 67%나 늘었다.

이에 더해 케이뱅크가 2021년부터 전세자금대출, 기업대출 등 대출사업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어 지속해서 자본확충이 이뤄져야 하는 셈이다.

카카오뱅크는 기업공개를 앞두고 있는데 유상증자를 수 차례 진행해 자본금이 2조8256억 원으로 늘었다. 케이뱅크 자본금은 올해 3분기 기준 9017억 원에 그친다.

이 때문에 구 사장이 직접 케이뱅크 자본확충에 나서지 않겠느냐 하는 관측도 나온다.

대주주인 BC카드가 최근 실적 감소세를 이어가며 추가 유상증자에 선뜻 나서기도 쉽지 않은 상황에 놓여있기 때문이다. 

BC카드는 올해 3분기 기준으로 누적 순이익 737억4601만 원을 거둬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4% 줄었다. 3분기 기준으로도 순이익 199억 원을 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1.4% 감소했다. 

8곳 전업 카드사가 올해 3분기 순이익 5669억 원을 거둬 28%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BC카드의 실적 감소는 더 커보인다. BC카드가 결제서비스, 해외 인프라사업 등 신사업을 발굴해 실적 부진의 돌파구를 찾고 있는 만큼 케이뱅크 유상증자에 가용자본을 투입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케이뱅크가 BC카드 외에 기존 주주들을 설득해 자본을 확충할 수도 있지만 이 또한 만만치 않은 일이다. 앞서 7월 진행된 유상증자에서도 기존 주주들 가운데 우리은행과 NH투자증권만 참여했고 이마저도 계획이 미뤄지는 등 험난한 과정을 거쳤다.

KT는 2019년 3월 5900억 원 규모 증자를 통해 케이뱅크 최대주주에 올라서겠다는 안건을 이사회에서 의결하기도 했다. 당시 KT가 공정거래위원회 제재 이력으로 대주주 자격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케이뱅크 자본확충에 나서지 못했다. 

하지만 올해 4월 인터넷전문은행법 개정안이 통과되며 KT가 케이뱅크 유상증자에 직접 나설 수 있는 길도 이미 열려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인터넷전문은행법 통과로 직접 참여 길이 열리긴 했지만 KT 특혜가 아니냐는 시선이 많았던 만큼 바로 케이뱅크 유상증자를 실시하기는 부담스러웠을 것"이라며 "구 사장이 임기 2년차를 맡아 본격적으로 금융 플랫폼사업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세운 만큼 KT가 직접 등장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KT는 올해 3분기 기준 현금 및 현금성자산으로 2조9909억 원을 보유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윤종학 기자]